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박은경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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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11.25 | ||
ISBN | 9791159056451 | ||
쪽수 | 354 | ||
판형 | 140*210 | ||
가격 | 16,000원 |
정말로 솔직하면 담백함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작가는 솔직담백의 솔직만을 담당한다. 거짓도 숨김도 없이, 언제나 바르거나 곧지는 않으며, 욕심을 내다가 포기하다가 다시 원하면서 “여자 어른”의 삶에 대한 고심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대답을 찾는 과정을 읽기와 쓰기의 일상 기록으로 증명한다. 작가는 읽고 쓴 덕분에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뭘 하며 어떻게 살든 “읽고 썼으면 좋겠다”고, 읽지 않으면 다른 삶에 대해 알 길이 없고 쓰지 않으면 자신의 삶에 대해 알 길이 없다고, 모르는 것의 가능성이란 희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야 ‘뭘 할 때 좋은지, 뭘 할 때 신이 나는지’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제1부 / 어쩌자고 우리는 이렇게 다정한 걸까
상심은 흔한 일
잠깐 들어가기만 할게, 추워서 그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 가장 살아 있는 것
노브라노브라 하다 보면 노브라가 이상해지지
외롭고 다정하고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 좋아요
잘 지냅니까, 지금도 김치를 씻어서 먹습니까
아무래도 나는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이야
부끄러워한다는 게 부끄럽지
이름을 알면 시작된다고
맥락 없고 애매하고 막무가내로 즐거운 일
저녁 무렵의 비밀스러운 삶
나비가 잠든 뜨개방과 노브랜드
허전하여 저 달이라도 퍼먹고 싶네
그래서 이제 신을 믿느냐고 물으신다면 예, 혹은 아니오
개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갑자기 너무 쓸쓸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곰인형
속는 거라면 좋은 쪽으로 기꺼이
멍은 붉다가 푸르다가 보라색, 녹색, 노란색
원두 한 알의 우주 같은 것
되었지, 되었고 더욱 될 거야
제2부 / 그래서 마음은 이제 어떻습니까
8H에서 간신히 8B가 되었다
구안와사는 아홉 개의 언덕을 기어가는 달팽이라는 생각
벌레 먹은 의자에 앉아 벌레를 생각하는 아침
그래서 마음은 이제 어떻습니까
번쩍 우르르 쾅쾅, 단발마가 있다면 장발마도 있겠네
고맙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까
당신의 안녕이 나의 안녕
우리들의 안심과 기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거라고
괜찮습니까, 정말입니까
사랑 대신 메리 올리버
예술은 짧고 인생은 긴데 가을배추는 너무 비싸군요
죽은 자의 날을 사는 날의 햇사과의 맛이라니
너는 멀리 튀니지에서 왔고
지운 아이가 있다
제3부 / 어차피 영원도 아니니까요
철학자와 늑대와 아버지와 나와
취미는 물구나무서기. 그렇게 말할 때 자랑스럽지
수상 소감에 대한 소감
웃기고 서운하고 쓸쓸하고 향기롭고 다시 웃기고
원하신다면 9년마다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만
이렇게 다 예쁘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미, 라고 말할 때는 이미
요리에 대해서라면 유감입니다만
남편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사람
귤과 핫초코와 선한 영향력과
돌아갈 집이 있어서 다행이야
어차피 영원도 아니니까요
옆 침대의 낯선 남자
농담처럼 보이겠지만
제4부 / 우리는 각자의 계단에 집중하네
되는 대로 사는 것과 사는 대로 되는 것과
김연수 선생님이 나를 부러워하실 거야
우리는 각자의 계단에 집중하네
다시 그렇게 살고 싶니, 묻는다면 아니요, 아닙니다
무리를 해 보아야 무리를 안 할 수 있겠지
너의 목소리가 너를 지켜줄 거야
선생님께서도 늘 잘하신 것만은 아닙니다
이미 잡힌 물고기 같기도 하고
본방 사수 안 한다면서, 마지막 회는 절대 안 본다면서
스프는 실패, 스튜는 성공
엄마, 나는 괜찮지가 않아요
그때 나한테 왜 그랬어요
당연이 늘 당연하지는 않다는 생각
이제 너는 괜찮은 거니
다정한 남자들은 다 어디로
네 이야기를 써도 괜찮겠니
제5부 / 웃으며 안아 주며 그리며 그리워하며
누구의 허락을 구하지 않겠습니다
여러 번 망가져 본 리미티드 에디션
당신은 아이, 당신의 아이
언제나 너무 하는 사랑, 너무 해야 하는 사랑
과묵한 열아홉 살, 두 마리
너에게 거짓말을 알려주네
내가 나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니까요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성소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는 밤, 뜸부기는 왜 도로 위를 걸어 다니고 그래
웃으며 안아 주며 그리며 그리워하며
당신에게 이 사진을 보냅니다
나의 주문은 oumuamua
아무래도 방심은 봄날의 환난입니다
가만히 있는 마음
우리들의 사랑니에 건배
이제부터는 불확실한 세계의 다음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심하는 여자 어른의 사적인 이야기
정말로 솔직하면 담백함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작가는 솔직담백의 솔직만을 담당한다. 거짓도 숨김도 없이, 언제나 바르거나 곧지는 않으며, 욕심을 내다가 포기하다가 다시 원하면서 “여자 어른”의 삶에 대한 고심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장면마다의 울림과 떨림과 설렘으로 페이지를 닫을 수 없으니 김박은경, 아무래도 용감무쌍한 요물이다.
