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승종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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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11.10 | ||
ISBN | 9791159056352 | ||
쪽수 | 473 | ||
판형 | 신국판 무선제본 | ||
가격 | 31,000원 |
우리 역사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고대사와 현대사의 핵심 주제들을 선별해서 철학적으로 고찰하고 있는 책이다. 우리 고대사는 강단과 재야가, 현대사는 좌와 우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분야이자 저 용어들이 함축하듯이 권력과 이데올로기로 점철된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논쟁은 무성한데 늘 제자리를 맴돌 뿐 이렇다 할 진척이 없었다. 논의의 정리에 그치는 교양서의 수준으로는 교착상태를 타개할 수 없다.
이 책은 기존의 논의를 한 단계 뛰어넘는 새로운 시각과 방법으로 그동안의 정체(停滯)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저자는 국수주의로 흐르는 1인칭적 사관, 실증주의에 함몰된 3인칭적 사관과 대비되는 2인칭적 사관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선보이는 한편, 철학적 분석과 논증의 메스로 우리 역사에 켜켜이 쌓인 편견과 이데올로기의 때를 씻어내고 있다. 누군가 마땅히 했어야 할 작업이지만 우리 역사와 철학의 크로스오버는 국내외를 통틀어 전례가 없는 시도이기에 저자는 각별한 소명의식과 각오로 지난 23년간 이 책의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제1부 우리 상고사와의 대화
제1장 우리 상고사의 철학적 반성
1. 별 헤는 밤 | 2. 불신 | 3. 추리 | 4. 과학 | 5. 불완전성과 불확실성 | 6. 진리와 역사 | 7. 정신사로서의 역사 | 8. 肆覲東后 | 9. Us and Them | 10. Anti-Masochism | 11. 자부와 황제 | 12. 부루와 우 | 13. 기자와 「홍범」 | 14. 反轉 | 15. 단군 죽이기 | 16. 富之不軾 一然之下? | 17. 단군 잠재우기 | 18. 철학 줍기 | 19. 고조선의 문화철학 | 20. 재야의 종 | 21. 종횡사대
제2장 하늘과 땅과 사람
1. 장성 | 2. 파르마콘 | 3. 하늘 | 4. 땅 | 5. 사람 | 6. 시각
제2부 우리 근・현대사와의 대화
제1장 한・일관계의 역사철학
1. 왜 한・일관계가 중요한가? | 2. 이정표 | 3. 고대 한・일 교섭사 | 4. 식민지시기의 재인식 | 5. 해방 이후의 한・일관계 | 6. 협력의 원칙
제2장 남북관계의 철학적 분석
1. 타자 | 2. 관용과 선의 | 3. 딜레마 | 4. 시장과 전장 | 5. 다원주의 | 6. 중첩적 합의 | 7. 합의와 흥정 | 8. 통일 이후 | 9. 인칭
제3장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제3부 토론
제1장 한・중의 역사인식과 민족문제
1. 역사와 해석, 그리고 주관성 (이윤일) | 2. 답론 | 3. 논평(장용수) | 4. 답론 | 5. 연세대 철학연구소에서의 토론 | 6. 논평(김희봉) | 7. 답론 | 8. 21세기 인문학모임에서의 토론 | 9. 연세대에서의 토론 | 10. 미국철학회에서의 토론
제2장 우리 상고사 연구의 길
1. 논평(복기대) | 2. 답론 | 3. 연세대 철학연구소에서의 토론
제3장 고대 한・일관계의 역사철학
참고문헌
인명색인
주제색인
명철한 철학적 시선으로우리 역사의 맥락을 짚어내다
고대와 근ㆍ현대를 아우르는 우리 역사의 쟁점들
저자는 우리 역사에서 철학적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들만을 가려 뽑아 이를 탐구하는 선택과 집중의 잣대로, 시간적으로는 고대와 근・현대, 공간적으로는 중국, 일본, 북한과의 관계를 주제로 삼았다. 고대는 한・중관계와 동북공정, 근・현대는 한・일관계 및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춰 전개된다.
