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저자 | 배상미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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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9.11.28 | ||
ISBN | 9791159054693 | ||
쪽수 | 237 | ||
판형 | 신국판 양장 | ||
가격 | 18,000원 |
연세근대한국학총서 109권. 프롤레타리아 소설은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실태를 어떻게 포착해내었을까? 그들이 주목한, '남성'과는 다른 '여성' 노동자들이 열어가는 노동자의 긍정적인 미래는 어떤 미래일까? 그리고 '여성' 노동자들의 재현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 이 책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근대 한국의 프롤레타리아 소설, 그중에서도 프롤레타리아 소설이 가장 많이 창작되던 시기인 1930년대 프롤레타리아 소설의 여성 노동자들을 살폈다.
책머리에 3
제1장 프롤레타리아소설과여성 노동자 11
1. 프롤레타리아소설이란? 11
2. 근대화의 융성과 쇠퇴의 공존기, 1930년대 14
3. ‘신여성’과 ‘여성 노동자’는 다른가? 19
4. 여성과 노동, 계급, 섹슈얼리티의 만남 25
제2장 여성 가내/성 노동자와 사적 영역의 혁명성 33
1. 노동에 대한 자존감과 투쟁의식의 성장 33
1) 사회운동 참여와 자기비하의 극복 33
2) 재생산 노동으로 드러내는 변혁의 열망 53
2. 생활조건의 동질성과 연대의식의 형성 67
1)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주장과 낙인의 극복 67
2) 생존의 위기와 동지의 발견 79
제3장 여성 공장 노동자와 젠더 폭력에 대한 저항 91
1. 전형적 성폭력 피해자상을 교란하는 다층적 시선 91
1) 계급투쟁을벌이는 ‘피해자’ 91
2) 관리자와 야합하는 ‘타락자’ 102
3) 계급질서에 저항하는 ‘운동가’ 115
2. 젠더 갈등과 계급 갈등의 교차 120
1) 젠더 관습과 얽혀있는 공장 노동과 노동운동 120
2) 사회의 권력관계와 여성 억압의 중층구조 137
제4장 여성 서비스업 노동자와 미래의 전망 161
1. 억압적 섹슈얼리티 비판과 성적 자기결정권의 주장 161
1) 공통성에 근거한 결속과 취약한 노동자상의 거부 161
2) 지배관계를 생산하는 사회구조 비판 178
2. 지배질서에 포섭되지 않는 도전적 실천 197
1) 부패한 구시대적 가치의 지양과 미지의 가치 개척 197
2) 전체주의 사상과의 대결과 새로운 사상의 예고 208
마치며 217
참고문헌 223
간행사 236
‘여성’의 시각으로 한국문학사의 재구성 방법론 제안
근대 여성들의 ‘노동’은 어떤 특징이 있으며 그녀들은 어디에서 ‘노동’해왔는가?
근대 사회는 여성들에게 어디서, 어떤 노동을 요구하였는가? 여성들의 노동공간은 가정과 공장, 그리고 도시의 상업시설과 유흥시설 등 전근대와 근대적 공간들을 넘나들며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이들의 노동 특성은 식민지 조선의 근대성이 전근대적 공간의 근대적 변화와 근대적 공간의 탄생과 더불어 어떻게 구성되는지 밝힐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된다.
공장 여성 노동자와 서비스업 여성 노동자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연구의 시각은 식민지 시기에 공존했던 두 여성 노동자 그룹이 마치 서로 상극인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한국에서 간행된 연구서와 논문들은 통계자료와 총독부가 간행한 공문서 등을 활용하여 공장 여성 노동자를 식민지 조선의 산업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한 노동자 군이며, 노동쟁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혁명 주체로 분석하였다. 반면, 서비스업 여성 노동자는 고학력 여성 노동자들의 열악한 고용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이자, 식민지 조선의 소비문화의 상징으로 대상화되는 객체로 분석하였다.
