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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의 신라정신 또는 릴케 현상
한국 시학, 그 이행의 역량을 찾아서
저자 김익균 역자/편자
발행일 2019.09.11
ISBN 9791159054099
쪽수 526
판형 신국판 무선
가격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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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는 2015년에 탄생 100주년을 맞았고 곧 다가올 2020년에는 20주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서정주가 죽고 신설되었던 ‘미당문학상’은 20년을 못 채우고 폐지되었다. 그 좌충우돌의 과정에서 나온 많은 입론들의 타당성을 검증해 보기 위해서는 앞으로 좀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서정주의 신라정신 또는 릴케 현상은 서정주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으면서 한국 지성사 안에 릴케 현상의 자리를 마련한다. 서정주를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이들의 기존 논리와 거리를 두면서 1910년대 중반에 태어나 1930~1970년대에 왕성하게 활동했던 한 시인의 정신적 삶을 문제화하고 있다. 역사 속의 인물은 우선 ‘이해’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당문학상’ 존폐 논란의 와중에 장정일은 서정주의 시세계를 계승한 시인들이 미당문학상을 받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서정주의 시세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핵심 문제로 놓았다. 장정일의 입론에서 서정주는 ‘생의 구경적 탐구’를 시업으로 삼은 “한국 전통의 미학과 정신”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해방 이후 서정주의 시세계가 겉보기에는 “한국 전통의 미학과 정신”을 표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제 말 ‘동양론’과의 연관성과 맺는 관계에 주목하면 오히려 반민족적이고 고대 그리스정신의 번안이라는 혐의를 통해서는 비민족적이다. 이는 관점을 달리하면 혼종적인 식민지 근대성의 정화로 읽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서정주 시세계’를 계승한 시인이 상을 받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장정일의 주장은 근본적인 질문으로 다시 읽힌다. ‘서정주’적인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서정주의 신라정신 또는 릴케 현상』은 다음을 중심으로 서정주를 살펴보았다.


첫째, 정통적인 서정주 연구의 형이상학적인 접근을 뒤집어 구체적 역사성을 산출한다. 서정주 중기시는 한국전쟁의 고통을 초연함으로 승화 혹은 회피했다고 평가되면서 영원성이라는 서정주 특유의 형이상학적인 태도로 이해되어 왔다. 하지만 서정주의 중기시는 서정주 개인의 형이상학이 아니라 고통을 이겨나가는 한국 사회의 경험이 표현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외국문학자들 특히 불문학자들에 의해 축적된 서정주-보들레르에 대한 비교문학적 접근을 해체한다. 서정주가 ‘보들레르의 도당’이었다는 자전적 서술에 근거해 그의 초중기 시는 보들레르의 여러 시편들과 비교문학적으로 분석되어 왔다. 그러나 이 책은 서정주의 자전적 서술을 확인한바 서정주의 발언의 진의는 등단하기 전의 습작기에 ‘보들레르의 도당’이었다는 의미였음을 지적한다. 또한 서정주 발언의 맥락은 자신이 등단 직후 ‘보들레르와 톨스토이’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니체에게로 넘어갔다는 데 있음을 밝혔다. 이 책은 ‘서정주-니체’의 비교문학적 접근을 통해서 추의 미학을 개척한 ‘탐미적 서정주’ 이미지를 ‘고통의 몸부림과 자가 치유를 위한 지혜를 찾아나서는 서정주’의 이미지로 대체하고 있다.


셋째, 1970년대 서정주가 당대성을 공유하면서 민중문학과 새마을 문학 사이에서 제3의 길을 개척했음을 밝힌다. 서정주의 유년시절의 기억에 기반해 있는 『질마재 신화』는 산업화 시대에 반문명적 상상력을 제시한다는 평가와 1970년대의 당대성이 부재하다는 반론이 상존하고 있다. 『질마재 신화』의 당대성을 부정하는 논거는 ‘신라정신’의 시대착오성이라는 전제에 연원을 두고 있다. 『석사 장이소의 산책』의 서사 공간 1969년의 ‘서울-고욤다래 나루터’와 『질마재 신화』의 공간, 인물, 생태학적 자연관은 많은 유사성을 보여주는데 『질마재 신화』가 서정주의 유년기 체험과 연루된다면 『석사 장이소의 산책』의 시간이 텍스트를 집필하기 시작한, 달리 말하면 텍스트의 모티브를 얻은 시기인 1969년으로 제한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제1부_독서 대중과 시민다움의 계기로서 릴케 현상

제2부_서정주의 신라정신과 남한문학장

제1장 서정주 혐오를 역사화하기 위하여

제2장 1940년대 문학장과 신라정신의 모색

제3장 1950년대 문학장과 신라정신의 전개

제4장 1960년대 문학장과 신라정신의 계보학

제3부_서정주, 릴케 시학의 재구성

제1장 동양적 전회와 그리스적 의지-<국화옆에서>에 이르는 길

제2장 서정주의 시론 연구-신낭만주의로부터 심학에 이르는 도정

제3장 박정희 레짐과 신라정신의 마주침-<석사 장이소의 산책>을 중심으로

김익균 선생의 이 책은 다면적인 성취를 이루고 있다. 서정주라는 한국 현대시의 거장의 시를 읽는 새롭고 설득력 있는 독법을 제시하고 있을뿐더러, 서정주 개인의 시학에 대한 탐구를 넘어 그가 속해 있던 1930년대∼1970년대 한국 문학장의 중심에 서정주의 신라정신이 놓여 있음을 빼어나게 분석하고 있다. 이 분석은 세대들의 평면적‧단선적 계승관계로 한국의 문학사를 읽는 것의 피상성을 드러내면서, 한국 문학사를 읽는 탁월한 구조적‧유물론적 방법을 현시하고 있다. 이는 현재 한국의 문학장의 기원과 정체에 대한 날카로운 심문이기도 하다.

-진태원, 철학자,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종래까지 서정주의 미학을 보는 관점은 한반도에 거의 자생적으로 터전을 두었던 여러 사상들과 유불선 동양사상의 원천에 기대는 것이 보통이었다. 김익균의 금번 저술은 충실한 문학적 재고조사를 통해 서정주 자신의 입으로 연관성이나 영향을 말하지 않았던 릴케와의 관계를 성공적으로 분석해냈다는 점에서 그 성과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김익균은 그것을 해당 시기에 눈을 맞추고서 문학과 당대 현실 간의 영향관계를 문학 현상과 관련된 총체를 이루는 ‘문학장’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는 서정주와 릴케 현상을 구조적이면서 체계적으로 훑는다. 홀로 서 있는 듯한 서정시들이 그의 정치하고 섬세한 필치 아래서 환한 조명 속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가 시대상을 넘어 서정주의 신라정신과 릴케의 문학을 관류하는 본질로 본 것은 고통 속의 문학적 구원이다.

-김재혁, 시인, 고려대 독문과 교수

김익균(金益均, Kim Ig-Kyun)

1975년 부산 출생. ‘비순응적 순응’에 봉착한 진보의 한계 너머, ‘대안의 대안’을 탐색하며, 시민다움의 정치로서 문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석사 과정 중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주니어 국제한국학학술대회 논문 공모에 당선되었으며, 동국대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마쳤다. 동국대 한국문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을 역임한 뒤, 성균관대 국어국문과에서 박사후국내연수를 수행하였으며, 현재 동국대, 성균관대, 군산대 등에서 강의 중이다. 2010년 『시작』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되고 2015년 한국연구재단 우수논문에 선정되었으며, 현재 계간지 『발견』, 『리토피아』 편집위원과 한국시학회 편집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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