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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비교문학
근대성의 서사, 담론, 정동
저자 서영채 역자/편자
발행일 2025-02-28
ISBN 979-11-5905-549-2 (93810)
쪽수 504
판형 152*223, 각양장
가격 3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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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에서 벌어진 근대적 주체 형성의 드라마를 문학의 시선으로 보다

 

한중일 세 개 언어권의 근대문학 작품을 함께 다루는 『동아시아 비교문학』은 동아시아의 문학 속에서 표현된 근대적 주체 형성의 드라마를 포착해낸다. 난폭한 외부자로서의 근대성과 맞닥뜨렸을 때, 동아시아 사람들을 스쳐간 마음의 표정을 문학의 시선으로 보고자 한다. 주로 역사 존재론적 맥락의 비교로 한 집단이 공유하는 역사적 경험과 한 개인에게서 드러난 존재론적 간극이 합해진 결과를 목격하게 된다. 이 둘이 겹쳐지면서 만들어내는 드라마를 포착해내는 일이란, 근대 동아시아가 지닌 고유의 장소성을 밝히는 일이기도 하다. 한발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역사적 풍토 세 겹이 겹치고 꼬임으로써 생겨나는 인문적 맥락은, 그 자체가 동아시아적 드라마의 모태이자 장소성으로서, 근대적 주체 형성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전통 윤리에 대한 부정, ‘둘째 아들의 서사’

 

문학은 구체적인 사람의 삶의 마음을 다룬다. 가족 서사는 한 사람이 경험하는 최소 단위의 사회적 서사로서 사람의 삶에 필수적이다. 한 개인의 삶에서도 그러하며, 시민 사회나 국가의 단위로 확장될 경우에도 가족 서사는 비유의 형태로 유지되곤 한다. 근대성과 함께 출현한 개인의 서사는 기본적으로 아버지의 집을 나온 자식들의 이야기이며, 사회적으로는 보수적 기성 질서에 대한 저항자이자 주관적 진정성의 왕국을 향해 나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이다. 이 서사를 소세키 소설의 예를 들어 ‘둘째 아들의 서사’로 명명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둘째 아들의 서사’를 대표하는 것은 가장 먼저 근대 국가로의 전환에 성공한 일본문학의 경우이다. 한국과 중국의 문학은 근대화의 후발국으로 자기 고유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둘째 아들’의 일이 아니라, 집안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첫째 자식의 일이 된다. 그러므로 첫머리에 계몽이 등장한다. 자기 나라의 현재와 민족의 미래에 대한 발언을 한다는 마음가짐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 곧 첫째 자식의 서사이자 계몽문학으로서 자리잡게 된다. 이는 곧 자기 자신이나 사회적 수준의 진정성이 아니라 한 국가나 민족 수준에서 생겨난 존망의 위기감을 책임지고자 하는 정신의 산물이다. 

이 두 개의 서사로부터 떨어져 있는 지점에 존재하는 것이 ‘탕아 서사’이자 막내 자식의 서사이다. 민족이나 개인의 자기 보존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첫째 자식의 서사와 구분되고, 개인의 진정성을 노골적으로 부정하면서 유희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둘째 아들’의 진정성 서사를 부정한다. 탈-사회적이면서도 또한 동시에 매우 격렬하게 사회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스스로를 ‘탕아 서사’로서 정위하는 막내 서사의 모습이다. 이 세 번째 서사가 대표하는 것은 문학에 내재되어 있는 예술로서의 충동이며, 문학을 향한 정신이 육탈하여 단단히 다져졌을 때 등장하는 문학의 자기 목적성이기도 하다. 

이 세 개의 서사에 관한 부분이 이 책의 6개의 장을 이루며, 여기에 담론과 정동의 차원이 덧붙여진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외치는 자, 저항하는 자, 배우는 자, 응시하는 자의 자리가 만들어내는 네 개의 발화 형식이다. 주체에 의해 설정된 발화 형식에 따라, 그 사람의 자기 서사는 강박증자나 히스테리자의 것이 되기도 하고,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 혹은 전형적 책임 회피의 산물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자기 서사를 바라보는 태도의 윤리를 드러내 보여준다. 

이 책의 마지막 두 장에서 다루는 죄의식과 부끄러움은, 서사의 골격으로 보면 부수적인 것이지만 드라마의 내부로 들어가면 주체 형성의 핵심적 동인이자, 근대 백 년을 관통해온 마음의 연대기가 된다. 

