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존 K.장 | 역자/편자 | 박원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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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4-04-30 | ||
ISBN | 979-11-5905-828-8 (93910) | ||
쪽수 | 407 | ||
판형 | 152*223 양장 | ||
가격 | 32,000원 |
소비에트의 한인들이 꿈꾼 찬란한 미래,
후손들의 구술로 복원한 소비에트의 위선
저자는 스탈린 체제하 한인들의 강제 이주의 핵심을 차르 전제정시대부터 존재했던 ‘인종주의적’ 시각이 사회주의 체제 볼셰비키 정부까지 계승된 것에 있다고 본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모든 민족은 명목상 종교, 언어, 출생지 등의 차이와 상관없이 체제의 인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치권, 교육의 권리 등을 동등하게 누릴 수 있었지만 차르 전제정시대부터 사회 지도층 곳곳에 퍼져있던 인종주의적 시각까지 사회주의 체제의 수립이 일소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다른 민족들의 강제 이주에서 발견되지 않는 특이점이 한인들의 강제 이주에 존재한다. 그들은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추방되는 대신 만주국 혹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한국 중 한 곳을 선택하여 이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었다. 이러한 선택권은 결국 한인들이 국가에 의해 소비에트 시민이라는 지위가 부여되었다 하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체제 내에 존재하는 ‘이방인, 혹은 외국인’으로 인식되고 있었다는 지표이다.
그러나 극동의 한인 공동체는 193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사회주의적 심성’을 갖춘 소비에트 제국 내의 소수 민족 창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었다. 초중등학교에 재학 중인 한인들의 비율은 대략 13퍼센트 정도였고 후세대 교육을 책임지는 사범학교도 2개나 있었다. 결국 한인들은 ‘소비에트식 근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혜택을 입었던 소수 민족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들이 스스로를 소비에트 체제에 충실한 ‘호모 소비에트쿠스’형 인간으로 전환시켜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의 문제 제기는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차르 전제정시대부터 제기되었던 ‘원초주의적 민족’ 개념을 완전하게 변화시키지 못한 데서 한인들의 강제 이주의 원인을 찾고 있다. 전제정시대의 학자 블라비미르 아르세네프는 러시아 중앙정부의 통제력 향상을 위해 극동의 중국인 노동자 비율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28년 말에는 일본의 팽창 의도가 가시화되면서 소비에트 극동 사무국 내에서 극동지역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한인들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시점에서 극동지역의 한인들이 일본의 제국주의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한 간첩 활동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러시아 극동에서 태어나서 소비에트화된 한인들과 조선인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소비에트 권력은 여전히 극동의 한인들을 ‘원초주의적 민족 감정’을 버리지 못한 외국인, 타자로 보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외국 적대세력에 의한 소련의 침입이라는 공포감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결과는 극동지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위협요인의 삭제, 즉 한인들의 전면적 추방이었다.
저자는 한인 추방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활용되지 못한 러시아 중앙의 문서고는 물론 극동지역의 문서고를 활용하여 그 실상을 풍부하게 재현하고 있다. 특히 소비에트 체제에 협조하며 극동에서 고위 관직으로 올라간 한인들 중에서 강제추방에 관여한 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후손들의 증언을 통해 재현한다.
극동지역의 한인 공동체의 대표 인물로서 한인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자신들의 가족을 국가폭력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그들의 심리적 갈등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저자의 연구는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존의 연구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구술사 방법론을 활용하여 한인 강제 이주에 관한 역사인식의 심화에 기여한 것이다. 기록으로만 재현될 수 없는 역사의 기억을 구술사를 통해 복원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연구사적 기여는 적지 않다.
발간사
역자 서문
제1장 서문
김 A. 아파나시Afanasii A. Kim-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하다
한인 사례의 독특성
제2장 변경의 용광로 러시아 극동, 1863~1917
배출구의 개방
한인들의 러시아 극동 도착
범슬라브주의, 경제적 경쟁 그리고 ‘황화’
정치적 정체성과 러시아의 제1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인한 추방
제3장 간섭, 1918~1922
간섭과 일본제국의 건설
전제정의 시각에 대한 투쟁과 도시 생활
한인의 충성심과 (영토적) 자치
‘국제주의자’로 등장한 한인 세 사람
미완의 ‘총력 제국’과 스파이에 관한 소문
외국인 혐오의 최초 씨앗들
제4장 한인들의 토착화와 이를 통한 사회주의 건설
중개기구와 대표성
경제 생활
소비에트 시민권
토지 조성
교육-소비에트화의 입구
실제적 평등 대 법적 평등
제5장 한인들이 소비에트 인민이 되어가다, 1923~1930
실현되지 못한 영토 자치의 약속
한명세/한 A. 안드레이-4번째 한인 국제주의자
사회주의자로서 한인들의 형성 대 지정학
게이츠만과 아르세네프 동지-내부로부터의 토착화에 대한 공격
제6장 토착화보다 우선하는 안보적 고려, 1931~1937
토착화와 교육
구술사-1930년대 한인들의 삶
긴장의 확대-간첩행위와 극동의 지정학
아르세네프의 부활과 『프라브다』의 ‘황화론’
제7장 한인들의 추방과 중앙아시아에서의 삶, 1937~1940년대 초
대숙청
한인들의 추방
숙청 이면의 지정학
중앙아시아에서의 삶
추방을 피한 NKVD 통역관 지하일Ti Khair Ir의 사례
소비에트 민족 정책에 내재한 ‘전제정으로부터의 연속성’
제8장 현장의 목소리
기록되지 않는 이야기 하나
제9장 결론
새로운 시각-간섭전쟁과 가장 충성스러운 민족으로서 러시아인에 대한 신화
김건남의 사례
주석
부록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
존 K. 장 Jon K. Chang
맨체스터대학에서 러시아/소비에트와 아시아지역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현장에서의 구술사 방법론을 활용하여 은폐된 과거의 재현은 물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또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소비에트 한인들의 경우와 같이 기억 속에 묻혀있던 서발턴 역사의 재현에도 노력하고 있다. 현재 그는 러시아 극동의 중국인들의 역사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역자
박원용 朴垣勇, Park Won-yong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학위,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소비에트 체제의 고등교육개혁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 『소비에트 러시아의 신체문화와 스포츠』, 『에드워드 카』, 역서 『E. H. 카 평전』, 『에릭 홉스봄 평전』, 『10월혁명-볼셰비키 혁명의 기억과 형성』 등과 다수의 연구논문이 있다. 현재 러시아-아메리카 컴퍼니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전제정의 해외식민지 경영, 극동공화국의 역사적 위상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