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Close

출간 도서

도서 상세보기

뒤로가기
황홀한 아파니시스
시적 윤리의 심장부
저자 박대현 역자/편자
발행일 2019.4.17
ISBN 9791159053993
쪽수 555
판형 신국판 반양장
가격 30,000원
서점 바로가기

이 책의 시작은 아파니시스이다. 라캉의 주요 개념인 아파니시스는 정신분석의 최종단계인 주체의 사라짐, 혹은 소멸을 뜻한다. 저자는 한국사회가 ‘욕망과 욕망이 획일화의 똬리를 틀어 하나의 거대한 군집체를 이루는’ 전체주의 국가를 향하는 무의식적 욕망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한다.


나아가 한국사회를 휘감고 있는 반공, 애국의 실정성 사유들의 틈바구니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이 아파니시스라고 진단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시인과 시들은 이러한 근대 체계의 빈틈을 날카롭게 들여다보고 있는데, 여기서 실정성을 파괴하는 부정성을 발견한다. 알렌카 주판치치의 말처럼 이 부정적 사유는 ‘윤리적 심장부’로서 실정성의 체계를 파괴한다.

머리말_ ‘황홀한 사랑’을 위한 고백

Intro 0107_ 파국의 메시아-언어의 저주와 재난에 대하여


#punctum ℵ0_ 황홀한 아파니시스aphanisis를 위하여-함기석, 「어느 악사의 0번째 기타줄」


제1부 혁명과 파국의 교합

제1장 독신(瀆神)과 욕설-시의 폐허와 그 이후, 혹은 망각

제2장 파산의 시학과 잠재성의 현실화-한국적인 것의 (불)가능성

제3장 슬픔의 정치학-‘마그마’와 같은 슬픔을 위하여

제4장 세계의 무한과 멜랑콜리, 혹은, 시인 블랑키- 안민, 《게헨나》에 관한 짧은 보고서


#punctum 0203_ 훈육과 통제의 풍경-조혜은, 「3층 B동」


제2부 성좌와 우울의 이중인화

제1장 성좌와 우울-김형술, 《타르초, 타르초》에 관한 긴 보고서

제2장 투명한, 지구(地球)의 시인, 김중일-‘인기척’의 슬픔에 관하여

제3장 세계의 절단면에 새겨진 혁명의 악보-양아정, 《푸줏간집 여자》

제4장 시즙(屍汁)과 해방의 시안(詩眼)-김근희, 《외투》

제5장 충동과 슬픔의 경계-정진경, 《여우비 간다》


#punctum 1113_ 미래의 기억을 향한 조사(弔辭)-허혜정, 「무인탐색선」


제3부 초월과 현실의 삼투압

제1장 상상력과 현실의 황홀한 틈새-부재(不在)하는 풍경의 복원:허만하론

제2장 숭고와 영성을 향한 시적 사유-이초우, 《1818년 9월의 헤겔 선생》

제3장 근원과 타자의 교직(交織)-이동백의 시에 대하여

제4장 제주 ‘오름’에 새겨진 바람의 지문-정군칠, 《물집》의 탁월한 서정적 형상화

제5장 물속에서 일어서는 삼투압의 시-이해웅의 시에 대하여

제6장 바람의 뼈를 위한 제문(祭文)-신용목,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punctum 0108_ ‘사랑’이라는 환상-송반달, 「채석강의 의붓동생 이야기」