책머리에 

 

 

제1장  동아시아라는 장소와 문학의 근대성 

동아시아의 근대성과 문학

세 개의 근대성-정치, 윤리, 미학

근대성의 자기-외부성과 동아시아에서의 문학

실용주의적 전회로서의 근대성-장즈둥, 후쿠자와 유키치, 김옥균

동아시아 근대문학의 세 가지 양상-자살, 처형, 그 사이의 결핵

목 없는 근대성, 맥락의 겹침

 

제2장  둘째 아들의 서사-염상섭, 나쓰메 소세키, 루쉰

외심으로서의 근대

열정과 냉소, 이광수와 염상섭

문학적 근대성과 ‘둘째 아들의 서사’

불안에서 책임으로 나아가는 두 개의 길 소세키와 염상섭

루쉰의 역설, 횡참과 횡보

동아시아 근대 서사의 원형

 

제3장  무한공간의 정동과 존재론적 불안-아리시마 다케오, 루쉰, 이광수, 염상섭,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근대성과 존재론적 요동

괴물로서의 무한공간-파스칼과 톨스토이

아리시마 다케오의 삶의 특이성

종교와 문학, 아리시마 다케오의 자아주의

루쉰, 이광수, 염상섭

관조와 비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사다리

니체와 헤겔 너머 스피노자의 비애

 

제4장  계몽의 불안-루쉰과 이광수

20세기 초반의 동아시아와 ‘계몽문학’

루쉰-‘무쇠 방’의 비유가 지닌 두 개의 증상

계몽의 불안 대 존재론적 불안

이광수 서사의 증상들, 논설과 서사의 충돌

서사의 증상, 예외성을 향한 갈망

민족 계몽 담론의 역설

근대성의 윤리적 한계-이광수 대 루쉰

 

제5장  탕아의 문학, 동아시아의 막내 서사-이상, 다자이 오사무, 최국보의 「소년행」

사랑 받는 작가들

막내-예술가의 서사

공명-“극유산호郤遺珊瑚”와 “백마교불행白馬驕不行”

「소년행」 인용의 맥락

배경 1-최국보 「소년행」의 인지도

배경 2-시의도와 ‘탕아 서사’

‘박제된 백조’들-삶과 죽음의 극단적 접합

스프링보드 위의 까마귀

공리주의의 타자, ‘탕아 서사’

 

제6장  실패의 능력주의-다자이 오사무의 삶과 문학에 대하여

문학적 근대성의 시금석

문학을 만드는 죽음, 죽음을 방어하는 문학

내기로서의 자살

자살 실패자의 아이러니

결사적 명랑성의 의미

뜨거운 모더니즘, 이중의 자기반영성

눈부신 비굴

아이러니가 은폐하는 것

실패의 능력주의

 

제7장  강박과 히스테리 사이, 메이지 유신과 동아시아의 근대성-시마자키 도손, 루쉰, 염상섭

두 개의 반성-메이지 유신 150년

시마자키 도손과 『파계』의 문제성

『파계』의 증상-아버지의 죽음과 뒤틀린 근대성

근대 동아시아의 정신병-두 개의 피해망상과 하나의 과대망상

강박과 히스테리 사이

동아시아 근대성

 

제8장  동아시아의 자기 서사와 담론의 구조-루쉰, 다자이 오사무, 다케우치 요시미, 이광수

동아시아의 자기 서사

『석별』의 두 가지 증상

파시즘에 마주친 ‘모범적 탕아 예술가’

다케우치 요시미의 저항자 루쉰

자기 계몽-루쉰 ‘회심’의 구조

다케우치의 불안과 죄의식

‘대학 담론’과 ‘히스테리 담론’ 너머

‘주인 담론’의 종말

 

제9장  죄의식의 윤리-나쓰메 소세키와 이광수

근대 동아시아의 정동들

죄의식의 문제성-나쓰메 소세키, 『마음』

두 개의 불안-나쓰메 소세키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불안을 돌파하는 죄의식

죄의 발명자 이광수

죄의식의 문제성 2-이광수의 『무정』

몰윤리와 과잉윤리의 이율배반

오디세우스와 나폴레옹 사이의 죄의식

죄의식의 윤리

죄의식 이후

 

제10장  부끄러움의 역사-윤동주, 시가 나오야, 대니얼 디포, 김승옥

부끄러움이라는 정동

부끄러움의 역설-윤동주의 「서시」와 문자도

역설의 실천으로서의 운명애-윤동주의 「팔복」

부끄러움에서 죄의식으로-후쿠자와 유키치, 이광수, 나쓰메 소세키

죄의식에서 부끄러움으로-『암야행로』의 원죄의식

로빈슨 크루소와 걸리버, 죄의식과 부끄러움

「무진기행」, 연약한 괴물의 부끄러움

향락 앞의 부끄러움

 

 

초출일람

참고문헌


서영채 徐榮彩, Seo, Young Chae
서울대학교 아시아 언어문명학부 및 비교문학 협동과정 교수. 1994년 계간 『문학동네』를 창간하여 2015년까지 편집위원을 지냈다. 1996년 가을부터 2013년 여름까지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봉직했다. 『우정의 정원』, 『왜 읽는가』, 『풍경이 온다』, 『죄의식과 부끄러움』, 『인문학 개념정원』, 『미메시스의 힘』, 『아첨의 영웅주의』, 『문학의 윤리』, 『사랑의 문법』, 『소설의 운명』 등의 책을 썼다. 고석규 비평문학상, 소천비평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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