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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을 건넌 근대 동아시아 사절단
출사일기를 통해 본 해양 문명
저자 조세현 역자/편자
발행일 2024-07-20
ISBN 979-11-5905-931-5 (93910)
쪽수 420
판형 152*223 양장
가격 3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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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동아시아 사절단의 출사(出使)일기

해외 여행기는 학계에서 어느 정도 연구가 이루어졌다. 서양인 탐험가나 선교사가 문명과 야만의 시각에서 19세기 동아시아 사회를 바라본 글이 적지 않고, 거꾸로 동아시아인이 서양문명을 대외관계의 충돌, 중서문화의 교류, 여행 문학 등의 시각에서 다룬 글도 제법 있다. 그런데 근대 시기 한ㆍ중ㆍ일의 서양에 관한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해양 문명 관련 연구는 의외로 찾아보기 어렵다. 아마도 연구자들이 사절단이나 출사대신 개인의 여행경험이나 외교활동에만 주목해서인 듯싶다. 하지만 그들은 해양 문명을 가장 실감나게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실에 착안해 이 책에서는 해양사의 각도에서 근대 시기 청국, 일본, 조선에서 여러 차례 파견한 해외 사절단의 출사일기를 분석해 그들의 해양 문명관을 탐색하였다. 한·중·일 사절단 경험을 비교 분석하면 양국의 근대화 과정의 일단을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이 해양 문명을 자각하는 과정은 곧 전통 중국적 세계질서가 해체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동시에 근대 국민국가의 건설을 암시하기에 의미심장하다.

 

벌링게임 사절단과 이와쿠라 사절단

벌링게임(Burlingame) 사절단과 이와쿠라(岩倉) 사절단은 19세기 후반 청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해외 사절단으로 세계 일주 여행을 하였다. 항행 중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은 물론이고 지중해, 중국해와 같은 넓은 바다를 건넜다. 그들이 여행할 무렵 대동양에서 태평양으로 명칭이 바뀌는 과정은 동아시아인들에게 대양이라는 새로운 지리적 공간을 경험하는 놀라움과 함께 하였다. 양국 사절단의 기록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중국인 지강(志剛)과 장덕이(張德彝)의 여행기에는 증기선과 증기기관, 풍랑과 뱃멀미 등과 같은 대양 항해의 기억이 풍부한 반면, 일본인 구메 구니타케(久米邦武)의 여행기에는 그런 내용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와쿠라 사절단의 경우 막말 해외 사절단의 풍부한 기록을 통해 대양 항해가 어떤지 이미 간접경험을 했거나, 혹은 일행 중에 해외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어 그 충격이 완화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당시 일본은 해국(海國)이란 용어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고, 청국도 이 용어를 이따금 사용하는 데 반해. 조선은 거의 해국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런 평범한 사실이 근대 동아시아 삼국의 해양 문명에 대한 인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중국과 천하는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바다인 태평양을 산업혁명의 놀라운 발명품인 증기선으로 건너면서 지구가 둥글다거나 바다가 육지를 감싸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였다. 그리고 대양 항해 중에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따라 밤낮과 사계절이 생긴다는 근대적 시간관념을 인식할 수 있었다. 날짜변경선의 이해, 즉 “태양의 반대 방향으로 여행하면 하루가 더 많아진다.”라는 시차 문제의 자각은 근대적 시간과 거리 관념의 수용을 가져왔다. 이런 근대과학의 지구설과 지리관을 수용할 경우, 세계 어느 지역도 중심이 될 수 없다는 탈중심화로 연결되면서 전통적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균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지강이 귀국 길에 쓴 글에는 외국인으로부터 ‘중국’이란 명칭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중국은 더 이상 지리적 중심이 아니라 도통의 맥락에서 중도(中道)의 나라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여행을 통해 중국의 남극이나 북극이 천하의 남극이나 북극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명백해졌기 때문인데, 지리관에서 중국과 ‘천하’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일주의 두 가지 노선

개항 이후 조선인의 구미 여행도 대부분 외교사절단에 의해 이루어졌다. 조선인의 세계 일주는 청국과 일본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 노선으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 코스는 청국 상해(혹은 일본 요코하마)에서 출발해 태평양, 미대륙, 대서양, 영국, 유럽, 지중해, 홍해, 인도양, 남중국해를 거쳐 상해(요코하마)로 들어오는 경로이다. 태평양을 건너 미대륙을 횡단한 후 다시 대서양을 건너는 동쪽 방향이다. 두 번째 코스는 청국 상해(혹은 일본 요코하마)에서 출발해 동중국해, 싱가포르, 인도양, 수에즈운하, 지중해, 유럽과 영국을 거쳐 다시 거꾸로 지중해, 수에즈운하, 인도양, 싱가포르, 동중국해를 거쳐 상해(요코하마)로 돌아오는 경로이다. 이른바 제국 항로는 영국이 인도와 중국으로 진출하던 과정에서 개척한 항로인데, 동아시아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유럽 항로라고 부를 수 있는 서쪽 방향이다. 물론 각 사절단마다 왕복하는 코스는 조금씩 달랐으며, 조선의 경우 상해와 요코하마로 건너가서 국제노선을 이용하였다.

