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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우수학술도서

'불온'을 넘어, '반시론'의 반어
김수영 문학과 번역·검열·섹슈얼리티
저자 박지영 역자/편자
발행일 2020.4.20
ISBN 9791159054617
쪽수 626
판형 신국판 양장
가격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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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전위적인 시인 김수영을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저자의 2000년대 초반 이후 현재까지의 결과물을 정리한 책이다. 책의 전반부는 '번역'이란 키워드로 김수영 문학에서의 번역의 의미, 김수영의 번역가로서의 의식과 정치성을 알아보고 있다. 후반부에는 김수영이 검열 체제를 뚫고 '반어'의 경지, 당대 보수적 질서를 뒤엎는 위반의 언어를 창조하며 새로운 시적 진경을 연출했던 고투의 과정이 실려있다.

책을 내며 5


제1부 김수영과 번역, 번역과 김수영


제1장 번역과 김수영 문학의 문제성 15


제2장 김수영 문학과 번역의 도정-‘오든 그룹’에서 ‘하이데거의 릴케론’, ‘반시론’까지 23

1. 경험의 ‘극화劇化’와 ‘현대성’의 모색-영미 비평의 수용과 시의 효용성에 대한 신뢰 23

2. 예술가로서의 자기 인식과 ‘경험의 전체성’의 발현 양상-‘바로 보기’의 태도와 이성적 사유의 추구 68

3. 실존적 죽음의 인식과 예술적 기투 84

4. 심미성의 심화와 생성의 시학 131


제3장 김수영 문학에서 번역의 의미 302

1. ‘새로운’ 감각과 사유의 원천-‘흥미와 영감을 주는 대상’과 ‘연애’하기 302

2. ‘텍스트’로 말하는 번역-‘아무도 하지 못한 말’ 하기 311

3. 김수영, 번역, 한국 현대지성사 322


제4장 김수영의 번역가로서의 의식과 정치성-이중어 세대의 반란, ‘번역’으로 시쓰기 325

1. 번역 풍토의 후진성 비판과 식민성의 인식 336

2. 이중어 세대의 자의식과 ‘번역으로써의 글쓰기’의 정치성-「시작노트 6」에 대한 단상 345


제2부 김수영 문학과 검열/섹슈얼리티


제1장 김수영 시에 나타난 ‘자기 비하’의 심리학-‘레드콤플렉스’를 넘어 ‘시인’되기 363

1. 김수영 문학과 ‘자기 비하’의 심리학 363

2. 김수영 ‘자기 비하’ 시 분석-타자 혹은 ‘선배 시인’의 존재성 368

3. ‘레드콤플렉스’의 형성-이념에 대한 유토피아적 판타지와 그 좌절 373

4. ‘시인’ 되기-‘냉전’ 비판과 떠나지 않는 ‘사회주의’라는 유령과의 대결 380

5. 이념적 ‘타자’를 넘어 400


제2장 자본, 노동, 성性-‘불온’을 넘어, 「반시론」의 반어 402

1. 검열과 김수영 403

2. 4․19혁명-정치 검열과의 싸움 415

3. 자본, 노동, 성性-불온을 넘어, 「반시론」의 반어 426

4. ‘불온’을 넘어, 반검열의 수사학 459


제3장 김수영의 전쟁체험과 정치체에 대한 인식의 도정 462

1. 수용소의 난민들, 그리고 시인 김수영 462

2. ‘국민되기’의 곤혹과 대안으로서의 ‘자연’ 466

3. 폭력을 넘어 코뮌적 상상력으로 490

4. 김수영의 정치체에 대한 상상이 갖는 의미 513


제4장 제3세계로서의 자기 정위定位와 ‘신성神聖’의 발견-1960년대 참여시의 정치적 상상력 515

1. 들어가는 말 515

2. 지식 장場의 변동과 ‘신성’의 발견-제3세계로서의 자기 정위定位와 ‘신성’ 사회학의 등장 521

3. 혁명과 시, 그리고 ‘신성성’ 526

4. 1960년대 시와 신성성의 정치적 함의 564


제5장 한국 현대시 연구의 성과와 전망-‘운명’과 ‘혁명’, 왜, 아직도 ‘임화’와 ‘김수영’인가? 567

1. 현대시 연구의 소외와 난관 567

2. 현대시 연구의 발자취-‘소외’와 ‘고투孤鬪’의 과정 575

3. 극복의 실마리-친일시 연구 그 이후, 김수영, 임화 시 연구의 현재성 582

4. 결론을 대신하여 595


참고문헌 / 597

출전 / 618

찾아보기 / 619

한국문학 최대의 아픔이자 최고의 영광, 불온시인 김수영.


이 책은 한국의 문학사는 물론 전 정신사 전반을 통틀어 가장 진보적인 지식인이자 전위적 시인으로 손꼽히는 김수영의 치열한 삶과 문학에 대한 책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소위 ‘서랍 속’에 감추어졌던 김수영의 불온시 발굴, 부인 김현경의 증언 등을 통해 드러난 굴곡진 생애사를 바탕으로 더욱 풍부해진 김수영 연구의 진일보한 면면을 총체적으로 반영하였다.

