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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우수학술도서

제21회 노정 김재철 학술상

숨겨진 극장
식민지 흥행장의 치안과 통속 / 한국연구원 동아시아 심포지아 009
저자 이승희 역자/편자
발행일 2021.2.10
ISBN 9791159055799
쪽수 582
판형 신국판 양장
가격 3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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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원 동아시아 심포지아 9권. 제1부 '제도의 방향'은 흥행문화에 심층적인 작용을 가한 정치경제학적 조건을 들여다보면서 제도가 흥행문화를 유인해간 방향을 살피고, 제2부 '공간의 정치'는 극장을 매개로 그러한 제도의 압력과 힘을 겨루거나 그 틈새를 전유하면서 분투한 정치적 실천 그리고 그것이 남겼을 유산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제3부 '텍스트의 시간'은 그 두 가지 모두와 관계하면서 지극히 세속적인 방식으로 식민지검열의 심층을 드러내는 장소로서의 텍스트에 주목한다.


연극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때로는 신문만평까지 아우르는, 띄엄띄엄 읽는 식민지시기 공연예술의 역사지만, 제도와 공연예술의 관계를 재인식하는 유용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제1부/ 제도의 방향-법, 시장, 시스템


제1장/ 만세 전, 통제의 기술

1. 최소한의 법적 규정

2. 풍속통제의 근대성과 식민성

3. 기생, 통제의 표적 혹은 재원財源 

4. 신/구 흥행의 정치와 1915년 

5. 만세 전前 


제2장/ 흥행/장 취체의 법령

1. 「취체규칙」의 제정

2. 제국의 표준과 식민지의 공간

3. 사전검열과 현장취체

4. 독립변수의 제어

5. 「취체규칙」을 보완하는 구상들 


제3장/ 흥행시장의 세금

1. ‘돈’의 흐름  

2. 지방세로서의 흥행세   

3. 극장업에 대한 특혜

4. 수수료와 세금의 차이

5. 입장세라는 대중과세

6. 흥행시장의 숨은 손  


제4장/ 전시의 동원 시스템

1. 전시통제의 퇴적물  

2. 연극통제 시스템의 구축   

3. 국민연극의 표류

4. 1944년 ‘결전’의 임계 

5. 조선연극의 지체遲滯라는 변수

6. ‘국가’에 대한 감각



제2부/ 공간의 정치-주체, 자본, 극장


제1장/ 소인극의 불온한 군중

1. 소인극의 시대 

2. 집회로서의 연극

3. 프로-소인극

4. 신파의 사회주의적 전유 

5. 불온한 끼워 팔기   

6. 부재하는 현존     

7. 공간의 정치학    


제2장/ 공공 미디어로서의 극장

1. ‘공회당 겸 극장’     

