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해영, 류샤오리, 이복실 외 12명 | 역자/편자 | 이해영, 류샤오리, 이복실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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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4-03-30 | ||
ISBN | 979-11-5905-874-5 (93810) | ||
쪽수 | 424 | ||
판형 | 가로: 152 mm , 세로: 223 mm 각양장 | ||
가격 | 33,000원 |
일본 식민지 시기 동아시아의 타자들
『타자와 동아시아 인식-일본 식민지 시기 만주문학』은 일본 제국의 괴뢰정권으로 14년간 존속되었던 ‘만주국’ 각 민족 간의 상호 관계와 인식을 ‘타자’의 관점에서 조명했다. 이를 통해 ‘만주국’의 건국이념인 ‘민족협화’의 실상과 동아시아에 대한 ‘만주국’ 각 민족의 인식을 담아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만주국’은 이념적으로 조선인과 중국인, 일본인을 비롯한 만주 경내의 모든 민족이 화목하게 공존하는 이른바 ‘협화적 민족 공동체 국가’를 지향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만주국’의 각 민족들은 제국 일본이 만들어 놓은 ‘왕도낙토’라는 유토피아 공간에서 각자의 단꿈을 꾸며 각자의 이익을 도모했던 ‘동상이몽의 민족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 각 민족 간에는 분명한 위계관계가 존재했고, 대부분의 경우 자민족 중심의 시선에서 다른 민족을 이질적인 존재로 인식했다. 식민지 시기 일본이 식민주의자로서 또는 근대문명의 선구자로서 조선인과 중국인을 비롯한 피식민 민족들을 열등하고 야만적인 민족으로 타자화 하며 제국의 주체성과 우월성을 구축하려 했음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흥미로운 점은 식민자였던 일본 역시 피식민자들에 의해 타자화 된 한편, 피식민 민족들 간에도 위계질서가 존재했으며 이들 또한 다양한 시각에서 서로를 타자로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만주국’ 각 민족들의 이러한 타자화 과정은 혼종적인 식민 공간에서 비롯된 자아 정체성의 확인 및 강화 과정이기도 했다.
『타자와 동아시아 인식 - 일본 식민지시기 만주문학』은 이처럼 복합적으로 착종된 ‘만주국’의 민족 관계와 서로 교차하는 타자의 시선을 입체적으로 조명함과 동시에 근본적으로 일제의 식민 논리를 담지하고 있었던 ‘민족협화’의 모순성과 비현실성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주로 ‘만주국’에 몸담았던 조선인과 중국인 및 일본인 작가들에 의해 창작된 문학작품을 하나의 토론장에 묶어 논의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피식민자에 대한 식민자의 타자 서사에서부터 그에 역행하는 서사 및 피식민자 간에 존재했던 타자 서사에 이르기까지 서구 식민지에서 생산된 타자와는 다른 동아시아 식민지 타자를 이 저서를 통해 만나게 될 것이다.
일본 식민지 시기 동아시아, 또 다른 연대의 가능성
일본 식민지 시기 ‘동아시아’ 관념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곧 일본이 제기했던 ‘동아신질서’ 및 ‘대동아공영’이다. 특히 ‘대동아공영’은 일본이 타이완과, 조선, 만주, 중국 본토에 이어 동남아까지 제국의 식민 영역으로 확장시켜 자신의 침략적 야욕을 채우는 한편 영국과 미국 등 서구 제국주의에 대항하여 제국주의 패권을 쟁취하려는 목적에서 고안된 이데올로기였다. 즉 이 이데올로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동아시아 모든 민족이 단합하고 노력하여 ‘다 함께 영광을 누리는 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모든 민족이 역량을 결집하여 ‘제국 일본을 영광의 무대로 끌어올리는 데’ 있었다. 일본의 헛된 망상과 식민 야욕으로 점철된 ‘대동아공영’의 이상은 현실 속에서 거짓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식민주의 속성을 노출하게 되었고, 이는 일본을 배제한 피식민 민족들의 연대 즉 일본의 ‘대동아공영’과는 다른, 오히려 그에 대항하기 위한 동아시아의 연대 혹은 피압박민족의 공동 이익 창출을 토대로 진정한 공영을 실현하기 위한 동아시아의 연대를 가능하게 했다. 『타자와 동아시아 인식-일본 식민지시기 만주문학』은 이와 같은 ‘또 다른 동아시아 연대’를 ‘만주국’ 각 민족 작가들의 문학 활동과 작품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었다.