-『혁명적 여성들-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젠더, 노동, 섹슈얼리티』(23쪽)
여성들이 종사했던 직종 중 어느 하나에만 천착하여 여성 노동자를 인식한다면 이들이 내포한 사회 문화적 함의를 포괄적인 시각에서 파악할 수 없다. 한 명의 여성 노동자는 ‘여성 노동자’라는 집합적 범주 안에서 공통적이거나 서로 다른 특징들, 예를 들면, 산업부문, 노동환경, 학력, 임금, 전형적 여성 재현 방식 등이 서로 교차하는 정체성을 형성한다. 노동자의 범주에 가내/성 노동과 서비스업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포함시키면, 보다 포괄적인 시각에서 식민지 시기 여성 노동자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
-『혁명적 여성들-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젠더, 노동, 섹슈얼리티』(24쪽)
『혁명적 여성들-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젠더, 노동, 섹슈얼리티』는 이러한 시각을 통해 프롤레타리아 소설에서 기존 연구들이 간과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다양한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프롤레타리아 소설들은 왜 여성 노동자들을 혁명적으로 재현하였는가?
여성 노동자는 ‘혁명’의 젠더를 어떻게 보여주는가?
여성 노동자들은 공적영역과 사적영역, 그리고 이 경계에서 노동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여성들의 노동은 비가시화되고, 사회에서 취약한 위치에 놓이기 쉽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은 임노동 현장에서건 비임금노동 현장에서건 감정노동과 가사노동을 담당했고, 이 노동은 여성들의 자연적인 업무로 여겨졌기 때문에 쉽게 무시될 수 있었다. 여성들의 이러한 위치는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이 저임금, 거의 없다시피한 복지와 휴일, 성폭력 피해에 쉽게 노출되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프롤레타리아 소설의 여성 노동자는 다양한 방식의 노동과 노동자 착취를 드러내며, 혁명은 생산관계의 변화만이 아니라 젠더 관계의 변화가 수반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프롤레타리아 소설은 식민지 시기 여성 노동자들의 애매하고 교차적인 위치를 담아내었다. 여성 노동자들의 행동과 사고는 때로는 비일관적이고 비논리적이며, 모순으로 뒤덮여 있다. 이는 당시 사회가 정해놓은 ‘노동자’와 ‘여성’상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애매모호한 위치를 보여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복잡한 여성 노동자들의 상황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계급 해방’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조앤 스콧은 지금까지 노동계급의 역사가 남성 중심적이었으며, 여성 노동자들의 역사는 남성 중심적 노동계급의 역사가 빚는 모순에서부터 써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략) 이처럼, 소설 속 여성 노동자들이 가진 ‘계급’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남성 중심적이고 단일한 ‘노동계급’의 개념이 모두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 한계는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하는 공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혁명적 여성들-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젠더, 노동, 섹슈얼리티』(27∼28쪽)
여성 노동자들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형국이었다. 사회는 그녀들을 남성 노동자들과 달리 ‘산업 역군’으로 보기보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사이에 있는 존재로 인식하였다. 따라서 여성들은 자본의 증식을 위해 일하는 ‘고용인’이자 주로 남성인 고용주나 중간 관리자의 가부장적 지배를 받는 ‘여성’으로 간주되기 쉬웠다. 즉, 여성 노동자들은 가정에서 아버지나 남편의 지배를 받는 것처럼, 노동현장에서는 남성 고용주나 관리자의 지배를 받는다고 간주되었다. 이렇듯 가정이 여성의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는 이데올로기는 가정 밖의 여성들에게도 적용되었다. 이 이데올로기는 여성들의 노동 공간을 관리하는 남성들이 자신들의 ‘가부장권’으로 가정의 ‘남편’처럼 여성 노동자들의 섹슈얼리티를 거리낌없이 지배하는 현상을 낳은 하나의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혁명적 여성들-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젠더, 노동, 섹슈얼리티』(25∼26쪽)
오늘날의 미투 운동과 식민지 조선의 혁명적 여성들을 연결한다!