2. 식민지의 도덕경제    

3. 문화의 기획, 사상의 취체 

4. 대안적 공공 영역의 전변  


제3장/ 조선극장의 스캔들

1. 조선극장의 월경    

2. 흥행권의 향방, 혹은 시장의 논리     

3. 불온한 삐라, 혹은 종족적 정체성     

4. 공안을 지키는 갱, 혹은 기도きど문화의 계급     

5. 경성 조선인극장의 운명     




제4장/ 만담의 탄생

1. ‘신불출’이라는 프리즘   

2. 극장 없는 조선연극     

3. 유성기 음반과 서민예술형식의 만남     

4. 웃는 웅변, 슬픈 웃음         


제5장/ 동아시아 극장의 식민성과 정치성

1. 연루된 동아시아     

2. 미디어 지배권과 지정학적 변수     

3. 반제反帝의 역사적 계기와 극장의 탄성彈性     

4. 외화 소비와 통속의 정치학     



제3부/ 텍스트의 시간-표상, 서사, 감정


제1장/ 사상통제의 압력

1. 검열의 무게    

2. 증류된 우울   

3. 혼류混流     


제2장/ 대중적 정의正義의 표상 

1. 신문만평과 사회주의     

2. 독자의 투고     

3. 사회주의 프로파간다    

4. 계급의 내셔널리티     

5. 잉여의 시간     


제3장/ 사실주의 연극의 성립

1. 사회주의와 검열     

2. 하층계급의 발견     

3. 검열의 보상구조    

4. 신파의 주술     

5. 가족과 개인     

6. 사회주의 효과의 임계     


제4장/ 신화와 유령

1. 아리랑 증후군    

2. 왜소한 상징투쟁의 시간     

3. 외속外俗의 소비-아리랑 그 후 이야기   

4. 난센스 시대의 풍속 스캔들    

5. 금지된 아카이브의 유령들    


제5장/ 국민연극의 단층

1. 임선규의 ‘역사’     

2. 박영호의 ‘밑바닥’     


표 목록   

도판 목록  

참고문헌   

이 책이 던지는 질문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공연을 위해 거쳐야 하는 행정 절차는 그냥 ‘절차’이기만 할까. 세금은 냈을까. 조세제도와 흥행장은 어떤 관계일까. 악명 높다던 식민지검열이 잘라낸 것은 해방이 되면 언제든지 복구될 수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그 ‘퇴적물’은 과연 어떤 것일까. 극장의 9할 이상이 일본인 소유라니 너무 비정상적이지 않은가. 전시통제의 경험에서 어둠을 거둬내면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그 모든 제도의 압력에서 뜻밖의 결과가 만들어지거나, 그 덕분에 생성된 상상력과 실천이 있지 않을까.

연극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때로는 신문만평까지 아우르는, 띄엄띄엄 읽는 식민지시기 공연예술의 역사지만, 제도와 공연예술의 관계를 재인식하는 유용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제1부

“「취체규칙」은 일본제국의 표준으로서 인종주의적 취체를 은폐하면서도 이를 탄력적으로 수행케 할 최소한의 법적 규정이었다. 종족적 차이를 염두에 둔 흥행/장 취체는 법령의 최소규정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수행성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취체규칙」의 지시내용이 모호하고 간단할수록, 취체의 수행은 더욱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다.”(제2장, 63쪽)

“흥행세 중심의 세제와 극장업에 대한 특혜, 그리고 입장세로 무게중심을 옮겨간 조선총독부의 조세정책은, 재조선 일본인과 일본의 흥행자본에 특혜를 부여하면서 궁극적으로는 그 경제적 효과를 전시체제에 돌입한 국가가 회수해가는 추이를 드러낸다. 전비를 충당하는 재원의 유용성, 그것이 입장세의 본질이었으며 여기가 바로 식민지 조선의 흥행 시장이 도달해야 했던 곳이다.”(제3장, 121쪽)


제2부

“한편으로 생각하자면 딱히 향유할 만한 대중적인 공연물이 희소한 상황에서 소인극 관람은 ‘굿 보러’ 가는 일에 준하는 놀이문화였는지 모른다. 아니면 소인극의 다양한 주체와 목적만큼 지극히 실용적인 수준에서의 필요였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소인극은 전연 새로운 문화형식이었다. 대중 스스로 생산과 소비를 아우르는 문화적 주체의 탄생이었으며, 이들은 소인극 실천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면서 계속해서 구성되는 존재였다. 소인극은 삶의 현장과 연계하고 사회변동을 집단적인 수위에서 반영하여 연극의 공공성을 전면화했다.” (제1장, 177쪽)

“조선인극장 설립은 3・1운동 이후의 사회 분위기에서라면 충분히 계획될 수 있었지만, ‘공회당 겸 극장’의 실현은 일정한 정치의식의 고양과 문화적 욕구 그리고 자본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다. 함흥・청진・원산의 경우, 상업자본이 일정하게 축적된 가운데 반제 및 사회주의의 사상사적 반향과 사회적 실천이 있었기에 그 기획이 실현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공회당 겸 극장’은 공간의 공유관념에 기초한 공적인 문화실천을 통해 조선사회를 단일한 실재로 상상하는 상징 투쟁의 공간이 될 수 있었다.” (제2장, 222쪽)

