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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디아스포라의 목소리
대담집
저자 김석범, 서경식, 최덕효, 정영환(인터뷰이) 역자/편자 김용규, 서민정, 이재봉(인터뷰어)
발행일 2024.02.29
ISBN 979-11-5905-861-5
쪽수 328
판형 130*200
가격 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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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적 사유와 재일디아스포라의 위치


이 책은 한반도와 일본의 정치적·사회적 변화 속에서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 지식인들이 민족과 언어, 문화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대담집이다. 이들의 경험은 개인사와 민족사, 민족사와 세계사, 미시사와 거시사의 교차점에서 형성된 것이라는 점에서 아주 독특한 가치를 갖는다. 재일조선인 지식인들은 20세기 들어 국권의 상실과 민족 분단으로 자신이 살던 고향을 떠나 일본으로 이주하여 식민주의와 분단체제에 의한 억압과 차별을 감내하면서 이를 극복할 비판과 저항의 형식을 창조해온 지식인들이다. 즉, 이들은 ‘자기 민족이 사는 공간’을 떠나야 했던 박탈과 상실의 고통을 경험하면서도 ‘자기 민족이 아닌 민족이 사는 공간’에서도 차별과 억압을 겪어야 했던, 민족과 민족의 사이-경계를 살아온 존재들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소중한 것은 이런 사이-경계의 사유를 토대로 민족 내의 다수자의 체제와 이념의 차별적 폭력성을 집요하게 탐문하면서 그 허구성을 폭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대담을 통해 우리는 민족 문제를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 즉 민족 문제를 치열하게 사유하면서도, 민족주의와 탈민족주의, 국가주의와 탈국가주의의 이념적 대립을 뛰어넘는 새로운 지점을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를 질문하고자 하였다.


왜 세대별로 보고자 했는가?


이 책에서 우리는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 지식인들의 고민과 사유가 역사적으로 그리고 세대적으로 어떻게 변주해왔는가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세대별로 바라보고자 한 이유는 이들을 하나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추상화하기보다는 이들이 각자가 처한 역사적 시대와 정치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간 차별적이고 복합적인 존재들임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대담자로는 『화산도』라는 대작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김석범(1세대), 『디아스포라 기행』, 『나의 서양미술순례』, 『언어의 감옥에서』 등을 통해 재일조선인의 특수한 위치를 디아스포라라는 보편적 시각으로 풀어낸 작가 故서경식(2세대), 『해방공간의 재일조선인사』와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를 통해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주변에서 중심으로 이동시킨 역사학자 정영환과 『포스트 제국의 시련-1945년에서 1952년까지 미국과 일본의 관계 속에서 탈식민화, 인종, 냉전의 정치학』라는 논문으로 국제아시아학회의 인문학 분야 최우수 박사논문상을 수상하고 한일 관계를 넘어선 초국적 시각으로 재일조선인 역사를 재조명하는 최덕효(3세대), 이렇게 네 분을 선정하였다. 이 책은 이 네 분을 세대별로 나누어 한반도와 일본 사회에 대한 그들의 경험과 고민을 들어보고, 그 속에서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의 위치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특히 대담자 모두에게 동일한 질문, 즉 민족, 세대, 언어, 문화와 관련된 질문들을 던짐으로써 이들의 디아스포라적 문제의식의 공통점과 차이를 듣고, 이를 통해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의 세대적·역사적 변화를 짚어보고자 하였다. 


디아스포라의 위치가 존재하는 한 디아스포라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세대의 시각에서 역사적 경험과 이해를 구분 짓고 그 차이를 분석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세대의 관점은 일본사회에서 재일조선인의 존재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약화되거나 동화되지 않을까 하는, 즉 은연중에 세대의 변화에 따라 애초의 디아스포라의 문제의식이 변질되고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목적론적인 시각이나 세대 간의 단절을 전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대 개념이 가질 수 있는 한계를 경계하면서 이 개념을 중립적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하였다. 재일조선인 지식인을 바라보는 데 세대의 개념은 한계 못지않게 장점도 있다. 세대 개념과 디아스포라의 위치를 잘 종합하여 살펴볼 경우, 세대의 시각은 일본 내의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의 변화하는 사고와 역사적 경험을 복잡한 변화의 과정으로 읽어내는 한편,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의 선후배 세대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계승, 발전하는지, 또 어떤 점에서 달라지는지를 드러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대담자와 질문자 모두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디아스포아의 ‘위치’와 ‘맥락’이 존재하는 한, 세대가 달라져도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의 문제의식은 소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민주의적 유산이 남아있고 국가주의의 차별과 억압이 존재하는 한, 디아스포라의 위치와 맥락은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위치와 맥락을 염두에 두면서 디아스포라적 사고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는가, 그리하여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디아스포라의 정치학을 제기하고자 하였다.

들어가며

 

제1장 | 김석범과의 대담 - 재일조선인과 준국적 그리고 일본어문학

 

 

제2장 | 서경식과의 대담 - 조국, 모국, 그리고 새로운 아이덴티티

 

 

제3장 | 최덕효와의 대담 - 초국적 역사 연구에서 마이너리티의 시각

 

 

제4장 | 정영환과의 대담 - 재일조선인 역사와 닻으로서의 조선적


엮은이 (인터뷰어)

김용규 金容圭

부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영국문화연구, 세계문학론, 포스트식민주의 등에 관심이 있다. 지은 책은 『문학에서 문화로』, 『혼종문화론』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멀리서 읽기-세계문학과 수량적 형식주의』, 『문화 연구 1983』 등이 있다. 


서민정 徐旼廷

부산대학교 언어정보학과 교수. 언어와 문화, 통사론 연구, 생태언어학 등의 분야에 관심이 있다. 지은 책은 『토에 기초한 한국어문법』, 『민족의 언어와 이데올로기』(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제약에 기초한 통사론과 의미론』(공역) 등이 있다.


