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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이름들
한국 근대문학과 식민지 모더니즘
저자 최현희 역자/편자
발행일 2023.01.21
ISBN 9791159057489
쪽수 424
판형 152*223 양장
가격 4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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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요

『도둑맞은 이름들-한국 근대문학과 식민지 모더니즘』은 식민지 시대 한국의 문학과 예술을 식민지 모더니즘이라는 틀로 다시 본다. 20세기 전반기 한국 문학은 민족주의, 식민주의, 계급주의, 전체주의 등의 이념이 교차하고, 출판문화와 필름 매체가 구성하는 근대 대중사회 속에서 모더니즘적 사유와 실험의 극한 지점들에 도달했다. 식민지에서의 모더니즘이기에, 한국 근대 모더니즘 문학은 식민지적 제약으로 극한 상황에 폐색되기도 했으나 그 궁경에서 오히려 역설적 초극의 가능성들을 추구해볼 수도 있었다. 이 책은 한국 근대문학의 식민지 모더니즘을, 미학 너머 정치적 가능성의 영역으로 모더니즘을 개방시키는 창으로 정립하고자 시도한다.


▶ 책 소개식민지에서 모더니즘은 어떻게 가능한가?

모더니즘은 대개 전통적 미학에 대한 반항과 현대적 감각의 직접적 표현을 추구하는 문예사조로 생각된다. 그러한 경향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세계 각지에서 첨예해졌으며, 보통 그 기원으로 근대 서양이 지목되곤 한다. 그러나 문학과 예술의 역사에서 새로움은 언제나 과거에 저항하고 현재에 충실하여 미래를 지향하는 흐름 가운데 나타났다. 그런 점에서 보면 딱히 모더니즘을 서양에서 기원하여 기타 지역으로 전파된 사조로 볼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모더니즘의 고향을 근대 서양으로 지정하는 생각 자체가 모더니즘의 핵심이 아닐까? 『도둑맞은 이름들』은 이처럼, 모더니즘의 본질에 연루되어 있는 서양 중심주의를 비판하는 데서 출발한다.

모더니즘의 시대, 한국은 식민지였다. 식민지는 제국이 주도하는 근대 세계질서를 강요받는, 주체성이 박탈된 장소였다. 식민지에서 전개된 모더니즘은 제국의 메트로폴리스에서 꽃피운 모더니즘의 아류에 그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모더니즘이란 과거와 결별하고 현재에 충실하고자 하는 태도이며, 나아가 현재에 충실하기만 하다면 무엇이든 세계적 동시성을 띨 수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이다. 이렇게 보면, 서양 근대가 기원으로서 먼저 존재하고 식민지 근대는 아류로서 그 이후에 온다고 보는 관점이야말로 모더니즘에 역행한다. 

오히려 서양적 모더니즘에 도달할 수 없는 운명임에도 불구하고 끝내 현재에 충실하고자 하는, 식민지 모더니즘이야말로 진정한 모더니즘이 아닐까? 과거에 영원히 붙들려있을 운명을 부여받았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적이고자 하는 수행이야말로 진정한 모더니즘이 아닐까? 이런 질문을 던지며 출발한 『도둑맞은 이름들』은 한국의 식민지 시대 문학에서 모더니즘 이념의 탁월한 사례를 발견하고자 한다.

식민지 모더니즘, 그 한국적 기원과 도달점들

한국 근대문학의 식민지 모더니즘의 성좌들은 민족주의, 계급주의, 전체주의, 여성주의 같은 사회정치적 이데올로기들과 교차하면서, 출판문화와 필름 매체를 물적 기반으로 형성된 20세기 대중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육당 최남선이 1908년, 한국 역사상 최초의 종합잡지인 『소년』에서, 세계지도 속 하나의 이미지로 ‘한국’을 지목하는 장면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그때 한국은 잡지라는 인쇄물에 실린, 지도에 표시된 한 지역에 붙어있는 ‘이름’으로 출현했다. 글쓰기 과정 자체가 문학작품의 내용을 이루는 이상(李箱)의 실험과 더불어, 이제 인쇄물은 세계의 반영이 아니라 세계 그 자체가 된다. 최재서가 이상의 글쓰기에서 현재까지의 세계가 도달한 궁극의 지점, 막다른 골목을 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최재서가 일제말기 전개한 국민문학론은 이름에 불과한 ‘한국’을 식민지 한국인들에게서 떼버리고 ‘일본’으로 바꿔치기한다. 그것은 식민지적 현재 상황에 충실함으로써 전체에 도달하고자 하는, 그리하여 식민지의 본질적 과거성을 말소해버리고자 하는, 모더니즘적 비평이었다. 또 그것은, 현재의 지속을 미래의 도래로 오해한 전체주의 정치의 근본적 오류를 체화한 사례이기도 했다. 최재서는 현 상황을 그 자체로 초월적인 미로 오해하는 전체주의의 ‘정치의 미학화’에 걸려든 것이다. 반면 최명익은 현재에 철저히 포박되어 한발도 앞으로 내딛지 못하는 ‘무성격자’들을 형상화함으로써 그러한 폐색 상태를 극화(劇化)하는 데서 멈췄다.

