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Close

출간 도서

도서 상세보기

뒤로가기

2021 세종도서

친밀한 제국
한국과 일본의 협력과 식민지 근대성
저자 권나영 역자/편자 김진규, 인아영, 정기인
발행일 2020.4.15
ISBN 9791159054938
쪽수 387
판형 신국판 반양장
가격 24,000원
서점 바로가기

제목 <친밀한 제국>처럼 일제 말기 식민지 조선과 일본 제국의 관계를 '친밀성'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하고 있다. 제국은 폭력을 행사했던 가해자이고, 식민지는 폭력의 피해자인데, 이 둘의 관계를 거칠게 일반화 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오히려 그러한 강요된 '친밀성' 배면에 있는 제국주의의 폭력성을 끈질기게 고발하면서 이에 대응했던 식민지인들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감사의 말

한국어판 서문


제1장 식민지 근대성과 재현의 난제

제2장 한국문학 번역하기

제3장 소수자 작가

제4장 빛 속으로

제5장 식민적 비체

제6장 식민지 키치 수행

제7장 트랜스식민지 좌담회 엿듣기

제8장 지방으로

제9장 만주 기억의 은폐

제10장 포스트식민성의 역설


역자 후기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친밀성으로 밝히는 폭력

한일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혐한과 한류가 분열되어 있어, 한국을 혐오하는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한편 BTS나 트와이스 콘서트가 매진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식민지 시기를 새롭게 봐야 한다며 한국의 ‘반일종족주의’를 비판하는가 하면, 그것이 일본의 혐한 담론을 그대로 수용한 인종주의라는 비판도 뜨겁다. 이러한 한일 양국 분열은 일제강점기/식민지 시기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시작된 것이다. 일본과 식민지 조선은, 때로는 가해자와 피해자로, 때로는 계몽적 스승과 제자로, 때로는 제국주의 파트너로 36년(1910~1945) 동안 복잡하고도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었다.

이 책은 이러한 일제 말기 식민지 조선과 일본 제국의 관계를 “친밀성”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하고 있다. 친밀성으로 제국과 식민지의 관계에 접근한다는 것이 의아하게 여겨지거나,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제국은 폭력을 행사했던 가해자이고, 식민지는 폭력의 피해자인데, 이 둘의 관계를 친밀성으로 개념화한다는 것은 일견 어쩔 수 없이 ‘밀접’했던 양자 관계의 한 단면을 거칠게 일반화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마치 위안부와 일본 군인의 관계를 “동지적 관계”라고 했던 논의와 유사한 것은 아니냐는 의심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오히려, 그러한 강요된 친밀성 배면에 있는 제국주의의 폭력성을 끈질기게 고발하면서, 이에 대응했던 식민지인들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추적한다. 일제 말기에 ‘내선일체’, ‘오족협화’, ‘대동아공영권’과 같은 개념들은 식민지 조선과 일본 내지는 ‘친밀한’ 관계여야 한다는 이념을 담고 있다. 실제로 이를 믿었던 일본인과 식민지 조선인들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정책은 늘 이러한 동화와 함께 차별화를 진행하고 있었다. 끝내 식민지 조선인은 일본인과 동등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이 책은 식민지 시대 문학작품, 신문 기사, 좌담회를 섬세하게 읽고, 그 맥락을 복원하는 것을 통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서구 이론을 넘어선 탈식민지를 향하여

이 책은 이렇게 식민지-제국 관계의 중층성과 양가성을 정신분석학적 전제를 통해 개념화하고, 그 분석을 위해 “정동affects”을 연구대상으로 삼았으며, 이를 통해 (서구) 근대성 및 탈식민지 이론에서 주목하지 못했던 한국-일본 사례들을 바탕으로, ‘서구 보편’을 비판하고 이를 재구성하고 있다. 식민지에 매혹되면서도 이를 타자화하고, 동화하려고 하면서도 차이화하는 일본, 그리고 제국의 일상적 강압에 억눌리면서도 제국에 매혹되는 식민지, 이 두 존재자의 관계를 정동이라는 이론적 어휘로 탐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도이다.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를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정동 개념은 신체가 세계에 속해있는 동시에 속해 있지 않다는 표지이며, “힘들의 충돌”에 따른 “부대낌의 양태”로 정념의 동요를 의미화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에서의 논의들은 서구 보편을 비판하면서도, 이를 재구성하려는 이론적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저자의 접근은 분명 의미가 있다.

