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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우수학술도서

2021 한국출판평론·학술상 대상

제국과 검열
일제하 신문통제와 제국적 검열체제 / 뉴스통신진흥총서 031
저자 이민주 역자/편자
발행일 2020.6.25
ISBN 9791159055430
쪽수 392
판형 신국판 반양장
가격 2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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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통신진흥총서 31권. 신문에 대한 책이다. 그러나 신문에 실린 기사들은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주목한 것은 무엇이 실리지 못했는지, ‘무엇이 실릴 수 없었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신문은 때로는 백지로, 때로는 벽돌 문양으로, 깎여나간 글자의 흔적만이 남아 있는 신문들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신문에 작용했던 어떤 ‘힘’에 관한 연구이자, 권력의 은밀한 움직임을 포착하고자 한 시도이다.


책머리에

제1장 제국의 검열과 언론통제

1. 제국과 검열의 문제

2. 이 책의 내용


제2장 식민지 조선에서의 검열

1. 법적근거로서의 신문지법과 제국의 검열집행방식

2. 검열기구와 ‘불완전’한 조선어 신문검열과정의 특성


제3장시기별 조선어 민간신문에 대한 검열의 양상

1. 신문발행 초기 검열을 둘러싼 힘겨루기

2. 도서과 설립 후 검열의 체계화와 민족운동 관련보도의 통제

3. 1930년대 검열 지향점의 변화

4. 중·일전쟁 이후 제국적 검열 네트워킹의 형성


제4장 일제 본국에서의 검열

1. 제국기 일본 국내 검열 연구 및 검열 자료의 현황

2. 일본 국내 검열의 제도적 기반

3. 시기별 검열의 양상


제5장 대만출판경찰보를 통해 살펴본 식민지 대만의 신문검열

1. 식민지 대만 검열의 법적 기반과 검열기구

2. 『대만출판경찰보』의 체계와 대만 신문검열의 초점


제6장 결론

1. 누구를 위한 검열인가

2. 한 장의 신문이 들려주는 검열이야기


부록

1 _ 연도별 도서과 소속 직원

2 _ 주요 잡지에 게재된 검열관 기사 목록

3 _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언론 관련 사설목록(1920~1937)

4 _ 차압기사의 『월보』, 『차압기사집록』, 신문지면 대조표


출전

참고문헌

여기 한 장의 신문이 있다.

여기저기 글자가 깎여나가 ‘정상적’이지 않아 보이는 한 장의 신문.

지면에서 깎여 의미를 잃어버린 글자들은 아무 말도 전할 수가 없지만 그 침묵의 형태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그 깎여버린 글자들의 이야기이다. 나중에는 깎여나간 흔적마저 지울 것을 강요당했던 신문지면 글자들의 이야기 말이다.

(본문에서)


이 책은 신문에 대한 책이다. 그러나 신문에 실린 기사들은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주목한 것은 무엇이 실리지 못했는지, ‘무엇이 실릴 수 없었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신문은 때로는 백지로, 때로는 벽돌 문양으로, 깎여나간 글자의 흔적만이 남아 있는 신문들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신문에 작용했던 어떤 ‘힘’에 관한 연구이자, 권력의 은밀한 움직임을 포착하고자 한 시도이다.


제국이 삭제한 기사들

신문에는 항상 ‘힘’이 작용한다. 신문을 제작하는 힘이든, 신문의 내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고자 하는 힘이든, 신문에서 보고 싶은 내용만을 찾으려 하는 힘이든. 그리고 그 힘은 신문 지면에 가시적으로 혹은 비가시적으로 드러난다.

19세기 말 20세기 초반이라는 격동의 시기, 제국 일본의 폭력과 억압은 여기저기 글자가 깎인 채 인쇄된 신문 한 장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렇게 그들이 숨기고자 했던 뉴스는 지면에서 지워졌지만, 강요된 ‘침묵’은 역으로 신문에 작용하는 힘을 드러냈다.

고작 종이조각에 지나지 않는 한 장의 신문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찾아낼 수 있을까? 신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위해 이 책은 1920년부터 1940년에 이르기까지 식민지 조선에서 발행된 조선어 일간지의 지면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검열로 삭제당한 기사들을 모두 찾아내 이를 검열당국의 기록과 대조해 보는 미시적 분석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시기별로 달라지는 검열권력의 특성을 파악해보고자 하였고, 처음에는 지면에 공백이 생기는 것도 개의치 않던 일제 검열당국이 이윽고 지면에 남겨진 검열의 흔적인 ‘빈 공간’마저 지우라고 명하게 되는 흥미로운 과정도 살펴보았다. 미시적 차원에서 시작했던 분석은 결국 식민지 조선과 대만, 일본을 아우르는 제국적 검열 네트워킹의 작동에 대한 거시적 분석으로 나아간다.


2020년 대한민국, 검열을 말한다는 것

어떤 정치체제도 완전히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과 공존하고 있지는 않다. 검열의 역사는 소크라테스가 그의 사상을 금지당한 고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되었고, 지금도 전쟁이나 전염병과 같은 국가위기 상황에서 검열은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한국사회의 경우, 근대 미디어의 도입기가 일제의 지배와 교묘하게 맞물리면서 이른 시기에 왜곡된 언론통제 기조가 마련되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후 한국인의 언론자유를 향한 운동과 사상, 근대적 글쓰기는 이 식민지 검열제도와 상호작용하면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일제 식민지와 군사독재정권을 거친 우리 사회에게 언론 검열과 통제는 무엇보다도 익숙한 동시에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권력은 무엇을 숨기고자 하는가?” 이 물음은 결국 권력에 대하여 무엇이 말해져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될 것이다. 정치권력이 존재하는 한 검열은 지속될 것이며, 검열이 지속되는 한 검열연구도 계속되어야 한다. 이 책은 언론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작은 한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민주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졸업. 동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석·박사 취득. 서울대학교 대학신문사 기자로 활동한 바 있으며, 현재 극동대학교 언론홍보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검열의 제국』(공저), 『아시아 이벤트』(공저) 등이 있다. 2012 한국언론학회 우수발표논문상, 2018 Albert Nelson Marquis Lifetime Achievement Award를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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