임화는 신문학사론에서 근대 한국에서 ‘새로움’이란 곧 서양에서 이식된 것이라고 한다. 식민지의 현재를 서양적이라고 보고 오히려 ‘한국’을 미래로 선언해버린 것이다. ‘한국’은 이제 그러한 선언의 수행에 참여하는 익명의 타자들이 구성하는 임시적 공동체가 된다. 강경애가 한국의 외부, 간도(間島)에서 생산한 작품들에서 우리는 끝내 침묵하는 여성 인물, 검열에 가려진 글자들의 연쇄를 본다. 이때 폐색된 한국의 식민지적 근대는, 침묵과 복자의 공백을 어떻게든 메꾸고자 하는 독자의 참여 가운데 미래를 향해 기어이 열린다. 온갖 한국적인 것의 현신으로 등장했던 영화 스타 문예봉은, 스타의 이름을 ‘이름’으로만 받아들여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던지는 대중의 산만한 장난질 가운데, 누구나 동일시하나 아무도 가까이 갈 수 없는 진정한 스타로 탄생한다.


모더니즘을 통한 식민지 한국문학의 가능성 찾기

『도둑맞은 이름들』은 식민지기 한국 문학에서 ‘한국’이 모더니즘적으로 기원하는 순간들을 추적한다. 대중사회의 물질적·제도적 기반 위에서 문학은 ‘한국’을 발명한다. ‘한국’은 출판물에 인쇄된 이름일 뿐이었고 그것을 자기의 이름으로 받아들인 식민지인들에 의해 실체화된다. 그것은 식민 지배 체제 내에서 식민주의자와 전체주의자들에게 도둑맞고 멋대로 곡용되고 착취된다. 그러나 ‘한국’이라는 텅 빈 이름을, 아무 근거도 없이 자기의 단 하나의 이름으로 기꺼이 부르는, 아무 근거 없는 식민지들의 수행에 의해 ‘한국’은 미래로 열린 가능성을 담는 그릇이 될 수 있었다. 『도둑맞은 이름들』은 모더니즘을 통해 식민지기 한국 근대문학에 대한 새로운 이론화 가능성을 묻는 시도이다.

책머리에    3


  서론 한국 근대문학과 식민지 모더니즘 15

1. 식민지 모더니즘의 개념과 맥락 15

2. 한국 근대문학과 식민지 모더니즘 26

3. 신모더니즘론의 맥락에서 본 식민지 모더니즘 37

4. 글로벌global, 로컬local, 내셔널national 39

5. 한국이라는 이름의 근대적 생성, 한국 근대문학 61


제1부 ‘한국’의 모더니즘적 기원과 죽음

제1장 해석자의 과거, 편집자의 역사최남선의 『소년』과 ‘한국’의 기원 73

1. ‘문학’과 ‘근대’ 사이에서-『소년』의 역사성 73

2. 『소년』의 지도-기원으로서의 매체의 물질성 79

3. 『소년』의 사진-편집자로서의 ‘신대한 소년’ 88

4. 해석과 편집-『소년』의 현재성 97


제2장 인쇄물 「날개」와 모더니즘적 글쓰기이상李箱 문학에 나타난 내재적 초월 99

1. 작가 이상의 출판 이력-‘소설’ 「날개」 해석의 방법론 99

2. 인쇄물 「날개」의 삶-모더니즘적 글쓰기의 내재성 105

3. 「날개」의 잔혹한 낙관주의-외재적 해석의 불가능성 113

4. 작품과 해석의 내재적 겹침-모더니즘의 잔혹한 글쓰기 125


제3장 이상의 죽음과 식민지성의 초극아방가르드의 순간, 도래하는 전체주의 130

1. 모더니즘의 시간과 아방가르드의 순간 130

2. ‘이상’이라는 흔적 139

3. ‘이상’ 만들기 혹은 이상과 함께 머물기 167

4. ‘저 너머’의 현실화와 전체주의의 도래 189


제2부 식민지 모더니즘의 양극단미학화와 극화(劇化)