배상미의 『혁명적 여성들: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젠더, 노동, 섹슈얼리티』는 프롤레타리아 소설 속 혁명적 여성들을 역사 속에 박제하고자 이 책을 쓰지 않았다. 이 여성들을 재발견하고 재해석하여 메갈리아, 강남역 사건, 미투 운동 이후 여성들이 피해자의 자리에서 저항자의 자리로 성장하며 여성들 간의 연대를 형성하는 현상을 역사적으로 살펴 서로의 교차적인 성격을 의식하면서 서로 다르지만 또 같기도 한 위치에서 연대하고 저항하는 현상을 역사화하고자 했다. ‘혁명적 여성’들에 주목하는 작업은 항상 있었지만 가시화되지 않았던 역사, 그리고 주변적 존재들이 저항하면서 목소리를 내려고 했던 시도들을 재발견하고 의미화하는 것이며, 이는 기존의 상식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상식’을 구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의 미투 운동의 흐름 속에서, 혁명적 여성들이 소설에 재현된 양상을 독해하는 것은 이미 있었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주변화된 서사들과 인물들을 재발견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성 인물들을 중심에 두고 보았을 때, 여성 인물들은 남성 인물들에 의해 대상화되고 자신의 욕망을 발현할 기회를 박탈당한 자들일지도 모르지만, 여성들을 중심으로 보면 이들이 일방적인 피해자이거나 취약한 자들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드러난다. 혁명적 여성들의 존재와 역사는 바로 여성들의 교차적인 위치에 주목할 때 비로소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이 교차적 성격은 ‘정설’을 ‘가설’로 만들면서 기존의 강력한 해석들에 도전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이 책이 시도한 소설 속 혁명적 여성들을 가시화하는 방법은 한국문학사가 재구성되어야한다는 것만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비가시화된 여성들을 비롯한 주변적 존재들의 다양한 활동들을 재의미화하려는 기획과 맞닿아있다. 이러한 흐름은 앞서 언급한대로 한국문학만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여러 텍스트들에서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이 책이 앞으로 여러 지역의, 여러 분야에서 나타날 ‘혁명적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들과 함께 논의되기를 희망한다.
-『혁명적 여성들-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젠더, 노동, 섹슈얼리티』(222쪽)
배상미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1930년대 프롤레타리아 소설 재론-여성, 노동, 섹슈얼리티」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소아스(SOAS, University of London) 한국학연구소 방문학자, 선문대학교 토대사업단 연구원을 역임했다. 2019년 현재 튀빙겐대학교(University of Tubingen)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운영위원과 『여/성이론』 편집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문학, 영화, 대중문화에 재현된 여성, 노동, 섹슈얼리티를 지구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는 연구에 관심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성노동자에 대한 낙인을 통해 본 해방기 성노동자 재교육 운동의 한계-김말봉의 『화려한지옥』, 박계주의 『진리의 밤』을 중심으로」(2014), 「‘여성 노동자’라는 새로운 범주설정의 필요성-다큐멘터리 영화 〈외박〉을 중심으로」(2014), 「1930년대 초반 프롤레타리아 소설의 계급의식과 여성 동성사회성」(2019)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한국 근대문학과 동아시아-일본 』(2017), 『다락방 이야기-페미니스트 연구공동체 여이연』(2017), 『혁명을 쓰다-사회주의 문화정치의 기록과 그 유산들』(2018), 『임화문학연구』 6(2019, 이상 공저) 등이 있다.
박사논문의 주제를 발전시켜, 세계문학의 시각에서 한국의 프롤레타리아 문학과 노동 문학의 젠더를 분석하여 한국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국제성이란 무엇인지 밝히고, 더 나아가 남한이 전지구적 자본주의 관계 안에 포섭되면서 어떤 노동과 노동자들이 문학의 주요재현 대상이 되는지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중심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이후 남한과 북한 문학에서 냉전질서가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젠더, 인종, 인류세의 관점에서 연구할 계획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