 

출사일기 속에 나타난 해양 문명

이 책은 두 해 전 출판한 『근대 중국인의 해국 탐색』(소명출판, 2022년)의 자매편이다. 이전 책이 청말 출사대신의 일기를 통해 본 유럽과 일본의 해양 문명을 다루었다면, 이번 책은 중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과 조선인을 포괄한 동아시아 사절단의 출사일기 속에 나타난 해양 문명을 탐구하였다. 좀 더 범주를 확장한 셈이다. 본문의 제1부가 청국의 벌링게임 사절단과 일본의 이와쿠라 사절단의 세계 일주를 비교 분석하는 내용이라면, 제2부는 근대 조선(대한제국 포함)의 해외 사절단 여행기를 다루었다. 청국의 벌링게임 사절단이나 일본의 이와쿠라 사절단 및 조선 사절단들의 해양 문명관을 비교 분석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근대 동아시아인들의 해양 문명 경험을 탐색하는 일은 근대 동아시아 국가의 대외관계 연구부터 오늘날 도서 분쟁과 같은 동북아시아 해양 갈등 연구까지 고루 주목받을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발간사

인사말

책머리에_대양을 건넌 한ㆍ중ㆍ일 사절단

 

제1부 벌링게임 사절단과 이와쿠라 사절단의 세계 일주

제1장  벌링게임 사절단과 이와쿠라 사절단의 대양 항로

 1. 청국과 일본 사절단의 출사 과정

 2. 태평양

 3. 대서양

 4. 지중해

 

제2장  청국과 일본 사절단이 경험한 미국과 영국의 해양 문명

 1. 미국과 영국에서의 주요 활동

 2. 미ㆍ영의 해군체제

 3. 미ㆍ영의 해양 문화

 

제3장  양국 사절단이 시찰한 유럽과 아시아의 해양 문명

 1. 유럽대륙의 해양 문명

 2. 아시아의 해항도시

 3. 두 사절단의 동서문화관

 

소결 I  중국과 천하는 다르다

 

제2부 조선 사절단의 대양 항해와 해양 문명

제4장  수신사와 조사시찰단이 방문한 해국海國 일본

 1. 수신사와 조사시찰단의 일본 항로

 2. 일본에서 경험한 해양 문명

 

제5장  개항 시기 미국 파견 조선 사절단이 경험한 태평양 항로

 1. 보빙사 일행과 주미공사 박정양의 태평양 횡단

 2. 미국의 해항도시에 대한 인상

 3. 민영익 일행의 대서양 횡단과 제국 항로를 통한 귀국

  

제6장  민영환 사절단의 세계 일주와 대양 항해

 1. 러시아로 가는 대양 항로 

 2. 러시아에서 시찰한 근대 해군

 3. 귀국하는 두 가지 노선

 

제7장  대한제국 시기 유럽 출사대신이 경험한 제국 항로

 1. 1900년을 전후한 출사일기 3종 

 2. 제국 항로를 왕복하다

 3. 유럽에서 본 해양 문명

 

소결 II  동양의 동쪽이 서양의 서쪽이다

 

맺으며_출사대신이 경험한 해양 문명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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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현 曺世鉉, Cho Se-hyun
현재 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서강대학교 사학과에서 학ㆍ석사과정을 마치고 북경사범대학 역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淸末民初無政府派的文化思想』(社會科學文獻出版社, 2003), 『동아시아 아나키스트의 국제교류와 연대』(창비, 2010), 『부산화교의 역사』(산지니, 2013), 『천하의 바다에서 국가의 바다로』(일조각, 2016), 『해양대만과 대륙중국』(부경대 출판부, 2017) 등이 있다. 최근에는 이 책의 자매편 성격을 띤 『근대 중국인의 해국 탐색』(소명출판, 2022)을 출간하였다. 동아시아 근대사상문화에 관심을 가졌으며, 요즘은 주로 동아시아 근대해양사를 공부하고 있다. 부경대학교 박물관장, 도서관장, 기록관장, 해양인문학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부경대학교 인문한국플러스(HK+)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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