제4장 식민지성의 이론화와 정치의 미학화최재서의 국민문학론과 모더니즘 195

1. 최재서의 모더니즘적 리얼리즘 195

2. 지성과 모럴-모더니즘과 미학의 정치화 198

3. ‘한국’이라는 이름과 식민지성-국민문학론 212

4. “이론화”에 대한 저항-전체주의에서의 정치의 미학화 226

5. 국민문학론의 이론성에의 투신 238


제5장 이중의 식민지성과 보편주의아메리카니즘의 근대와 그 식민지적 초극 244

1. 아메리카니즘, 식민주의, 보편주의 244

2. ‘아메리카=물질’과 ‘일본=정신’의 사이에서 248

3. 이중으로 식민화된 한국과 보편주의 255

4. 아메리니카니즘으로부터 역사성을 구출하기 260


제6장 식민자의 미학과 식민지인의 문학전체화하는 자본, 식민지 모더니즘의 문학주의 265

1. 제국과 민족 사이-일제 말기와 자본주의 265

2. 자본의 전체화와 제국의 미학-미키 기요시의 협동주의 271

3. 내파하는 자본, 식민지인의 문학-최명익의 문학주의 279

4. 자본주의의 초월성과 문학주의의 내재성 290


제3부 식민지도 근대도 아닌……‘한국’이라는 이름

제7장 문학주의적 주체론과 역사의 이념임화의 신문학사론에 나타난 ‘한국’이라는 민족 295

1. 임화의 현대주의 295

2. 문학주의적 주체론 300

3. 비평가와 역사, 비평가의 역사 305

4. 문학과 민족 사이-신문학사의 이론 312


제8장 간도적 글쓰기에 나타난 여성성강경애 문학에 나타난 식민지성과 그 전유의 양상들 318

1. 간도적 글쓰기 318

2. 여성의 침묵 325

3. 먹칠과 인쇄 사이 331

4. 간도적ㆍ여성적 글쓰기의 문제성 339


제9장 스타 문예봉의 도둑맞은 이름전체주의와 영화, 그리고 식민지 대중 341

1. 전체주의 체제와 영화법 341

2. 영화법과 조선영화령-전체주의 제국에서 영화의 위치 345

3. ‘조선’과 ‘영화’ 혹은 조선영화라는 물질성 359

4. ‘문예봉’이라는 도둑맞은 이름 384



에필로그   408

참고문헌   414

간행사   423

모더니즘을 논할 때 우리가 주목할 것은 20세기 초 서양적 근대성의 세계적 전파 과정이 아니라 모더니즘을 통해 20세기의 서양 중심적 근대성이 그 무한한 복잡성을 억압하면서 글로벌한 헤게모니를 장악해간 과정[이다.] 20세기의 어느 시점에 일어났다가 멈춘 단선적 전파와 수용이 아니라, 무한한 “차용(borrowing)의 장기 지속”으로 모더니즘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16~17)


식민지 모더니즘은 식민지 현실의 부정성과 그것에 대립하며 또 초극하는 이념적 근거로서의 이상적(理想的) 근대성이 식민지 현실과 동시적으로 공존하는 상태를 포착한다.(23)


식민지 모더니즘은 식민지를 근대성이 완전히 전개된 장소로 재구(再構)함으로써 식민지성의 역설적 중심성을 부각시키고, 그리하여 식민지성과 근대성의 상극이라는 틀 자체를 의문에 부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25)


식민지 한국인은 식민자가 강요하는 근대성에서 벗어나는 ‘한국’적인 것이 어떻게 하면 근대적 주체로서의 자기가 될 수 있는지를 근본 문제로 부여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곧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한 기호”로서의 근대성에 함축된 수사적 전도(顚倒)성을 재전도하는 식민지 모더니즘이라는 문제인 것이다.(29)