식민지 시기 만주 체험, 해방기 정치적 활동, 한국전쟁기 포로수용소 체험과 이후 끊임없이 그를 감시하던 시선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처참한 삶의 궤적으로, 김수영이 우리 역사에 정통으로 맞서 싸워 왔음을 보여주는 증표이다. 시인 김수영은 우리가 단순히 숭배하는 참여시인이 아니라 ‘불온’이란 낙인으로 고통받는 양심적 지식인이었다. 그간 난해한 상징어들로 가득찬 그의 텍스트에, 한국현대사의 굵직한 파고와 역사적 고난이 굽이굽이 새겨져 있다는 점이 바로 이 책의 출발점을 이룬다. 그러나 이 책이 바라보는 김수영의 텍스트는 이 시기 단단한 금제로 개인의 인식적 자유를 억압했던 당대 사상 통제를 뚫고 나온 균열의 빛이었다. 그는 고통의 순간에도 단 한순간도 깨어있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 나아가 그는 시를 ‘불온’의 낙인을, ‘불온’한 목소리로 되돌려 주는 무기로 만든다. 그의 문학은 우리 한국문학사 최대의 아픔이자, 영광이다.


‘번역’의 재발견

이 책은 그간 문학 연구에서 하위 텍스트로 소외시켰던 ‘번역’ 텍스트를, 시나 산문 못지 않게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승격시켜 논의한다. “내 시의 비밀은 번역을 보면 안다”는 김수영 산문의 잠언을 저자는 김수영 연구의 전면에 내세웠다. 강고한 검열 체제 때문에 우회적으로 발언할 수밖에 없었던 김수영의 시와 산문의 상징적 미로를 횡단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바로 그의 번역 텍스트라는 점을 꼼꼼한 실증과 텍스트 분석을 통해 밝혀 나간다. 이를 통해 김수영 문학의 핵심 키워드였던 반시(론), 긴장, 침묵, 죽음, 악(惡) 등이 품고 있던 의미의 장막을 풀어낸다. 그리하여 그의 시 전반이 추구했던 상징의 경지가 어떠한 치열한 인식적 고투를 거쳐 생성되는지, 그 결과 얼마나 오묘한 혁명적 폭발력을 지니게 되는지를 규명한다. 이로써 책은 시인이자 지식인, 또 이중어 세대이자 프로페셔널한 번역가였던 김수영의 다채로운 존재성을 입증한다.

나아가 이 책에서 밝혀낸 김수영의 번역가적 면모는 한국문학사가 그간 고질적으로 안고 있었던 ‘이식 문학론’의 혐의에서 벗어나게 하고, 번역이 한국 사상사에서 수행했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김수영은 번역이 단지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식과 논리를 창출해 가는 창조적 과정이라는 점을 증명해 주는 중요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는 번역을 통해 자신의 의식을 구성하고, 때론 시쓰기로, 혹은 번역 그 자체로 제국/식민의 논리를 뚫고 나갈 자기 논리를 만들어갔다.


검열과의 싸움, 그 치열한 도정에 대한 기록

이 책은 번역 연구 외에 김수영의 생애사적 사실을 밝힌 구술사 자료와 새로 발굴된 육필원고, 원본 텍스트 등 여러 텍스트를 성실하게 대조하여 그가 어떠한 방식으로 검열에 저항해 나아갔는가를 실증적으로 고찰한다. 이 과정을 살펴보면, 김수영이 자신에게 씌워진 불온의 굴레를 얼마나 치열하게 거부해 나아갔는가가 잘 드러난다. 그는 늘 문밖에 감시자가 서 있는 공포스로운 상황 속에서도 하고자 하는 말을 우회적으로라도 해 내고야 만다. 여러 검열 체제 때문에 자신의 원고가 심의에 걸리는 불우한 사태마저도 투덜거리듯 써 내며 그 과정을 자조적이면서도 풍자적으로 전달한다. ‘불온시’ 논쟁에서 얻은 크나큰 낭패감과 의무감도 이러한 ‘반검열의 수사학’을 창출해 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는 그 금제의 선이 미치지 않는 아나키한 유토피아적 공간을 그의 시 속에 창출해 낸다. 그것이 바로 ‘반시론’이라는 시적 전위의 세계로, 침묵과 에로티즘의 경지이다. 다양하게 위계화된 시선과 전체주의적 억압을 집단적으로 내면화하며 살아왔던 이 땅에서 이는 현재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에도 놀라울 정도로 전위적이다.

이 책은 금제가 하늘을 뒤덮었던 우리의 역사적 시공간을 뚫고 나간 시인 김수영의 시간을 분석하고, 기록해 나간다. 그리하여 이 책은 식민과 탈식민, 혁명을 겪어낸 후진국 남한의 지식인이, 모든 경계를 뛰어넘는 유토피아적 경지를 문학을 통해 완성해 낸 정점의 순간으로서 김수영을 기록한다. 

박지영

1969년 서울 출생, 성균관대 국문학과에서 「김수영 시 연구-시론의 영향관계를 중심으로」(2001)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번역의 시대, 번역의 문화정치 1945~1969-냉전 지의 형성과 저항담론의 재구축>, <신여성-매체로 본 근대 여성 풍속사>(공저), <작가의 탄생과 근대문학의 재생산 제도>(공저), <젠더와 번역-여성 지(知)의 형성과 변전>(공저), <냉전과 혁명의 시대 그리고 <사상계>>(공저), <동아시아 근대 지식과 번역의 지형>(공저)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본서로 묶어 낸 여러 논문들 이외에 「유기체적 세계관과 유토피아 의식-신동엽론」, 「김수영 문학과 번역」, 「혁명, 시, 여성(성)」, 「‘전향’의 윤리, ‘혁명’의 기억」, 「해방 후 전통적 지식인의 탈식민 민족(民族)(시문학(詩文學))사(史)의 기획」 등이 있다. 현재까지 연구의 주요 관심은 ‘김수영’, ‘번역’, ‘검열’, ‘젠더/섹슈얼리티’ 등의 키워드를 통해 해방 이후 지식/사상사가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는가에 놓여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특히 현재는 1960∼1990년대 정치사회문화사 연구를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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