이 책은 총 3부 8장으로 구성된다. 1부는 우리 상고사에, 2부는 우리 근・현대사에 각각 초점이 잡혀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준비하며 그 중간 성과들을 학계에 발표하여 피드백을 받았는데, 3부에서는 이 책의 일부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에서의 토론들을 선별해 수록하였다.
1부는 우리 상고사 연구에 대한 총체적 반성을 고대의 한・중관계에 접맥시켜 시도하는 1장과, 우리 상고사를 종적 계통, 횡적 강역, 민족 문제의 세 축을 중심으로 가늠해보는 2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우리 상고사 연구에 드리워진 중화와 사대의 그늘을 적시하고 해체하는 작업을 전개한다. 중국의 역사공정이 어떻게 중국과 우리의 역사를 동시에 왜곡하고 있는지를 규명하고, 중국이라는 국가와 민족의 역사적 허구성을 사료와 문헌에 대한 분석을 통해 논증한다. 이어서 일제 강점기에 식민사학에 의해 이루어진 우리 상고사에 대한 부정과 축소 작업을 살펴보고, 그러한 작업이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식민주의를 정당화하려는 학문 외적 동기에 의해 이루어진 자의적인 것임을 조목조목 증명한다. 이를 토대로 동아시아사의 전개에 우리 역사와 민족이 공헌한 바를 정당하게 복권시키고 복원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2장에서는 천지인(天地人)이라는 동양의 전통적 범주를 빌어 우리 상고사의 체계를 세워본다. 하늘을 뜻하는 천(天)은 순환을 상징하는 원으로 표기되곤 하는데, 순환은 곧 변화를 함축하며 변화는 다시 시간이라는 역사의 한 축을 형성한다. 저자는 하늘이라는 범주 하에 우리 상고사의 종적 계통을 살펴본다. 땅을 뜻하는 지(地)는 사방을 의미하는 사각형으로 표기되곤 하는데, 사방은 곧 강역을 함축하며 강역은 다시 공간이라는 역사의 다른 한 축을 형성한다. 저자는 땅이라는 범주 하에 우리 상고사의 횡적 강역을 살펴본다. 사람을 뜻하는 인(人)은 서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삼각형으로 표기되곤 하는데, 사람은 곧 민족을 함축하며 민족은 종과 횡으로 뻗치는 연대성으로 역사의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한다. 이 세 축을 바로 세워야 중국이 걸어오는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적 도전에 제대로 맞설 수 있다.
2부는 얽히고설킨 한・일관계의 미로를 일련의 가설들로 풀어보는 1장과, 통일을 지향점으로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모색하는 2장, 그리고 결론에 해당하는 3장으로 구성된다.
이 책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1장에서는 한・일관계를 시대별로 셋으로 대별해 각 시기별로 다음과 같은 세 쌍의 작업가설들을 전제로 이들을 차례로 증명하는 방법으로 전개된다.
A. 고대 한・일 교섭사의 가설들
1.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이라는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로 악용되었다는 낙인이 찍혀 금기시되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계보학 상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2. 고대 한·일 교섭사는 임나일본부설이나 기마민족 정복설과 같은 쌍방 간의 정복이 아닌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로의 개척으로 이해해야 한다.
3. 고대 일본은 한반도의 국가들에 종속된 속국이 아니라 동맹국으로서 한반도의 문물을 빠른 속도로 캐치업(catch-up) 했다.
B. 식민지시기의 재인식 가설들
4. 한・일 간의 문물 교류는 구한말부터 일본 문물의 한반도로의 일방적 전래로 방향 전환되었지만, 이 와중에 한반도에는 식민지 자본주의화에 따른 식민지 근대성이 피어났다.
5. 식민지 근대화론, 내재적 발전론, 식민지 반(半)봉건사회론, 자본주의 맹아론 등 식민지 시대를 조명하는 기존의 이론들은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6. 예속자본론을 위시한 공산주의 이론이나 그에 바탕을 둔 투쟁은 한국의 독립을 위한 투쟁이라기보다 계급투쟁으로 보아야 한다.
