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경리, 김선희, 박삼헌, 이영섭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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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11.30 | ||
ISBN | 9791159056598 | ||
쪽수 | 209 | ||
판형 | 140*210 무선제본 | ||
가격 | 16,000원 |
근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의료화된 사회가 진행되어 온 가운데 최근 들어서 제약업계에서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개념이 해피 드러그이다. 해피 드러그는 스트레스처럼 질병은 아니지만 우리 생활을 불편하거나 불행하게 하는 원인들을 감소시키거나 제거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복용하는 약물을 의미한다.
이 책은 근대 지식의 세례를 받은 소비자 대중이 미디어 광고를 통해 해피 드러그를 어떻게 소비했고, 근대적 건강담론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일제강점기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해피 드러그의 유통과 담론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한다.
프롤로그
제1장 젊고 건강한 여성미의 회복, 주조토(中將湯)
주조토라는 ‘상품’의 탄생
‘자궁병 혈도(血の道)’ 치료에는, 주조토
여성미를 원한다면, 주조토
‘제국 일본’의 해피 드러그, 주조토
제2장 무병장수의 욕망, 자양강장제 폴리타민과 ‘근대적 신체’
허약한 신체와 해피 드러그의 등장
일본인의 ‘근대적 신체’에 대한 열망과 국민 병
근대일본의 매약 문화와 다케다제약회사
신문광고와 폴리타민의 파워
의료화된 나의 근대적 신체
제3장 근대적 건강미 발현으로서의 머리카락과 발모제
전근대 대머리 약사(略史)
근대의 시각으로 바라본 대머리와 탈모, 그리고 대응
탈모의 유형화
탈모(脫毛)와 탈모(脫帽)–근대 의학지식과 모던 패션의 중첩
발모와 미용, 그리고 젠더
미완未完의 과학, 미만未滿의 욕망
제4장 인삼에서 ‘Ginseng’으로
Made in Choseon의 해피 드러그
대중 소비시대의 도래
고문헌에 보이는 고려인삼
전근대 일본의 고려인삼에 대한 관심
근대기 과학 담론과 인삼의 만남
일제 강점기 광고 속 인삼
‘식민지’ 조선의 자랑–인삼에서 ‘Ginseng’으로
에필로그 / 근대를 바라보는 해피 드러그라는 시좌(視座)
참고문헌
주석
초출
개인 위생과 건강한 신체, 근대 건강 담론의 시작점
코로나 팬데믹 상황,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비누로 손 씻기가 가장 먼저 대중화되었다. 비누로 손을 씻는 행위를 통해 세균을 없앤다는 위생 관념은 비누 탄생 200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적인 집단 감염병 사태에서 한 번 더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세균학은 비누와 치약을 통한 가정위생으로, 유전으로 허약한 신체와 질병은 각종 영양제 복용을 통한 가정의학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인식은 근대의학에 기반한 국민건강담론의 출발점이었다.
개인의 신체 건강담론은 근대 의학에서 출발했고 19세기의 국민국가의 ‘건강한 국민’으로, 더 나아가 제국주의를 발판으로 한 식민지 확장에서 ‘문명’으로 대리 표상되었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국민은 건강한 병사로서의 남성, 제2의 국민을 창출하는 모성으로서의 여성이었다. 따라서 건강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건강한 아동은 건강한 성인이 된다는 유전학, 인종학과 우생학에 기초한 각종 의학담론이 ‘문명’으로 교육ㆍ홍보되면서 식민지와 피식민지 국민의 우열을 가늠했다. 따라서 일본인은 유럽인에 비해 유전적으로 열악한 신체와 건강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각종 영양을 공급하는 해피 드러그를 적극적으로 발매했다. 해피 드러그는 의사 처방이 필요 없이 신체의 면역력 강화라는 플라시보 효과를 내는 약품들로 일시적인 강장 효과와 그에 따른 외모의 긍정적 변화를 기대했다.