웃기다가 울리다가,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시인의 산문이라니 시적(詩的)일 거라고 상상했지만 아니다. 사적(私的)이다. 생활인의 리얼한 좌충우돌과 악전고투의 고백들이 이어진다. 비혼주의자라는 작가의 결혼이야기에는 웃음이 번지고, 개인주의자라는 작가의 가족이야기에는 웃음이 터지고, 아무도 몰랐을 비밀들을 털어놓을 때쯤이면 웃음기가 사라지게 된다. 노브라, SNS, 신(神), 낙태, 드라마, 소비, 읽기와 쓰기, 요리, 남자, 요가, 가족, 사고와 수술, 페미니즘 등 예측 불허의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다. 자꾸 그래서 그 다음이 궁금해진다.
시작은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어른이 되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H의 질문을 받은 작가는 대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파헤친다. 자신을 타자화하면서 정확히 인식하기 위함일 텐데 안일한 완결 대신 끝없는 탐색과 실천을 선택한다. 아마도 ‘여자 어른’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애써 되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답이라고 무언가를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위선이 아니겠는가.
읽기와 쓰기라는 최선의 도구를 들고
대답을 찾는 과정을 읽기와 쓰기의 일상 기록으로 증명한다. 작가는 읽고 쓴 덕분에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뭘 하며 어떻게 살든 “읽고 썼으면 좋겠다”고, 읽지 않으면 다른 삶에 대해 알 길이 없고 쓰지 않으면 자신의 삶에 대해 알 길이 없다고, 모르는 것의 가능성이란 희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야 ‘뭘 할 때 좋은지, 뭘 할 때 신이 나는지’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무엇도 강제하지 않지만 읽기며 쓰기에 대해서는 매우 진심이다.
언제나 그 이상인 여자 어른들에 대해
작가는 ‘금지된 것을 시도할 때 결계가 풀어진’다고 말한다. ‘시도는 되풀이해서 해야 한다’고 ‘너무 빠르게 자랄 때면 성장통이 온다’고 말한다. ‘생각만 하지 말고 말을 합시다. 원하고 바랍시다. 느끼고 즐깁시다. 숨지 말고 숨기지 말고 명랑하고 통쾌하게 저지릅시다. 절대로, 아무에게도 허락을 구하지 맙시다.’ 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기립박수를 치게 된다. 누군가의 딸, 여자친구, 애인, 아내, 엄마에서 자기 자신의 온전한 삶을 찾아내는 걸음이라니. 스스로를 허락하고 인정하고 사랑하는 여성들로 이어지는 커다란 동심원이라니. 함께 하는 찰진 연대라니, 서로가 서로의 뒷배가 되어주는 일이라니. 어쩐지 그 대열에 함께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비밀이야말로 삶의 다양성을 확장하고 음미하는 즐거운 방식임을 눈치 채게 된다. 작가가 또 어떤 비밀들을 만들어나갈지 기대하면서 말이다.
김박은경
사랑을 믿지 않으면서 연애를 했고, 비혼주의자면서 결혼을 했습니다. 살림은 싫어하고 책은 좋아하고, 통화는 싫어하고 문자는 좋아하고, 직접 만나는 건 싫어하고 그리워하는 건 좋아합니다. 특기는 산책, 취미는 물구나무서기. 소설이나 영화는 결말을 미리 알고서야 맘 편히 보는 편이고, 다정이 병이라 부러 무정해지곤 합니다. 양손잡이가 되려고 연습 중입니다. 그간의 책으로는 『온통 빨강이라니』, 『중독』, 『홀림증』, 『못 속에는 못 속이는 이야기』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