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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뇌의 무도』연구
저자 구인모 역자/편자
발행일 2026-07-30
ISBN 979-11-7549-089-5 (93810)
쪽수 500
판형 152*223 각양장
가격 4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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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봄 경성의 광익서관에서 시집 한 권이 출판되었다. 근대기 한국 최초의 시집이자 번역시집인 김억(金億)의 『오뇌(懊惱)의 무도(舞蹈)』였다. 베를렌과 보들레르를 비롯하여 19세기말 20세기 초의 서양 시인들의 작품 85편(초판)을 옮기고 엮은 이 번역시집은 출판 직후부터 당시 문학청년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또 2년 후에는 재판이 나올 만큼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기념비적인 시집은 정작 한국근대문학연구에서 지금껏 외면과 냉대를 받아왔다. 창작 시집이 아닌 번역시집인 데다가, 서양의 원시를 충실히 옮기지도 못했고, 심지어 일본어 번역을 거친 중역(重譯)으로 의심받았기 때문이다. 연세대학교 글로벌인재학부 구인모 교수의 신간 『『오뇌의 무도』 연구』는 한국근대시의 기원으로서 이 번역시집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인 연구서이다. 이미 2023년에 펴낸 『『오뇌의 무도』 주해』(소명출판)의 자매편으로 기획된 이 책은 저자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10년 가까이 수행한 연구의 결실이다.

 

‘중역’은 한국근대시 탄생의 계기이자 방법이었다

저자의 연구는 한국근대문학연구가 방치해 온 문헌학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현전하는 판본을 면밀히 검토해 정본을 확정한 다음 베를렌⋅구르몽⋅사맹⋅보들레르⋅예이츠⋅폴 포르 등 각 시인의 번역 경로를 낱낱이 추적한다. 그 결과 드러난 사실은 김억의 번역 저본이 일본은 물론 영미의 번역시집까지 포함한 복수의 텍스트들이었다는 것이다. 또 김억이 다양한 저본을 조합하여 고쳐 쓰거나 새로 쓰는 복잡한 방식으로 중역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역의 범위와 복잡성은 기존 연구의 짐작을 훨씬 넘어선다. 저자는 이러한 중역의 형국을 단순한 오역이나 한계로 비판하는 시각을 뒤집는다. 그 대신 이질적인 타자들의 언어와 텍스트가 층층이 쌓이는 중역의 과정에서 김억 특유의 화법, 문체는 물론 근대적인 시어와 자유시의 문법이 고안되었음을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한국문학연구, 비교문학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이르는 지점은 한 나라 문학사의 경계를 넘어선다. 저자는 『오뇌의 무도』를 비서구 식민지 조선이 서양 현대시의 전 지구적 확산 과정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참여한 사건으로 읽어낸다. 『오뇌의 무도』에는 프랑스 현대시, (신)상징주의가 영미, 일본을 경유해서 조선에 이르는 도정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프랑스와는 다른 영미, 일본의 (신)상징주의가 창안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문학이 복수의 형태로 존재했다는 것이다. 김억은 그저 일본의 번역시를 조선어로 옮기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국화하는 방식으로 프랑스 현대시, (신)상징주의의 전 세계적 전파 과정에 참여했다. 그 결과 『오뇌의 무도』는 한국근대시가 단지 세계문학의 보편적 도정을 따라간 증거가 아니라, 근대가 비서구 식민지에서 새로운 문학을 탄생시킨 생생한 현장으로 다시 읽힌다. 한국근대시연구의 민족주의적 강박, 세계문학과의 동시성의 욕망 양쪽을 동시에 해체하는 이 책은 한국문학연구만이 아니라 비교문학연구의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는 도발적인 저작이다.

프롤로그 『오뇌(懊惱)의 무도(舞蹈)』를 다시 읽는다 

1. 『오뇌의 무도』와 한국 근대시 연구

2. 새로운 시좌와 문제틀

3. 연구의 사정과 목적

4. 『오뇌의 무도』의 처소


제1부 『오뇌의 무도』의 성립과 의의

제1장 초판에 대하여

제2장 베를렌 시 번역에 대하여

제3장 구르몽 시 번역에 대하여

제4장 알베르 사맹 시 번역에 대하여

제5장 보들레르 시 번역에 대하여

제6장 예이츠 시 번역에 대하여

제7장 폴 포르 시 번역에 대하여

제8장  「오뇌의 무도(곡)」장의 프랑스시에 대하여

제9장  「오뇌의 무도(곡)」장의 영미시에 대하여

제10장 재판에 대하여

 

제2부 동시대의 효과와 함의

제11장 번(중)역, 문체 그리고 시성·시정

제12장 번(중)역, 시상 그리고 리듬

제13장 번(중)역, 문학어 그리고 글쓰기

 

에필로그 『오뇌의 무도』와 그 유산

1. 『오뇌의 무도』 이후의 의문

2.  중심을 향한 동경과 두 갈래의 길

3.  동양시로의 전회와 두 갈래의 길

4.  데카당티슴을 둘러싼 두 갈래의 길

5. 『오뇌의 무도』라는 유산과 과제 

또 김억이 중역하는 가운데 저본으로 삼았던 것이 하필이면 근대기 일본의 번역시 사화집이었다는 것도 결코 예사롭지 않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그것은 김억이 중역을 통해 근대적 문학어를 발견하고 고안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선례와 성과가 개입하고 있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것은 제국의 근대적 문학어가 식민지 지방어의 문학어 형성 과정에 개입하고 있었던 장면이기도 하다. -145쪽

 

이러한 사정은 김억에게 호리구치 다이가쿠의 번역시 사화집들은 물론 저 우에다 빈, 이쿠타 순게쓰 등의 사화집까지도 폴 포르의 시는 물론 프랑스 데카당티슴과 상징주의 문학운동을 비롯한 현대시에 대한 지식과 이해의 창이었음을 시사한다. 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 지식과 이해는 물론 기호까지도 근대기 일본의 번역시 사화집이 결정했음을 의미한다.  -271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광수 등이 거론한 바와 같이 김억 특유의 문체의 영향력이 1920년대 이후에도 지속되지 못했음은 분명하다. 이미 김억과 동시대 문학인인 박종화에게는 김억 특유의 문체가 결코 시적인 것으로 인정받지 못했거니와, 박태원에게는 조롱거리에 불과했던 것은 그러한 사정을 예고한다. 그런가 하면 다이쇼기 상징주의 구어자유시로부터 조선 신시의 참조점을 구하고자 했던 주요한과 황석우에게는 김억이 시적인 것으로 여긴 근대기 일본의 문어체란 처음부터 고려의 대상도 아니었을 터이다. -399쪽

구인모

연세대학교 글로벌인재학부 교수이다. 김억을 시좌로 삼아 한국 근대시를 비교문학, 문화연구의 방법론으로 공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지은 책으로는 『한국 근대시의 이상과 허상』(2008), 『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2013), 주해서로는 『오뇌의 무도 주해』(2023)가 있다. 『한국근현대번역문학사론』(2025) 등 몇 권의 책에 지은이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 외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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