이재봉 李在奉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 근대문학, 재일조선인문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은 책으로 『근대소설과 문화적 정체성』, 『한국 근대문학과 문화체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말이라는 환영-근대 일본의 언어 이데올로기』, 『그녀의 진정한 이름은 무엇인가』, 『버젓한 아버지에게』 등이 있다. 



인터뷰이

김석범 金石範

어머니 뱃속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1925년 오사카 이카이노, 현재의 이쿠노(生野)에서 태어났다. 1945년 3월 중국의 충칭(重慶)으로 탈출하기 위해 서울로 건너와 선학원(禪學院)에 머물다 일본으로 되돌아갔지만 신생 조국을 건설하는 일에 참가하기 위해 11월 다시 선학원으로 돌아온다. 1946년 여름 학비를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돌아왔다가 그대로 일본에 머물게 된다. 1947년 간사이대학(西大) 전문부 경제과 3학년에 편입 후 1948년 3월에 졸업한다. 1948년 4월 교토대학(京都大) 문학부 미학부에 입학하여 1951년 3월 졸업한다. 일본공산당에 입당 및 탈당(1948년 4월~1952년 2월), 『조선평론(朝鮮評論)』 편집(1951년 12월~1952년 2월, 제3호까지), 『평화신문(平和新聞)』 편집부 및 재일조선인문학회 등에서 일한다. 1952년 12월 『문예수도』에 「까마귀의 죽음(鴉の死)」을 발표한 이후 제주4·3의 형상화가 필생의 작업이 된다. 1965년부터 1997년에 걸쳐 완성된 『화산도(火山島)』 1~7은 그 대표적이고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 외에도 『1945年夏』(筑摩書房, 1974), 『萬德幽靈奇譚』(筑摩書房, 1971), 『詐欺師』(講談社, 1974), 『海の底から, 地の底から』(講談社, 2000) 등의 작품집과 『ことばの呪縛』(筑摩書房, 1972), 『民族·ことば·文』(創樹社, 1976), 『在日の思想』(筑摩書房, 1981), 『境を越えるもの』(文藝春秋, 2004) 등 많은 저서를 남기며 지금까지도 문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경식 徐京植

1951년 일본 교토(京都)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 문학부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부터 도쿄게자이대학(東京經濟大學)에서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인권론과 예술론을 강의하고 도서관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 정년퇴직했다. 『子どもの涙-ある在日朝鮮人の読書遍歴(소년의 눈물)』(柏書房, 1995)로 일본에세이스트클럽상, 『プリーモ・レーヴィへの旅(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朝日新聞社, 1999)으로 마르코폴로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민주주의와 소수자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후광 김대중학술상을 수상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동료와 후학들이 그의 퇴임을 기념하는 문집과 대담집인 『서경식 다시 읽기』 1(연립서가, 2022), 『서경식 다시 읽기』 2(연립서가, 2023)를 펴냈다. 그밖에 지은 책으로 『半難民の位置から 戦後責任論争と在日朝鮮人』(影書房, 2002, 국내 번역서로는 임성모 역, 『난민과 국민 사이』, 돌베개, 2006), 『ディアスポラ紀行-追放された者のまなざし』(岩波新書, 2005, 국내 번역서로는 김혜신 역, 『디아스포라 기행』, 돌베개, 2006·2023), 『植民地主義の暴力-「ことばの檻」から』(高文研, 2010, 국내 번역서로는 권혁태 역, 『언어의 감옥에서』, 돌베개, 2011), 『나의 일본미술순례』 1(최재혁 역, 연립서가, 2022) 등이 있다.


최덕효 崔德孝

1975년 도쿄에서 태어나 일본 릿쿄대학을 졸업하고 코넬대학 역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포니정재단 펠로우십 프로그램으로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연구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영국 셰필드대학 동아시아학부 조교수로 있다. 해방 후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연구하고 있으며, 재일조선인 문제를 다룬 박사학위논문 “Crucible of the Post-Empire : Decolonization, Race and Cold War Politics in U.S.-Japan-Korea Relations, 1945~1952”으로 International Convention of Asia Scholars(ICAS) 최우수인문학박사논문상을 수상했다. 주요논문으로 “The Empire Strikes Back from Within : Colonial Liberation and the Korean Minority Question at the Birth of Postwar Japan, 1945~1947”(American Historical Review 126, no.2, 2021.6), 「배반당한 ‘해방’-미군 점령하 ‘재일조선인 문제’와 냉전, 1945~1948」, “Fighting the Korean War in Pacifist Japan : Korean and Japanese Leftist Solidarity and American Cold War Containment”(Critical Asian Studies, 2017) 등이 있다. 


정영환 鄭榮桓

1980년 지바(千葉)에서 재일조선인 3세로 태어났다. 메이지가쿠인대학(明治学院大学) 법학부를 졸업하고 히토츠바시대학원(一橋大学院) 사회학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리츠메이칸대학(立命館大学) 코리아 연구센터 전임 연구원, 메이지가쿠인대학 교양교육센터 전임강사, 준교수를 거쳐 현재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전문 연구 분야는 조선근대사 및 재일조선인사이다. 주요 저서로는 『朝鮮独立への隘路-在日朝鮮人の解放五年史』(法政大学出版局, 2013, 국내 번역본으로 임경화 역, 『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 푸른역사, 2019), 『忘却のための‘和解’『帝国の慰安婦』と日本の責任』(世織書房, 2016, 국내 번역본으로 임경화 역,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제국의 위안부』의 반역사성』, 푸른역사, 2016), 『歴史のなかの朝鮮籍』(以文社, 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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