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정선경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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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2.10.20 | ||
ISBN | 9791159057328 | ||
쪽수 | 343 | ||
판형 | 152*223, 무선 | ||
가격 | 26,000원 |
중국 생태문학의 뿌리찾기
중국소설 중에는 생태적 상상력이 풍성하게 드리워진 작품이 많다. 그러나 생태문학에 관한 연구는 주로 현·당대문학 및 문화 연구의 영역에서 다루어져 왔고, 전근대문학에서는 도연명, 이백 등의 시가 연구와 노장 사상 연구에 편중되어 왔다. 생태문학 창작과 비평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중국소설과 생태적 상상력』은 고전소설과 생태 비평의 접합을 시도하려는 책이다.
이 책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인간의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중국 생태문학의 뿌리찾기를 시도한다.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자연과 생명의 관계를 추적하면서 중국 고유의 사상철학적 토대를 담았다. 제2부는 인간과 대자연의 각종 생물이 소통하는 『요재지이』 속에 중국의 전통적인 생태의식이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살필 수 있다. 제3부는 중국소설의 전형적인 모티프들이 현대의 영화서사에서 어떻게 변용되어 현실비판적인 시의성을 이끌어내는지 보여주고 있다. 인간과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했던 서구의 근대적 사유방식과 달리 동양 고유의 서사에서 보여지는 생명의 상호의존성, 상호역동적 과정과 의미를 탐색할 수 있다.
‘관계’의 맥락에서 읽는 서사적 상상력
중국소설은 관습화된 세상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인간과 타자의 관계를 역동적으로 담아낸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사랑, 영원한 생명을 즐기는 신선, 인간과 동식물의 교류에 관한 이야기들은 선험적인 틀에 갇힌 우리의 시야를 확장시켜 준다. 현실 세계에 초현실적 요소를 배치하고 중첩시키면서 탄력적인 방식으로 자아와 타자의 관계를 포착해낸다. 이 책은 협소한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인간과 동/식물, 인간과 만물의 생명과 그 관계의 서사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삶과 죽음, 인간과 비인간, 현실과 초현실이 대립하고 화합하면서 변주의 틈새에서 발생하는 관계의 문제는 중국소설을 이해하는 중요한 초석이 된다. 중국소설 속 자아와 세계의 관계는 인간과 비인간의 대결과 화해로 표면화된다. 관계가 생성되고 굴절되며 확장되는 양상들은 인간과 비인간의 대립과 갈등, 교류와 소통, 타자로의 변신 등으로 구체화된다. 인간, 신, 신선, 귀신, 동물, 식물, 사물 등은 단절된 경계를 무력화시키며 교류하고 소통한다. 우주만물 속에 서로 얽혀있는 자아와 타자의 관계는 끊임없이 유동하고 변화한다. 인간이 동식물로 변신하고 동식물이 인간으로 변신하는 이야기들은 서로가 간섭하고 연대되어 있다는 관계적 맥락 안에서 본질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가변적 세계관 속에서 인간과 인간 아닌 불온한 존재들과의 유희는 은폐되어온 내면의 욕망을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지 보여준다. 관계의 맥락에서 살펴보는 상상력은 리얼리즘에 의해 조각난 것들이 현실의 삶을 어떻게 풍요롭게 채워주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개체들이 갈등하고 부대끼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관계는 기존의 것을 재편하고 새로운 것을 낳는다. 이 책은 바로 중국소설 연구에서 ‘관계성’에 주목한다. 지구 위의 만물이 상호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생태비평의 관점에서 중국 고유의 생명의식이 상징적으로 포착되는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이다. 생태적 상상력의 관점에서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생명의 균형을 이루어왔는지 그 관계에 대한 탐색은 중국소설의 서사예술적 성취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고전에서 길어오는 미래지향적인 인문학의 가치
고전은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말을 건다. 수백 년 전의 언어로 혹은 그 이상의 경험을 축적하여 상징화된 몸짓으로 다가온다. 고전에 담긴 지적 전통과 문화적 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에게 겸허함을 가르쳐 준다. 『중국소설과 생태적 상상력』은 고전에 깃든 고유한 가치들에 대해 새롭게 해석하는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 책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균형있는 절충점을 찾기 위해서 생명의 가치와 그 관계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보여준다. 단지 지난 시대의 이상향을 동경하고 흠모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지혜가 보여주는 근원적인 의미를 되새기고 호혜적 생명의 가치를 부활시키려는 인문학적 노력을 담았다. 동양 고유의 서사적 상상력과 생태적 사유에 관해 살펴보면서 근대휴머니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시도한다. 생태적 상상력 속에 감춰진 인간과 자연의 친화적 상호관계를 해석하면서 서구문화의 화려함에 가려졌던 동양 고유의 정체성을 발굴하고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창출하려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책은 고전에서 현대로 변통될 수 있는 생태적 가치관과 우리의 책임의식을 상기시키고 상호 공존을 위한 인식의 전환을 강조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증폭된 인간 소외의 문제에 대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성찰하면서 상생적 방안을 찾기 위한 시의적인 모색을 확인할 수 있다.
