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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백지
아동·청소년 이야기의 어제와 오늘
저자 최배은 역자/편자
발행일 2023-10-31
ISBN 979-11-5905-845-5
쪽수 274
판형 152*223, 무선
가격 2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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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창작된 ‘아동‧청소년 이야기’를 일별하다

『오래된 백지』는 192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창작된 동화, 소설, 역사 이야기, 희곡, 그림책, 만화, 애니메이션, 웹툰 등을 검토하여 한국 아동청소년 이야기의 남다른 경향에 주목한 교양서이다. 

제1부에서는 한국 아동‧청소년 이야기가 형성된 일제 강점기의 작품들을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살핀다. 당대 아동‧청소년 이야기는 세계아동애호운동의 영향 아래 민족독립운동의 성격을 띤 소년문예운동의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념성과 계몽성이 강하지만, 아동‧청소년의 수준과 정서에 맞는 이야기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제1장과 제2장은 해당 시기에 창작된 청소년소설의 소년, 소녀 인물의 성격을 분석하고, 그러한 인물이 창조된 원인을 소설 밖 현실의 소년, 소녀 담론을 고려하여 고찰한다. 제3장은 문학 중심의 연구 풍토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던 정보적, 실용적 이야기에 대한 글이다. 풍토지리지 및 사담(史談)을 쓴 차상찬의 ‘어린이 역사 이야기’를 애국계몽기 역사전기류 문학의 전통을 고려하여 분석하였다. 제4장은 『어린이』에 게재된 아동극 극본에서 웃음을 일으키는 요소를 분석하여 그 풍자성과 해학성을 밝힌다. 

제2부에서는 해방 이후에 창작된 아동‧청소년 이야기를 사회학적 상상력에 주목하여 살펴본다. 해방 이후 아동‧청소년 이야기는 SF, 그림책, 동화, 청소년소설 등 갈래와 매체가 다채로워졌으나, 일제 강점기부터 지배적이었던 리얼리즘 경향이 지속된다. 즉, 개인의 삶을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통찰하는 사회학적 상상력은 한국 아동‧청소년 이야기의 토대인 것이다. 제1장은 최영희의 단편소설 「묽은 것」과 「칡」을 분석하며 서로 다른 장르를 융합시키는 사회학적 상상력에 대해 고찰한다. 제2장은 2000년대 이후, 동화와 청소년소설에 나타난 가부장 중심적인 가족 구조의 변화를 탐구하며 그 의의와 한계를 논한다. 제3장은 한국에서 미투운동이 거세게 일어나며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 부각된 2017년 이후의 동화, 그림책, 청소년소설을 페미니즘 시각으로 비평한다. 제4장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 창작된 아동‧청소년 SF의 공포 상황을 사회적 억압과 관련지어 해석한다. 제5장은 2000년대 이후의 아동‧청소년 SF가 주로 디스토피아 서사임에 주목하여 그 양상을 분석하고 원인을 탐색한다. 

제3부에서는 아동‧청소년 이야기의 상업적, 실용적 측면에 주목하여 그 스토리텔링 방식을 분석하고 비평한다. 문화산업시대에 이야기 콘텐츠는 서로 다른 갈래와 매체로 활발히 전용(轉用)되며 그 성공적인 방식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제1장은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에듀테인먼트 콘텐츠인 ‘마법천자문’에 주목하여 만화의 성공 비결을 분석하고, 애니메이션과 TV 드라마로의 전용 전략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제2장은 박경리의 동화 「돌아온 고양이」와 「은하수」, 청소년소설 「솔바람」과 「추억」을 문학치료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2010년대 이후 웹툰은 한국의 대표적인 이야기 콘텐츠로 자리 잡으며 아동‧청소년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에 대한 비평적, 학술적 관심은 미온적이다. 다음 두 편의 글은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기획되었다. 제3장은 최근 네이버 플랫폼에서 서비스하는 청소년 주인공 웹툰의 현황을 조사하고, 청소년 폭력 서사인 맹물의 〈깁스맨〉과 이언의 〈그날 죽은 나는〉을 비평하며 그 정서적 기능을 고찰한다. 제4장은 한국 유일의 아동전문 웹툰 플랫폼을 표방하는 ‘아이나무툰’을 조사하고, 당시에 인기를 끈 웹툰 다섯 편을 페미니즘 시각에서 젠더 형상화 방식을 중심으로 비평한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어른들의 ‘오래된 시선’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다

100년 전, 아동 해방에 눈 뜬 선각자들은 아동을 ‘미래’로 발견하였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믿음은 견고하다. 아동이 미래의 국가를 책임질 ‘제2의 국민’이기에 소중하게 여기며 잘 길러야 한다던 선각자들의 주장은 오늘날 상식이 되었다. 더불어 아동에 대한 선명하고 견고한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바로 ‘백지’이다. 17세기 후반 영국의 경험철학자 존 로크가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했던 ‘타불라라사(빈 석판)’가 근대에 발견된 아동상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백지는 그 가능성과 개방성에서 알 수 있듯이, 누가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질적 차이가 생긴다. 하지만 아동‧청소년을 미래로 발견한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동‧청소년이라는 백지에 무엇을 넣을지 설계하고, 제도를 만들어 아동‧청소년의 삶을 규율한 주체는 어른이다. 근대 사회의 어른은 아동을 어떻게 양육하고 교육하느냐에 따라, 즉 아동이란 백지에 무슨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아동의 미래뿐 아니라 한 국가의 운명이 좌우된다고 보았다. 식민지시대에 아동‧청소년은 민족의 독립과 사회주의 혁명의 일꾼으로,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분단된 조국에선 남북을 막론하고 새 조국 건설과 전후 재건 사업의 기수로 그려졌다. 어른들은 마치 삶에 정답이 있고,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아동‧청소년이 나아갈 이상적인 방향을 정해두고 아동‧청소년을 그 길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 아동‧청소년 이야기는 그것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탄생했다. 이런 관점에서 아동‧청소년 이야기는 어른들이 아동‧청소년을 매개로 그들 자신의 결핍, 욕망, 가치관을 드러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오래된 백지』에 실린 글들은 바로 아동‧청소년 이야기를 매개로 100년 전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어른들의 아동‧청소년에 대한 의식적, 무의식적 시선을 성찰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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