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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맥』의 시간들
1960년대 한국의 지식장과 탈냉전의 아포리아
저자 공임순,김나현,남현지,박연희,송은영,옥창준,이성주,이철호,장세진,조송이,조은애,최진석 역자/편자
발행일 2026-05-30
ISBN 979-11-7549-062-8 (93810)
쪽수 602
판형 152*223 무선
가격 3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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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혁명당’의 지하간첩단 사건의 정점으로부터

1968년 8월 24일, 중앙정보부는 무려 158명이 연루된 ‘통일혁명당’이라는 지하간첩단 사건을 발표한다. 『청맥』은 이 사건의 정점에 있던 김종태가 북한의 공작 자금으로 발간하여 반정부, 반미 활동을 전개한 매체로 알려지면서 공안정국의 역사가 되었다. 『청맥』은 1964년 8월에 창간되어 ‘절찬 속에 발매’라는 화려한 신문 광고 문구와는 달리, 3년 만에 통일혁명당의 기관지라는 낙인 속에서 단명했다.

그러나 『청맥』의 발행 기간이 비교적 짧았다고 해서 그 의미까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잡지는 국제사회가 규정한 신생국 혹은 후진국의 정치·사회·문화적 성격과 그러한 규정에 대응하는 한국 내부의 자의식을 비교·분석하는 데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극단적 좌우 이념 속 1960년대의 한국문학사를 엮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국제관계가 고도화된 오늘날 극단적인 좌우 이념의 난맥상 속에서 1960년대 간첩단 사건으로 단명한 잡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한반도 냉전사를 다시 읽고 재평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김우창, 백낙청, 구중서, 남정현, 조동일, 김승옥, 김수영, 최인훈 등의 문학지면은 1960년대 한국문학사의 여러 쟁점과 관련해 재독 가능하다. 요컨대 『청맥의 시간들』은 냉전 논리를 넘어 지식인들이 진단하고 상상했던 세계 후진국과 아시아의 미래상은 무엇이었는지, 문학 지면에서 다루어진 창작과 비평은 1960년대를 어떻게 의미화하고 있었는지 등을 살피는 데 있어서 시사점이 적지 않다. 

그간 1960년대 잡지 연구서는 주로 『사상계』에 한정해 출간되었고 『청맥』 연구서는 처음이다. 『청맥』의 다양한 성격과 이념은 때로는 저널리즘으로서의 역할에서 벗어나 국가시스템을 이데올로기적으로 합리화하고 또 때로는 국제정세론을 아카데미즘으로 확대시키며 복잡한 지식장의 회로를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청맥의 시간들』을 통해 지금껏 논의되지 못한 상이한 역사적 모멘트들 위에 지식과 이념의 문제를 새롭게 위치시키고 더 나아가 그에 대한 연구 성과로서 여러 사회이념을 번역하는 지식 전파자, 수용자의 정치, 사회, 문화적인 논리를 탐색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따라서 이 책은 『청맥』의 전체 지면을 중심으로 전후 한국학의 형성과 냉전 지성사의 새로운 연구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자리에 모인 한국문학 연구자들의 글을 엮어낸 것임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청맥』이 표방한 이념과 정보의 통학문적 성격을 살펴보고, 그로 인해 형성된 1960년대 한국 사회의 지식장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책을 내면서

 

제1부 | 냉전의 이행기와 국익의 다원화

제1장 1960년대 자주-자립의 중립화론 -『청맥』의 탈후진성 담론과 국익론을 중심으로_ 박연희

제2장 『청맥』의 아시아와 민족 - 자립, 다원, 민족문화론을 통해 본 포스트식민 지성사의 한 측면_ 조은애

제3장 『청맥(靑脈)』 혹은 실종된 유산들의 아카이브 - 1960년대 중반 통일 담론을 중심으로_ 장세진

제4장 냉전기 한국 지식인의 아시아 아프리카 상상_ 옥창준

 

제2부 | 한일협정과 지식인의 분화

제1장 한일협정의 국면과 ‘매판’의 문제틀 - 『청맥』의 대응을 중심으로_ 공임순

제2장 엘리트 담론의 안과 밖 - 1960년대 중반 『청맥』을 중심으로_ 김나현

제3장 근대적 ‘기능’과 비판적 ‘전위’의 길항 - 1960년대 중반 『세대』와 『청맥』의 지식인상 및 후속 세대 교육론 비교_ 최진석

제4장 1960년대 북한연구와 ‘후진’의 위상학 - 글렌 D. 페이지의 정치학을 사례로_ 박연희

 