제4부 주체의 윤리와 탈-나르시시즘

제1장 종교적 성찰과 자기부정의 시적 의미-정영선, 《콩에서 콩나물까지의 거리》

제2장 시원의 터를 향한 순교, 혹은 결여-진명주, 《휜치는 언제 돌아올까》

제3장 평균율, 혹은 선혈(鮮血)-이성의, 《저물지 않는 탑》

제4장 성(聖)과 속(俗), 혹은 에로티즘-김곳, 《고래가 사는 집》

제5장 서정의 도살, 그 이후-이낙봉, 《미안해 서정아》

보유 사랑에서 리비도로-충동의 주체와 탈-나르시시즘


#punctum 0204_ 나르키소스의 죽음-채호기, 「거울의 악몽」


제5부 내재성의 평면들

제1장 규정할 수 없는, 세드나(Sedna), 주름의 펼침-‘세드나’의 작업에 대하여

제2장 이미지와 몸, 그리고 내재성의 평면들-배옥주, 《The 빨강》․송진, 《미장센》

제3장 지옥에서 울리는 시적 그로울링(growling)-황강록, 《지옥에서 뛰어놀다》

제4장 누드(nude)의 언어-시적 분열의 윤리적 확장:강희안, 《나탈리 망세의 첼로》

제5장 유희, 몽상, 비애의 시적 역능-황주은의 시에 대하여

제6장 언어적 가상의 낭만과 비극-최승아의 시에 대하여

제7장 균열하는 시의 역능-양해기․박윤일․문혜진의 시에 대하여


#punctum 0901_ 무의미한 도시를 조율하는 당신(You)-이제니, 「편지광 유우」

Outro 0224_ 혁명과 연대의 시취(詩臭)-불가능한 혁명의 시적 증상


#punctum ℵ1_ 지금 꼭 사랑하고 싶은데-김춘수, 「제22번 悲歌」


초출일람

찾아보기

아파니시스는 모든 이념과 주체의 본질이다

이 책의 시작은 아파니시스이다. 라캉의 주요 개념인 아파니시스(aphanisis)는 정신분석의 최종단계인 주체의 사라짐, 혹은 소멸을 뜻한다. 저자는 한국사회가 ‘욕망과 욕망이 획일화의 똬리를 틀어 하나의 거대한 군집체를 이루는’ 전체주의 국가를 향하는 무의식적 욕망을 지니고 있다고 진단한다. 나아가 한국사회를 휘감고 있는 반공, 애국의 실정성(positivity) 사유들의 틈바구니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길이 아파니시스라고 진단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시인과 시들은 이러한 근대 체계의 빈틈을 날카롭게 들여다보고 있는데, 여기서 실정성을 파괴하는 부정성(negativity)을 발견한다. 알렌카 주판치치의 말처럼 이 부정적 사유는 ‘윤리적 심장부’로서 실정성의 체계를 파괴한다.


한국문학에는 부정성 사유가 필요하다

시적 주체의 두 축인 실정성과 부정성 중 저자가 사유하는 부정성은 주체의 불확실성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정성은 스스로를 규정하는 대신 그 자리를 공백(void)으로 메운다. 이 책은 시인이 만든 공백의 공간을 거닐며 한국사회 곳곳의 악(evil)의 정신성을 꿰뚫는다.

제1~2부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에 드러났던 한국시의 파국들, 한국시인들의 우울한 내면을 고찰한다. 이들을 지배하고 있는 파국, 파산, 슬픔, 멜랑콜리, 우울 등의 줄기는 평론집의 주요한 테마가 되기도 한다.

제3부에서는 시인과 정치현실과의 양상을 고찰한다. 현실과 시인의 의식 사이에 긴장이 삼투되는 양상을 사유함으로써 실정성과 부정성의 대결 양상을 바라본다. 제4부에서는 시적 주체의 나르시시즘적 욕망, 즉 실정적 욕망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시인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욕망인 동일성 욕망을 벗어나자고 하는 비판적 시선은 신인과 중견 시인 모두에게 드리워져 있다. 제5부에서는 앞서 살핀 실정적 욕망을 벗어난 시인들을 조망한다. 이들의 시도 중 특히 세드나에 대한 글은 특히 주목을 요한다.


윤리적 사유를 통해 한국문학의 새로운 탄생을 열망하다

그러나 이 책은 거대한 담론이나 이론 안에 시인과 시를 가두는 대신, 현재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시인의 목소리에 끊임없이 대꾸하고 있다. 특히 사이사이 배치된 ‘푼크툼(punctum)’과 여기에 언급된 함기석, 허혜정, 송반달, 조혜은, 채호기, 이제니, 김춘수 등의 시인은 롤랑 바르트의 개념처럼 독자에게 강렬한 자극으로 다가간다. 푼크툼에 병기된 0107, 0203, 1113, 0108, 0204, 0901, 0224 등은 ‘윤리의 심장부’와 관계된 인물의 출생일자와 사망일자인데, 이는 이 책이 소멸의 공간에서 박동하는 새로운 주체의 탄생을 열망하고 있음을 보인다.

박대현

문학평론가. 독립연구자. 부산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5년 부산일보를 통해 문학평론 ?실존적 헤르메스의 탄생-진이정론?으로 등단했다. 《오늘의 문예비평》, 《작가와 사회》 편집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인제대, 경성대, 부경대, 동아대 등에서 강의했다. 한국문학 전반에 작동하는 정동을 눈여겨보고 있으며, 특히 경제민주화와 죽음충동의 역학 관계를 중심으로 한국 근대화 과정을 천착하는 데 많은 관심이 있다. 이 외에도 몇 권의 책을 기획 중이지만, 이러저러한 삶에 부대낀 채 여러 해를 망연히 보내는 중이다. 저서로 《헤르메스의 악몽》, 《닿을 수 없는 혁명》, 《우울한 것의 추락》, 《혁명과 죽음》, 《황홀한 아파니시스》 등이 있고, 공저로는 《2000년대 문학의 징후들》, 《문학과 문화》, 《디지털을 만나다》,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비평의 비평들》, 《한국문학의 중심과 주변의 사상》 등이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