식민지인의 모더니즘은 자기의 현재를 향하여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는 과거-미래에 압사할 것이 분명한데도 그 잔해 더미 아래 기어코 자기를 밀어 넣는 수행이다. 반면 식민자의 모더니즘은 현재의 자기로 과거와 미래를 눌러서 요철이라곤 하나도 없는 완전한 평면을 만드는 수행이다.(31)


한국 근대문학은 식민지 모더니즘을 통해서 식민주의를 통해 근대적 주체로 탄생하는 ‘한국’이 형성되는 현장이며, 이것은 (…중략…) 근대 세계라는 글로벌한 층위와 거기 속하거나 속하지 않는 로컬한 층위가 내셔널한 (‘한국’이라는) 층위의 형성 과정 가운데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이 될 것이다.(65~66)


『소년』의 지향점이 내셔널리즘이라면 그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 어떤 축적 과정도 거치지 않고 네이션이, 『소년』의 출판이라는 사건이 발생하는 순간 갑자기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남선은 그러한 사건의 주체였다는 점에서 내셔널리스트였던 것이며 동시에 역사상 최초의 근대인으로 자리매김된다.(98)


「날개」는 독자가 자신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날개」의 세계 내재적 실존을 초월하지 않도록 하면서, 자기의 글쓰기 과정에 말려들도록 만드는, 모더니즘의 잔혹한 글쓰기의 차원에 이르고 있다.(129)


이상[李箱]이 근대 전체와 대결하고 있다면, ‘이상’은 그러한 구도가 생성되는 순간을 표시한다. 이상과 근대를, 우리로서는 뚫고 들어갈 수 없는 두 개의 대극적(對極的) 전체로 생성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이다.(166)


최재서가 자기 자신 나아가 근대의 모든 것을 발견한 ‘이상’이라는 이름은, 동시에 그 모든 것을 넘어선 ‘저 너머’를 가리키는 기호이기도 했다.(188)


최재서의 경우에서 보듯, 식민지인은 전체에 귀의하기 위해 자기를 벌거벗은 생명으로 환원하고 거기에 ‘일본’의 이름을 붙이는 과정을 거친다. 즉 식민지인의 미학화에는 철저한 자기 말소, 즉 현실의 전적인 부정이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부정에 이어 문화의 이름으로 전체를 긍정하고, 바로 여기서 미학화의 핵을 이루는 심연과 그 봉합이 그 전모를 드러낸다.(238~239)


일제 말기 한국문학으로부터 포착한 이 ‘이중의 식민지성’은, 그 포착의 주체인 우리가 그것의 순간성을 보존할 때에만 보편주의의 길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암시를 준다.(260)


식민지인의 신체는 세계화한 자본주의라는, 어떤 고저도 없고 어떤 흠도 나있지 않은 평면에 남겨진 흔적으로 존재한다. 그 흔적은 세계의 모든 구석을 환원시킨, 완전한 평면위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 평면 위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279)


임화의 ‘조선’은 (…중략…) “보편사”를 구상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집단적 주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중략…) 즉 ‘조선’은 (…중략…) 끊임없는 부정과 재부정의 반복 가운데서 도래하는 미래적 순간성들을 지칭하는 것이다.(316~317)


간도 시대 강경애 문학은 어떤 의미화도 거부하는 ‘문제’의 형식으로 남으며, 그것을 해석하는 현재의 독자는 그 문제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제시하려다가 실패하는 자로 남을 것이다.(340)


스타 문예봉은 사산된 채로 태어난다. 그리고 대중은 그를 문예봉의 이름을 “도적”질한 “기생”으로 부름으로써 이 고매한 영화 예술가이자 덕성 높은 부인으로 조선을 대표하는 스타가 가진 그 모든 인간성을 일순간 무화시킨다.(407)


모더니즘은 언제나 식민지 모더니즘일 수밖에 없으며 식민지 없는 모더니즘이 이 세계에서 실행 가능하다고 믿는 순간 전체주의라는 함정을 피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장이었다.(412)

최현희  崔賢熙, Choe Hyonhui

한국외국어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현대문학 전공으로 석사를,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 동아시아어문학과에서 일제 말기 한국 모더니즘 문학과 전체주의 문화론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도쿄외국어대학 총합국제학연구원 외국인연구자,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초빙교수, 서울대 대학원 비교문학 전공 강사 등을 지냈다. 『동아시아 예술 담론의 계보』 등을 공저했고, 『미래가 사라져갈 때』 등을 공역했으며, 한국 근대문학에 관한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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