C. 해방 이후 한・일관계의 가설들
7. 해방 이후 일본에 대한 한국의 일관되지 못한 임기응변식 정책이나 그에 맞서는 반일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모두 한・일 협력체제에 걸림돌이 되므로 발전적 지양이 요청된다.
8. 한・일관계는 전략적으로 한・미・일의 삼각체제 내에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이탈하는 순간 한・일관계도 악화될 것이다.
9. 한・일 협력체제는 김옥균과 안중근의 역사철학을 비판적으로 계승해 동아시아 삼국의 공존과 평화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정위되어야 한다.
2장에서는 롤스(John Rawls)가 제시한 공정으로서의 정의관에 의거해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탐구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를 분열시킨 이데올로기들을 무지의 베일로 가린 공정한 상황에서 합리적 합의를 추구하는 모델로 롤스의 정의관에 주목한다. 바람직한 대북 정책을 위해 정부와 민간 통일운동 단체가 관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서로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문제 삼지 않을 때, 우리는 이미 이데올로기가 무지의 베일에 가려진 원초적 상황에 접근하는 것이며 그 상황에서는 다만 어떠한 방식의 통일운동이 진정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점만이 문제시될 뿐이다. 종교에 바탕을 둔 민간 통일운동에 대해서 정부가 취해야 할 입장도 이데올로기와 마찬가지로 종교를 무지의 베일로 가리는 것이어야 한다. 저자는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원초적 상황 하에서 바람직한 통일운동에 공정한 절차적 정의를 정착하는 것을 추구한다.
3장에서는 이 책을 관통하는 접화군생(接化群生)과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역사철학이 지니는 의의를 되새기고 그것이 실제 역사의 흐름에서 어떠한 영욕과 굴절을 거쳐 갈등과 질곡의 현대사를 초래하게 되었는지를 살핀다. 아울러 남과 북의 체제와 이념을 비교하고 각 체제를 이끌었던 인물들의 공과를 평가해본다. 끝으로 당면한 동북아 정세에서 어떠한 선택과 대응이 우리에게 바람직한 것인지를 가늠해본다.
3부에서는 이 책의 몇몇 장을 학술 모임에서 발표해 주고받은 논평, 답론, 토론을 주제별로 범주화해서 실었다. 그 내용은 한・중의 역사인식과 민족문제, 우리 상고사 연구의 길, 고대 한・일관계의 역사철학 등 이 책의 중심주제들을 망라하고 있는데, 독자들은 논평과 답론, 토론을 통해 동시대 학자들과의 학술 교류 현황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이 책의 논지가 보다 명료해지고, 논의가 깊이를 확보하고, 시각이 입체성을 얻게 된다.
이승종 (지은이)
연세대 철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고, 뉴욕주립대(버팔로) 철학과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철학과 풀브라이트 방문교수와 카니시우스대 철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있으며 같은 대학의 언더우드 국제대 비교문학과 문화 트랙에서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비트겐슈타인이 살아 있다면-논리철학적 탐구』(문학과지성사, 2002,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학술도서), 『크로스오버 하이데거-분석적 해석학을 향하여』(생각의나무, 2010, 수정증보판 동연, 2021, 연세학술상 수상작), 『동아시아 사유로부터-시공을 관통하는 철학자들의 대화』(동녘, 2018), 『우리와의 철학적 대화』(김영사, 2020), 뉴턴 가버(Newton Garver) 교수와 같이 쓴 Derrida and Wittgenstein(Temple University Press, 1994)과 이를 우리말로 옮긴 『데리다와 비트겐슈타인』(민음사, 1998, 수정증보판 동연, 2010)이 있으며, 연구번역서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아카넷, 2016)가 있다. 페리 논문상, 우수업적 교수상, 우수강의 교수상, 공헌 교수상, 우수연구실적 표창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