제3부 | 민중지향적 민족문학(화)의 외연 확장

제1장 개발의 타자들 - 1960년대 중반 『청맥』의 하층민 재현과 담론_ 송은영

제2장 1960~1970년대 후진성 테제와 자립의 반/체제 언설들 - 마오주의의 제3세계적 지평과 ‘민족문학’의 유동하는 현장들_ 공임순

제3장 1960년대 민족문화론과 최인훈  -『회색인』과 『서유기』 재독_ 이철호

제4장 『청맥』의 ‘장시(長詩)’ 고정란과 새로운 민족문학의 모색_ 남현지

제5장 조동일의 초기 문학사 연구에서 ‘고독’ 의 의미 - 「시인의식론」을 중심으로_ 조송이

제6장 ‘고립과 자립’을 넘어 - 민중시의 형식과 정치성_ 이성주

 

부록

김질락(本誌 主幹), 「조국은 금치산자」

「창간사」 전문

권두언 및 편집후기

『청맥』 목차 통권 1~26호, 1964.8~1967.6

 

초출일람

저자소개

한편, 1966년 7월호부터 새롭게 마련된 지면 〈최악의 졸작〉은 민족문화론의 실제적 적용 사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본 청맥 운영진의 소환 사태 이후 그동안 가장 강력하게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비판을 이끌었던 권두언이 사라지면서, 비판의 어조는 이 〈최악의 졸작〉 시리즈를 통해 무기명으로 게재되며 문화적 방면으로 구체화·노골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서도 이어령과 김동리에 대한 비판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졌다. (92쪽)

 

『청맥』의 하층민 표상이 ‘민중’이라는 아이디어에 접근하기 시작하는 것을 보여주는 첫 소설은, 앞에서 언급한 오영석의 「야만인」이다. ‘자갈채취장 르뽀’와 함께 1966년 8월호에 실린 이 소설은 무력한 하층민 노인을 그리지만, 계급의 분화에 따른 분노와 자의식이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자기 개를 물었다며 고발하겠다고 주인공 성기도에게 고함 지르는 이웃집 사나이는 “그따위 똥개일랑 일찌감치 처치해버리란 말요. 우리 루비로 말하면 수십만원이나 주고 독일에서 구입해온 순종이란 말요. 그래 개를 얼마나 굶겼기에 도둑개를 만들어 남의 집에 기어들어와 음식을 훔쳐먹게 한단 말요?”라고 외친다. (309쪽)

 

1960년대의 ‘근대화론’은 미국의 제3세계 정책에서 출발해 박정희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근대화를 정치적인 이념으로 내세운 후 한국사회의 전 분야에서 지배적인 담론이 되었다. 미국의 근대화론자들은 ‘전통’과 ‘근대’의 이분법에 기초해 세계사의 발전단계를 구성하고 ‘전통사회’에 해당하는 비서구사회는 ‘근대사회’인 서구의 충격을 통해 근대화를 이행해야 하는 존재로 규정했다. 근대화는 결국 근대라는 ‘가치의 일반화’를 의미하며 근대화론은 상이한 사회를 보편적인 이론으로 비교분석하고 사회변동을 지수화함으로써 발전과 개발이라는 개념을 통해 서열화가 가능한 것으로 만든 것이다. (411쪽)

공임순 孔任順, Kong Im-soon
서강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및 민족문학사연구소 연구책임자.

김나현 金娜賢, Kim Na-hyun
충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교수.

남현지 南弦志, Nam Hyun-ji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박연희 朴娟希, Park Yeon-hee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송은영 宋恩英, Song Eun-young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옥창준 玉昌埈, Ok Chang-joon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정치학 전공 조교수.

이성주 李成柱, Lee Seong-ju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이철호 李喆昊, Lee Chul-ho
대구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부교수.

장세진 張世眞, Chang Sei-jin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교수.

조송이 趙松怡, Cho Song-lee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졸업.

조은애 曺恩愛, Cho Eun-ae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교수.

최진석 崔珍碩, Choi Jin-seok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박물관 근대교육사연구센터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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