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조해옥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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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11.25 | ||
ISBN | 9791159058264 | ||
쪽수 | 268 | ||
판형 | 140*210 무선 | ||
가격 | 21,000원 |
저자는 이상의 내면을 형성하는 토대는 육체라는 설정 아래 이상의 시의식을 다루었다. 더이상 관념의 대상이 아닌, 확고한 존재로 인식되는 육체는 자기 존재를 관찰할 수 있는 객관적인 탐구 대상이 된다. 이상은 의식으로 통제되지 않는 자생적 힘을 육체에서 발견함으로써 관념의 허상을 드러낸다. 동시에 절단되고 파괴되는 육체를 통하여 시적 자아의 소외를 보여준다. 이상의 시에서 시적 자아의 의지로 제어할 수 없는 육체의 파괴성은 생명이 소진되어 가는 육체적 조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 같은 이상의 육체의식은 실재하는 물리적 공간과 융합한다. 이는 육체와 그 육체가 조직하는 세계와의 긴밀한 상관성을 입증한다. 시적 자아의 병든 육체는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토대이다. 생명이 소진되어 가는 육체는 1930년대 경성의 병든 공간을 첨예하게 인식하게 하는 기초가 된다. 이상의 시에서 병든 육체와 도시의 병듦이 결합되어 육체의 공간화와 공간의 육체화가 이루어진다. 이상의 시에서 자아를 억압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일상은 시계시간으로 획일화되는 생활을 가리킨다. 이상이 시간의 흐름을 철저하게 소모의 개념으로 인식하게 된 원인의 하나는 시계시간의 질서체계 속에서 적응하도록 강요받는 근대인의 삶의 조건이다. 다른 한가지는 병든 육체라는 생의 조건이다. 각혈로 상징되는 점차 파괴되어 가는 육체는 이상으로 하여금 시간의 흐름을 소모로 인지케 하기 때문이다. 이상의 시에서 육체는 그 육체가 실재하는 시․공간과 결합하면서 불안과 절망이라는 자의식 생성의 기저로 작용한다.
저자는 이상이라는 시인에 대해 알고자 하지 않았다. 또 이론이 작품을 압도하는 해석을 지양하려고 했다. 그 동안 작품 외적 접근 태도의 연구가 시 해석을 위축시킨 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상의 시가 지니고 있을 자생의 영역을 최대한으로 확보하고 싶었다.
이상은그의시「시제8호(詩第八號)해부(解剖)」에서“시험담당인은피시험인과포옹함을절대기피할것”이라고표현한바있다. 이 말은 관찰자와 관찰 대상 사이에는 과학적인 엄정함이 존재해야한다는 뜻이다. 그 대상이 자기 자신일 때조차도 이상은 철저히 객관적인 거리를 두었다. 마찬가지로 저자는 이상과 엄격한 거리를 유지하고, 이상 시를 탐구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상의 시적 자아들이 파괴되어 가는 자신의 육체적 조건 속에서 끝까지 자신에 대해 과학자의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듯이, 저자 역시, 이상과의 엄정한 거리를 허물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죽음 앞에서 지극히 무력한 한 인간의 아픔을, 인간 이상을 이상의 시에서 보았다. 불가항력적인 죽음의 힘 앞에서 과연 근대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이상 시를 연구하는 데 가장 큰 문제점은 기간(旣刊)된 이상 시 전집류에서 드러난 오류가 수정되지 않은 채, 연구 텍스트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우려할 만하므로 저자는 이상 시의 텍스트 원전을 <사진으로 보는 자료>로 따로 묶어 게재하였다. 작품이 지면에 발표되었던 원형 그대로를 살려서 실은 이유는 기간된 이상의 시전집들에서 발견되는 오류가 수정되지 않은 채 반복되기 때문이다. 작자가 이상의 본명인 김해경과 필명인 이상으로 발표된 작품들만을 여기에 일차로 게재하고자 한다. 본문에서 이상의 일문시(日文詩) 가운데 초역(初譯)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부분은 일문학을 전공한 서선옥 선생의 도움을 받아 수정을 가하였다. 앞으로의 과제는 일문시의 번역이 전면적으로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책머리에
제1장/ 서론
1. 문제제기
2. 연구사 검토
3. 연구 방법과 범위
제2장/ 물체로서의 육체와 육체의 자율성
1. 과학적 시선으로 해부되는 육체
2. 자기 탐구 대상으로서의 육체
3. 자율적 존재로서의 육체
제3장/ 육체와 근대 공간
1. 근대 도시의 부정적인 이면과 병든 육체의 융합
2. 개체화된 육체의 고립 공간
3. 가치전도의 공간과 주체의 일탈
제4장/ 육체와 근대 시간
1. 두 개의 태양과 일상 시간의 무의미함
2. 소진되어 가는 육체와 시간의 소모성
3. 불모지에서의 식목(植木)
제5장/ 결론
참고문헌
사진으로 보는 자료
찾아보기
이상의 시는 정신에 속한 육체, 혹은 관념에 의해 형성된 육체가 아니라, 외부세계와 능동적인 관계를 맺는 물체적 근거로서의 육체를 보여준다. 그의 육체는 “피와 살이 살아 숨쉬는 진짜 몸”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육체인식은 이상화된 육체, 혹은 정신과 종속관계에 있는 육체 개념에서 벗어나 육체를 ‘그 자체로 바라보려는’ 시각이다. 이상에게 사실적인 육체는 자기 발견을 위한 대상물이자 주체가 된다. 이상은 과학적 시선 속에서 해부되는 육체에 대한 사유를 보여준다. 이상은 다음의 시에서 신체의 장부를 기하학적 도형으로 재현하고 있다. (34쪽)
이상은 의식으로 통제되지 않는 자생적 힘을 육체에서 발견함으로써 관념의 허상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면서 동시에 절단되고 파괴되는 육체를 통하여 시적 자아의 소외를 보여준다. 이상시에서 시적 자아의 의지로 제어할 수 없는 육체의 파괴성은 소진되어 가는 것으로 인식하는 그의 육체의식과 긴밀하게 연관된다. (192쪽)
조해옥 趙海玉, Cho Hae-ok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1963년 부평에서 출생하여 부여에서 성장했다.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학술서로는 『이상 시의 근대성 연구』(2001), 『이상 산문 연구』(개정증보판, 2016), 시 비평서로는 『도로를 횡단하는 문학』(2004), 『생과 죽음의 시적 기록』(2006), 『전환의 문학』(2006), 『타오르는 기호들』(2022)을 출간했다. 2009년 한남문인 대상 산문 부문, 2022년 제34회 대전시 문화상 학술상을 수상했다. 현재 『이상 리뷰』 편집위원이며 한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