식민문화권력에 대한 ‘만주국’ 지식인들의 다양한 대응
‘만주국’의 문화장은 일본에 의한 통제와 강요, 통합과 배제의 식민문화장이었다. 『타자와 동아시아 인식 - 일본 식민지 시기 만주문학』은 이러한 문화장의 생리에 굴복하여 식민문화권력의 입장을 강력하게 대변하는 지식인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반대로 식민문화권력에 은근히 도전하는 지식인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전자는 주로 이 책의 3부, 일본인 작가들을 통해 드러나며 후자는 1부와 2부의 조선인과 중국인 작가 및 잡지 편집자를 통해 드러난다. 특히 이 부분은 오로지 텍스트만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식인들의 다양한 문학 행위를 통해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를테면 식민문화권력의 주도자인 일본인을 배제한 조선인과 중국인 작가의 교류, 일본 식민주의 이념에 도전하는 중국인 편집자의 작품 편집 및 피식민지인을 열등한 민족으로 부각시키는 일본인 작가의 텍스트와 이미지 서사에 대한 중국인 지식인들의 맞대응 등이다. 한편, 이 책의 3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체험하는 ‘만주국’의 이상/이념과 현실의 괴리감 속에서 점차 식민문화권력의 대변인으로서의 강력한 목소리를 약화시키고 현실에 눈길을 돌리는 지식인들도 등장한다. 이는 협력과 저항이라는 이분법적인 잣대로 성급하게 식민지 지식인들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이 책을 통해 통제와 강요, 통합과 배제의 방식으로 ‘만주국’의 문화장을 구축했던 식민문화권력의 패권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문화적 패권주의에 도전하여 상처받은 민족적/문화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식민지 지식인들을 만날 수 있으며 더 이상 식민문화권력이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만을 추종하지 않고 조금씩 현실을 드러내는 식민지 지식인의 양심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제1부
만주국시기 조선인문학과 타자 인식
안수길의 ‘만주’ 시기 작품에 나타난 민족 관계 인식
안수길 단편소설 「부억녀」 번역 연구
만주국 시절의 염상섭과 외지 의식
‘만주’, 내적 망명 또는 환대의 장
유치진의 〈흑룡강〉
제2부
만주국시기 중국인문학과 타자 인식
위만주국, 동아시아 연대의 테제와 안티테제
복수의 ‘타자’-동아시아 식민지에서 ‘보는 것’과 ‘보이는 것’에 관한 변증 : 메이냥 작품 속 ‘타자’ 서사에 대한 고찰
만주 서사 내부의 분열과 만주인의 암묵적 담론 저항
산딩 소설 속 ‘타자’ 형상
구딩 : 주체성을 쟁취한 피식민자
줴칭의 「하얼빈」 속 퇴폐적인 서양의 타자
제3부
만주국시기 일본인문학과 타자 인식
기타무라 겐지로의 소설 속 러시아인 형상의 선택과 필연
창간 초기 『만주영화』 이미지 서사 속의 ‘자아’와 ‘타자’
위만주국 일계 작가의 문학장 연구
식민주의를 다시 쓰다-만주국 문인 후지야마 가즈오를 고찰 대상으로
우시지마 하루코의 식민 의식과 전후 반성
필자소개
이해영 李海英, Li HaiYing
중국 칭다오의 중국해양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박사생 지도 교수. 중국해양대학교 한국연구소 소장, 칭다오1세종학당 학당장을 역임하고 있다. 한국 교육부 해외 한국학 중핵대학 사업단 단장을 맡아 3단계 사업을 수행 중이며 중국 국가 사회과학기금 프로젝트 ‘당대 조선족 문학 속의 혁명서사와 국민 정체성’을 수행완성하였다. 주요 저서로 『중국 조선족 사회사와 장편소설』, 『청년 김학철과 그의 시대』, 『만주, 경계에서 읽는 한국문학』(공저), 『한국 프로문학과 만주』(공저), 『귀향과 이산』(공저) 등이 있다.
류샤오리 劉曉麗, Liu XiaoLi
중국 화둥사범대학교 중문학과 교수, 박사생 지도 교수. 주요 저서로 『이질적인 시공간 속의 정신세계-위만주국 문학연구』, 『위만주국 문학과 문학잡지』, 『국토의 함락, 문인의 행보』 등이 있고 그 밖에 『위만주국 시기 문학자료와 연구총서』의 책임편집을 맡았다.
이복실 李福實, Li FuShi
중국해양대학교 한국연구소 연구원. 주요 논저로 「일제 말기 만주 조선인 아동극에 대한 고찰」, 「항미원조 위문단의 실체와 활동 양상」, 「해방 전후 극작가 김진수의 이력과 만주 인식」, 「조선족 희곡 <불길> 에 나타난 여순항쟁의 극적 재현과 바다 공간의 변화」, 『만주국 조선인 연극』, 『극예술, 과학을 꿈꾸다』(공저), 『귀향과 이산』(공저), 『극예술, 바다를 상상하다』(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