이렇게 이 책은 일본과 식민지(인) 사이의 ‘트랜스콜로니얼’한 조우에서 ‘친밀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여러 겹의 강압과 회유 사이에서 갈등하고 흔들리는 복잡한 표정인지를 잘 드러내 준다. 일본인에 대한 어린 조선 유학생의 사랑과 절망(이광수의 ?사랑인가(愛か)?), 아쿠타가와상 수상 후보를 둘러싼 일본 본국인들의 동정적 태도와 이에 대한 김사량의 심정,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 식민지 조선인들의 일본어 글쓰기라는 것 자체에 내재한 양가성, 좌담회라는 형식 속에 내재한 폭력성, 결국 내선일체를 홍보하기 위한 들러리로 사용될 뿐인 식민지 조선인들의 억지웃음 등에 내재한 ‘정동’들을 끈질기게 추적함으로써, 식민지(인)과 본국(인) 사이의 ‘협력’의 표면에 보이는 ‘친밀성’과 그 배면에 있는 제국의 강압성이 어떻게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보편으로 간주되어 온 서구 모더니즘의 “재현의 난제”를 서구 근대성이나 탈식민주의 이론에서 배제되어 온 식민지 조선과 일본의 예를 통해서 비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구 모더니즘은 재현의 난제를 보편적인 것이라 주장하나, 이는 결코 식민지 근대주체의 경험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식민지 조선의 예를 바탕으로 수정된 “재현의 난제”는 식민지인이 제국의 통치 아래 식민적 경계를 가로지르면서 제국의 언어로 쓸 때 발생하는 역설과 모순을 포착할 수 있다. 즉, 이 책은 서구 모더니즘에서 근대성의 보편적 경험이라 주장하는 “재현의 난제”를 식민지-제국의 관계로 전유하는 것을 통해서, 이것이 보편적 경험이라는 주장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식민지-제국의 문화적 재현들을 의미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젊은 대학생들 사이의 ‘한류’와 한국에 대한 뜨거운 관심의 한편으로 한일 관계는 1965년 이래 최악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는 결국 ‘부인’된 과거는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 책은 잊히고 부인되었던 과거를 직시함으로써 건전한 한일 관계를 구축하고 나아가 아직도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제국주의의를 청산할 초석이 될 것이다.


지은이

권나영

UCLA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듀크대학교 한국·일본학 교수. 영화·젠더학 부문 소속. 아시아/디아스포라 프로그램 설립 책임자. 문학 비평, 번역, 영화 및 미디어 연구. 근래의 연구는 동아시아의 역사적 기억의 장치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옮긴이

김진규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조교수. 한국 근대문학의 서구 및 동아시아 문학과의 교류 양상, 한국 전후 문학과 실존주의의 관련성, 다양한 문화 컨텐츠의 서사적 특성 등을 공부하고 있다.


인아영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미학과 졸업.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 201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당선된 후,?연구와 동시대 문학평론을 병행하고 있다. 『문학은 위험하다』(민음사, 2019)를 함께 썼다.


정기인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동경외국어대학 특임준교수 역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 조교수.

지훈신진학술상 수상.

한국 근대시와 한문맥의 관계, 페미니즘과 퀴어이론, 케이팝 가사와 뮤직비디오, 해외 한국학 등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다. 쓴 논문으로 「경전에서 텍스트로-20세기 초 『시경』에 대한 근대 시인들의 인식 변화」, 「이광수와 모윤숙-이광수를 ‘극복’하는 방법으로서의 모윤숙의 『렌의 애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 『쿠데타의 기술』, 『친밀한 제국-한국과 일본의 협력과 식민지 근대성』 등이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