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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노멀을 넘어
팬데믹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대응과 정동 /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총서 003
저자 백원담, 이기웅, 멜라니 부디안타 역자/편자
발행일 2021.5.30
ISBN 9791159056192
쪽수 151
판형 신국변형판(140*210) 무선제본
가격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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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은 단순한 보건위기가 아니다. 그것은 역사적 사건이고 문명적 위기다. 이를 반영하듯 그동안 팬데믹에 대한 인문학의 개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에 유통되어온 팬데믹 관련 지식은 대부분 한국, 서구 혹은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강국들에 관한 것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 외 지역에 관한 소식은 방역과 관련한 숫자의 형태 외에는 좀처럼 전해지지 않았다. 이 책은 인도네시아의 팬데믹 대응에 관해 다루면서 방역의 성패보다는 담론, 정동, 문화 등 이른바 팬데믹 정치가 발생하고 경합하는 양상들에 초점을 맞춰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고 부족을 보완하려 했다.

1 /서장/ 인도네시아의 팬데믹 정치와 정동 이기웅 5

2 /기조강연/ 뉴 노멀을 넘어-팬데믹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대응과 정동 멜라니 부디안타 13

3 /대담/ 마을공동체-포스트팬데믹 정치의 거점 멜라니 부디안타 × 백원담 31

4 흐름의 전환-미래 마을문명의 구축 멜라니 부디안타 87

5 비상시국-팬데믹 시기의 여성과 예술 멜라니 부디안타 101

6 공정성 담론과 지구적 공거共居의 윤리 백원담 121

7 팬데믹, 국가, 집합주의 이기웅 137

인류가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살아온 지 어느덧 2년이 가까워 온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2년이 지난다고 해서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하면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는 새로운 변이들의 등장과 확산으로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코비드 팬데믹은 충격의 강도와 범위, 진행 속도와 완강함에서 가히 21세기 최대의 사건이라 할 만하다. 상대적으로 진행은 늦지만 그 결과는 훨씬 더 치명적일 기후변화와 함께 이는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임에 틀림없다.

팬데믹과 기후변화는 진정한 의미에서 지구적 재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1990년대 지구화가 시대를 획정하는 범주로 부상한 이래 지금까지 그것은 세계 작동의 기본 원리가 되었다. 국경 없는 세계, 초국적 이동, 네트워크적 연결 등 수많은 수사가 새로운 세계의 묘사를 위해 고안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구화의 전개는 불균등하고 차별적이었다. 냉전 이후 이어져 온 중심과 주변의 위계는 형태만 바뀌었을 뿐 유지ㆍ온존되었고, 이른바 ‘지구적’ 흐름은 대부분 그 범위와 영향에서 국지적ㆍ권역적인 것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에 반해 팬데믹은 선진국과 후진국, 동양과 서양, 중심과 주변의 구분을 무력화하며 그야말로 ‘지구적’ 현상이 되었다.

