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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밭은 나의 안식처
저자 나이주 장편소설 역자/편자
발행일 2026-08-30
ISBN 979-11-7549-090-1 (03810)
쪽수 340
판형 140*210 무선
가격 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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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이 사라진 사람들의 삶을 문학으로 복원하다

북파공작원 출신 나이주 작가가 북파공작원들의 삶을 소설로 썼다. 장편소설 『지뢰밭은 나의 안식처』는 작가가 직접 체험한 공작 세계의 감각을 바탕으로, 국가의 명령에 따라 적지에 침투하고도 임무가 끝난 뒤에는 존재마저 부정당해야 했던 비정규 공작원들의 삶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소설은 1994년 11월 29일부터 12월 12일까지, 세 명의 공작원이 북한 현리 비행장의 VX 화학탄 저장시설을 폭파하고 귀환하는 14일간을 따라간다. 북한군 공병 출신으로 북한을 탈출한 강성, 아버지는 납북되고 어머니는 지뢰 사고로 잃은 덕유, 고정간첩이었던 아버지가 자수한 뒤 부모를 잃은 고산. 서로 다른 분단의 상처를 지닌 세 사람은 지뢰밭과 철책, 감시초소를 뚫고 북한 깊숙이 침투한다.

 

국가에 속해 있지만, 국가에 속할 수 없는 존재

『지뢰밭은 나의 안식처』의 또 다른 특징은 공작 현장의 구체성이다. 비트 구축과 흔적 제거, 지뢰와 각종 장애물 개척, 지형과 식생을 이용한 방향 탐지, 적진 관찰과 암호 송수신, 침투와 철수 과정이 세밀하게 펼쳐진다. 문학평론가 정선태 교수는 작품 해설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이들을 위한 진혼곡」에서 이러한 묘사가 “체화한 경험이 없이는 불가능할 정도의 구체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북파공작원의 특수한 세계를 보여주는 데 머물지 않는다. 국가가 필요할 때는 전사였지만 임무가 끝난 순간 존재 자체가 부담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통해, 한 인간이 국가와 이념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서 어떻게 소모되고 지워지는지를 묻는다. 죽음의 공간인 지뢰밭이 남과 북 모두에게 쫓기는 강성에게 오히려 마지막 은신처가 된다는 제목의 역설도 여기에서 생겨난다.

 

국가는 한 인간에게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는가.

마지막 순간 강성은 국가가 명령한 죽음을 거부하고 자신의 마지막 걸음만큼은 스스로 선택한다. 정선태 교수는 이를 “개인의 사소하지만 위대한 결단”이라고 평한다.

『지뢰밭은 나의 안식처』는 북파공작원의 무용담도, 비밀공작의 세계를 폭로하는 르포도 아니다. 북파공작원이 자신의 경험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밀어 올려, 국가가 필요로 했으나 끝내 이름을 지워야 했던 사람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소설이다.

“이념의 광기와 국가의 폭력에 짓눌려 그림자처럼 숨죽이고 살아온 강성의 삶, 고산과 덕유의 시신을 지뢰밭에 묻어주고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다운 존엄을 지키려 했던 강성의 힘겨운 발자국이 어떻게 하면 헛되지 않을 수 있을까”(본문 338쪽 중에서). 국가가 명령한 죽음을 거부하고 자기 발로 마지막 방향을 선택하는 강성의 걸음을 정선태 교수는 “개인의 사소하지만 위대한 결단”이라고 평한다. 

『지뢰밭은 나의 안식처』는 기록에서 사라지고 숫자로 남은 사람들을 영웅으로 만드는 소설이 아니라, 그 숫자 하나하나를 다시 이름을 가진 한 인간의 삶으로 되돌려놓으려는 진혼곡이다.

프롤로그  사선(死線)에서 

 

1장 제인 러셀의 가슴으로

2장 지하 만리장성 오성산

3장 도마복음과 세포군

4장 현리 비행장

5장 VX, 소돔과 고모라

6장 컴포지션 동굴

7장 죽음의 위에서

8장 죽음의 아래에서

9장 짧은 해후

10장 고암산과 역곡천

11장 지뢰밭에 잠들다

12장 이름이 불리다

13장 사울 3, 3, 3!

14장 Time in a Bottle

 

작가의 말

작품해설_정선태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이들을 위한 진혼곡

선두에 선 덕유가 무릎을 꿇고 철조망을 절단했다. 활주로 남쪽의 3번 격납고와 가장 가까운 지점이었다. 관제탑이 위치한 중앙부보다 건물 밀집도가 높았고, 좌우로는 포병부대, 박격포, 고사포 중대들이 집중되어 있었다. 비교적 경계가 느슨한 북쪽과 달리 진지와 건물이 조밀하게 모여 있는 것만 봐도, 3번 격납고의 전략적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주변 대공화기 운용 부대로 이어지는 길들은 제설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5장. VX, 소돔과 고모라)

 

어둠 속에서 날아든 총알은 삼각근을 관통하지 않고 견갑골을 스치며 금을 내고 멈췄다. 둔탁한 둔기에 세게 얻어맞은 듯한 첫 충격 후, 불에 달군 쇳조각이 근육 속을 지나가는 듯한 싸한 열기가 퍼졌다. 팔이 순간적으로 접혔고, 어깨부터 손끝까지 뜨거운 전류가 흐르듯 무감각과 감각이 교차했다. 살점이 예리하게 갈라지는 감각과 뼈를 타고 번지는 묵직한 진동, 미세하게 깨진 견갑골이 숨 쉴 때마다 신경을 긁었다. 가장 끔찍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찾아온 둔하고 깊숙한 통증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찢어진 근육이 비틀리며 파열되는 느낌, 뼈를 타고 전달되는 묵직한 고통이 몸을 한순간씩 얼어붙게 했다. (8장. 죽음의 아래에서)

 

비트 안은 숨소리만 가늘게 퍼질 뿐 침잠해 있었다. 갈대 틈으로 스며드는 습기와 냉기가 겹겹이 피부를 덮었고, 그것은 감각이 아니라 무언가 내면의 결을 더듬는 듯했다. 고산은 강성의 이마를 여러 차례 만져 체온을 확인했고, 덕유는 갈대 벽을 손끝으로 눌러 바깥 기척을 살폈다. 비는 오후쯤 잦아들었다. 갈댓잎을 두드리던 빗방울 소리는 간헐적으로 이어지다 이내 멎었고, 날이 넘어가면서 비트 안의 어둠도 더 짙게 깔렸다. 어둠은 바깥보다 안에서 먼저 깊어졌다. 트리오는 각자의 방식으로 긴장을 다독이며 어둠을 마중하고 있었다. (11장. 지뢰밭에 잠들다)

나이주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독학으로 검정고시와 국어국문학 학위를 취득했다. 군 복무 시절 특수임무를 수행하며 분단의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 『지뢰밭은 나의 안식처』는 사라진 이름들을 기록하기 위해 쓴 첫 장편소설이다. 현재는 7년간의 양봉 경험을 바탕으로, 장편소설 『소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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