삶의 질을 높이는 해피 드러그
해피 드러그는 개인적인 우등과 우성의 ‘은유’로서의 건강의 가치가 확고해진 근대의 산물이다. 즉 질병의 적극적 치료가 아닌 삶의 질과 관련된 신체의 다양한 증상을 개선하거나 유지하는 일반의약품으로 제국 일본의 영토에서 발매된 제품은 가족용 종합영양제로서 ‘폴리타민(ポリタミン)’, ‘와카모토(若本)’, ‘인삼(人蔘)’, 그리고 여성용 자양강장제 ‘주조토(中將湯)’, 남녀의 모발 증진에 효과가 있다는 발모제 ‘요모토닛쿠(ヨゥモトニック)’와 ‘후미나인(フミナイン)’이 있었다. 이제 막 근대의학에 눈을 뜨기 시작한 대중은 위생국가의 제도에 수동적으로 편입되어 근대적인 신체와 건강에 관한 담론을 학습했다. 반면 가정 내에서는 해피 드러그 상품을 능동적으로 소비하여 스스로 근대적 건강담론을 확대 재생산하는 주체가 되었다. 특히 위생과 영양을 강조한 해피 드러그의 구입과 복용의 대중화에 신문과 잡지, 영화와 소설 같은 각종 대중 미디어가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의학박사들의 임상결과를 강조한 해피 드러그의 건강 담론은 징병검사, 라디오체조, 건강보험제도와 같은 사회 시스템으로 강화되었다. 이처럼 사회제도와 미디어를 통한 강화된 개인의 건강 언설은 도시의 주체적인 ‘대중’이 신체의 건강과 그에 걸맞는 ‘모던 상품’으로서 해피 드러그를 ‘욕망’하고 ‘소비’하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 ‘근대인’임을 확인해왔다.
최근까지 한국에서 해피 드러그에 관한 연구가 진행된 사례는 없지만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매일같이 해피 드러그를 복용하고 있다. 요즘은 자신의 건강에 작은 이상이 생겨도 인터넷의 의학정보와 각종 미디어의 광고를 통해 개인 건강의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한다. 각종 해피 드러그의 CM송을 따라 부르며 그 약품을 복용하는 행위는 이미 근대적인 소비 욕망의 주체성을 대표한다. 즉 서구의 근대가 동아시아로 이식되는 과정에서 극복하고자 한 일본인들의 열악한 신체와 건강이 일제강점기 우리에게도 수용되었고 현재까지도 일상적이고 대중의 소비 욕망으로 명료하게 표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근대 ‘제국 일본’에서 발매된 여성용 자양강장제 ‘주조토’, 자양강장제 ‘폴리타민’, 발모제 ‘요모토닛쿠’와 ‘후미나인’, 인삼이 근대적 건강담론의 대표적 상품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 약품복용을 통해 ‘건강한 국민 만들기’에 적극 참여했다는 사실을 찾아간다. 약국에 가서 ‘약 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해피 드러그의 소비 행위는 위의 네 가지 약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를 통해 구체적으로 발현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네 갈래의 서로 다른 연구의 결과는 궁극적으로 현대 한국인이 가진 ‘건강한 신체’에 대한 욕망이 어디로부터 연원했으며, 어떻게 구축되었는지를 거시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유용한 단서가 될 것이다.
지은이
김경리
건국대학교 아시아콘텐츠연구소 조교수 및 동 대학 아시아콘텐츠연구소 부소장. 근대 일본의 정치·사회·문화?도쿄의 도시 공간과 철도, 그리고 청일·러일전쟁, 근대 일본의 복식사와 같은 사회문화사를 니시키에(다색 목판화)로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제강점기의 표상(그림엽서, 스탬프, 랜드마크)을 통해 20세기 초의 동아시아가 이미지로 어떻게 네트워크화되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역서로는 『황후의 초상』(공역), 『‘조선’ 표상의 문화지』(공역), 『1929년, 조선을 박람하다』 1(공역)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시각 이미지를 통한 근대 일본의 표상 연구?개항기부터 메이지 시대까지」, 「대일본제국헌법 발포식 니시키에(大日本帝國憲法發布式錦)의 쇼켄 황태후(昭憲皇太后) 표상」, 「철도관광과 조선선 철도역 기념스탬프를 통한 도시 표상 연구」, 「스탬프의 식민 정치학?식민지 조선의 명소 기념스탬프의 장소성」 등이 있다.
김선희
건국대학교 아시아콘텐츠연구소 선임연구원. 히로시마대학에서 일본사상사를 전공했고, 현재 경계·지역·여성을 키워드로 삼아 근세 이후 동아시아 문화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이다.
박삼헌
건국대학교 일어교육과 교수 및 아시아콘텐츠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베대학에서 근대일본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천황 그리고 국민과 신민사이-근대 일본 형성기의 심상지리>, <근대 일본 형성기의 국가체제-지방관회의?태정관?천황>(2013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 2(공저, 2012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천황의 초상>, <특명전권대사 미구회람실기 제3권 유럽대륙(상)>(2012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등이 있다.
이영섭
건국대학교 아시아콘텐츠연구소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청주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학교에서 청대 학자 장학성章學誠 연구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전통 학술과 고전에 대한 연구와 함께 전통 문화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중국 송대에 나온 소설모음집인 『태평광기太平廣記』 번역에 참여했고, 청대 황권皇權과 학계의 역학관계를 다룬 양녠췬의 『강남은 어디인가-청나라 황제의 강남 지식인 길들이기』 번역 작업에도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