“조선극장의 역사를 살피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다. 1922년에서 1936년에 이르는 시간이 3ㆍ1 운동 이후 조선사회의 활력과 전시체제의 압력 사이에 놓여 있고, 그 공간적 위치가 “제국과 식민지의 모순적 동학”을 보여주는 식민지 수도 ‘경성’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조선극장이 단속적으로 뿌렸던 스캔들은, 다른 조선인극장에서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것으로 식민권력의 지배전략이 봉합하고 있는 흔적, 즉 경성의 조선인극장에서 공통적이었던 존재론적 국면의 노출이었다.” (제3장, 288쪽)


제3부

“예술 양식의 성립은 독립적인 형식이나 기법의 문제로 환원하여 설명될 수 없다. 예술 양식은 어디까지나 특정한 내용에 의해 지배되는 형식들의 체계이며, 무엇이 ‘진실’인지를 표현하는 주체의 인식론적 구조가 외면화된 결과다. 그러니 사실주의 연극의 성립은 동시적으로 진행된 사회주의와의 관계에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주의의 외면적 리얼리티는 사회주의가 인식하는 세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뿐만이 아니라 검열제도와의 역학관계에서 식민지 조선의 사실주의 연극이 어떤 양식적 모색을 했는지 살펴야 한다. 그 재현의 충동은 검열되어야 비로소 세상에 공개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3장, 432쪽)

“내게는 여전히 아리랑 증후군 혹은 <아리랑>의 신화화라는 일련의 현상이 의아스럽기만 하다. 설득력 있는 탈신화화 연구는 <아리랑>에 덧씌워져 있는 거품을 상당 부분 걷어냈지만, 아리랑 증후군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으며 그 현상 자체가 진짜로 어떤 병리적인 현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병리성은 아마도 흥행장의 정치경제학적 조건에서 비롯되었을, 운명과도 같은 초라함과 결부되어 있으리라. 다소 과장하여 묘사하자면, 영양부족으로 인한 왜소함에, 신경질적인 조증과 우울증을 반복하며, 현실을 견디기 위한 허세와 철회할 수 없는 욕망 사이에서 곤경을 느껴야 했던, 그런 상태다.” (제4장, 468쪽)

“연극이 전시의 오락이 되고 프로파간다 예술로 전위(轉位)되던 시대, 강력한 목적론적 서사에 기반하여 언어의 과잉이 강제되던 시대, 과연 국민연극의 감상주의는 어떠했을 것인가. 이 질문이 향하는 것은 영리한 검열체제와 병약한 흥행 시장에서 감정 과잉으로써 일정한 윤리적 태도를 드러냈던 감상주의의 행방이다.” (제5장, 540쪽)

이승희(李承姬, Lee  Seung-hee)

한국 근/현대연극사 연구자.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 사실주의 희곡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현전하는 자료를 객관화할 연구 방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검열 및 극장 연구를 시작으로 식민지시기 대중적인 예술 양식과 공연문화 제도의 관계를 탐색해왔다. 최근에는 그 연장선에서 해방 8년을 거쳐 한국전쟁 이후 검열제도를 둘러싼 문화정치 과정에서 빚어진 연극사적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는 중이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논저로는 <한국 사실주의 희곡, 그 욕망의 식민성>, <병자삼인(외)>(편저), <식민지 시대 대중예술인 사전>(공저), <한국영화와 민주주의>(공저), <월경하는 극장들>(공저), <전쟁과 극장>(공저), <멜로드라마적 상상력>(공역), <원본 없는 판타지>(공저), 「‘공연법’에 이르는 길」, 「‘신파-연극’의 소멸로 본 문화변동」, 「‘예륜’의 역사적 추이와 제도적 임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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