팬데믹이 드러낸 역설은 지구화가 정점에 도달함으로써 스스로를 해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팬데믹의 지구화는 기존의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를 일거에 중단시켰고, 나아가 그것이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폭로하였다. 아르준 아파두라이가 제안한 지구화의 다섯 가지 정경—인간정경, 자본정경, 기술정경, 미디어정경, 이데올로기정경—은 더 이상 코로나 이전 시기의 유용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지구화의 전형적인 외향적 동학이 락다운과 재택근무로 대표되는 내향적 동학으로 대체되면서, 삶의 지평은 근거리로 축소되었고, 우리의 관심과 감각은 로컬로 재정향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주의 문화연구자 멜라니 부디안타는 이 책에 실린 대담과 글들에서 팬데믹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대응을 논의하는 가운데 지역공동체 혹은 마을의 가치와 의미에 주목할 것을 요구한다.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는 글로벌 도시화라는 지리적 스케일의 재편성을 동반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마을은 낙후된 것 혹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주변화되었다. 그러나 부디안타는 자신의 풍부한 지역운동 경험에 근거하여 마을이 팬데믹에 대한 대응을 넘어 포스트코로나 세계 구축의 거점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부디안타는 ‘룸붕(lumbu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그가 주창하는 ‘마을문명’의 물적 근거를 묘사한다. 룸붕은 마을 공동의 곡식창고를 뜻하는 말이다. 부디안타는 이를 공동체 기반의 집합적 이니셔티브를 의미하는 은유로 확장한다. 마을은 오랜 시간에 걸쳐 생성되고 축적된 다양한 자원들, 즉 경제적 자원뿐 아니라 문화, 지식, 역사, 전통 등의 보고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및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를 구축하는데 마을이 보유한 유ㆍ무형의 자산을 보존하고, 그것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현대에 걸맞는 활용법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신자유주의와 국가의 하향적 권력에 맞설 수 있는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삶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디안타가 그리는 미래의 전망은 이처럼 지역에 뿌리를 둔 사회 및 경제생활이다. 이는 팬데믹 시대 가장 유력한 대안정치 패러다임으로 부상한 생태주의 혹은 자연친화적 탈성장의 정치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두 입장 모두 파괴적이고 수탈적인 글로벌 자본주의의 성장주의ㆍ팽창주의에 반대하고, 공동체 중심의 자급경제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부디안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공동체 간의 횡적 연결을 강조함으로써 일부 탈성장 정치의 반지구화 경향과는 선을 긋는다. 그는 마을문명이 글로벌 자본주의를 대체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그런 힘이 있다고 믿지도 않는다. 단지 파괴적 글로벌 자본주의의 외부 혹은 틈새에 자율적 삶의 공간을 확보하고자 할 뿐이다. 그는 디지털 통신수단으로 연결된 민주적 풀뿌리 거버넌스의 강화를 통해 이러한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코비드 팬데믹과 기후위기가 글로벌의 의미와 실천에 대한 근본적 재고를 긴급하게 요구하는 오늘, 부디안타가 말하는 마을문명의 전망은 대안세계에 대한 상상의 의미 있는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은 단순한 보건위기가 아니다. 그것은 역사적 사건이고 문명적 위기다. 이를 반영하듯 그동안 팬데믹에 대한 인문학의 개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에 유통되어온 팬데믹 관련 지식은 대부분 한국, 서구 혹은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강국들에 관한 것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 외 지역에 관한 소식은 방역과 관련한 숫자의 형태 외에는 좀처럼 전해지지 않았다. 이 책은 인도네시아의 팬데믹 대응에 관해 다루면서 방역의 성패보다는 담론, 정동, 문화 등 이른바 팬데믹 정치가 발생하고 경합하는 양상들에 초점을 맞춰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고 부족을 보완하려 했다. 이 책의 발간이 아시아의 팬데믹 정치에 관한 국내의 관심을 촉발하고 팬데믹에 관한 인문학적 논의의 심도를 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백원담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일반대학원 국제문화연구학과 주임 교수, 인문융합자율학부 교수, 한국냉전학회 부회장. 논저로는 <신중국과 한국전쟁>, <동아시아 문화의 생산과 조절>, <냉전아시아의 문화풍경 I·II>, “The 60th anniversary of the Bandung Conference and Asia”, 「냉전연구의 문화적 지역적 전화문제」 등이 있다.


이기웅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 논저로는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한다>, <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한다>, <변방의 사운드-모더니티와 아시안 팝의 전개 1960-2000>,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과 대안적 도시운동의 부상」, 「팝 에로티카-육체, 관능, 사운드」 등이 있다.


멜라니 부디안타

국립인도네시아대학교 인문학부 교수(문학 및 문화연구 전공). 인터아시아문화연구학회 회원. 최근 연구관심은 도시와 농촌 캄풍의 문화운동이며, Feminism in a Multicultural Arena:Notes from Indonesian Women’s Activism, Indonesian Women Responses to Violence, Towards an Alternative concept of Human Security, Smart Kampung, Doing Cultural Studies in the Global South 등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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