책머리에 3
서장 ‘관계’의 서사학으로 중국소설 읽기 9
제1부 생명의 글쓰기와 서사적 상상력
제1장 『장자』의 글쓰기와 생명의식 25
1. 『장자』와 인문학, ‘관계’의 문제 25
2. 『장자』의 생명의식과 탈인간중심주의 28
3. ‘제물齊物’의 글쓰기와 생명의 가치 33
4. ‘방생方生’의 글쓰기와 생명의 확장 39
5. ‘유遊’의 글쓰기와 생명의 향유 43
6. 『장자』와 다원화된 생명의식 49
제2장 신선설화의 글쓰기와 자연에 대한 메타독법 53
1. 과학기술의 시대와 도교 53
2. 과학적이거나 혹은 신비롭거나 57
3. ‘물화物化’와 생명력 64
4. 도교적 상상력과 생명철학 78
제3장 『열선전』ㆍ『신선전』의 수련자와 자연의 생명력 82
1. 생명연장의 꿈과 영생의 가능성 82
2. 동물의 생명력 85
3. 식물 및 광물의 생명력 96
4. 책임감 있는 생명의식 109
4장 『태평광기』의 환상성과 죽음 너머의 존재들 113
1. 『태평광기』와 죽음 너머의 세계 113
2. 환상서사의 기원과 변모 양상 117
3. 불멸의 존재와 환상서사 119
4. 초멸의 존재와 환상서사 123
5. 필멸의 존재와 환상서사 126
6. 나누기 혹은 겹치기 130
7. 낯설기 혹은 친근하기 136
제2부 『요재지이』의 서사예술과 ‘관계’의 생태학
제5장 『요재지이』의 주제의식과 ‘사이’의 서술미학 143
1. 지괴와 전기 ‘사이’ 143
2. 『요재지이』의 창작의도와 서사적 특징 145
3. 정치관과 과거제도 154
4. 경제관과 현실인식 161
5. 인생관과 주정주의 169
6. 이상과 현실 ‘사이’ 176
제6장 『요재지이』의 생태적 세계관과 인간과 이물의 ‘관계’ 181
1. 『요재지이』와 생태문학 181
2. 호혜적 관계와 상호의존의 공생의식 186
3. 대립적 관계와 이상세계의 추구 192
4. 호환적 관계와 생명의 평등의식 197
5. 생명의 가치와 생태학적 성찰 204
제7장 『요재지이』 변신 서사의 양상과 특징 207
1. 변신 서사와 ‘관계’의 문제 207
2. 변신 서사의 기원과 전개 209
3. 이물의 인간-되기 216
4. 인간의 이물-되기 223
5. 상호-되기 혹은 혼종화 229
6. 문학적 유희와 치유의 서사 235
제8장 『수신기』ㆍ『요재지이』 변신 서사와 ‘관계’의 생태학 239
1. 『수신기』와 『요재지이』 239
2. 변신의 주체와 경계 241
3. 변신의 과정과 반복 250
4. 변신의 수용과 이해 258
5. 인간과 자연, ‘관계’의 생태학 267
제3부 영화서사,에코페미니즘과 생명공동체
제9장 영화 <착요기>:문화적 다양성과 생명 존중의 서사 273
1. 영화 <착요기>와 에코페미니즘 273
2. 인간과 자연, 자본과 식민의 대결 276
3. 아버지의 여성화, 어머니의 남성화 283
4. 채식 교육과 생명 존중 290
5. 에코토피아Ecotopia와 지속 가능한 실천 297
제10장 영화 <미인어>:여성과 자연, 지구환경의 서사 301
1. 영화 <미인어>와 지구환경 문제 301
2. 유혹하는 몸, 식민화된 몸 304
3. 돌봄의 몸, 사랑의 몸 310
4. 간척사업과 에코에티카Eco-ethica 316
5. 생명 윤리와 생명공동체 321
6. 에코페미니즘의 귀환 326
참고문헌 330
초출일람 343
변신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신체는 자유롭다. 인간이 동식물로 변하고, 동식물이 인간으로 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인간의 신체와 영혼을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았던 중국 고대 서사에 보면 인간이 호랑이나 곰으로 변신하여 자신이 처한 현실적인 불만을 해결하고,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 간절한 꿈을 실현하고자 했다. 더 강한 몸으로 변신하여 현실에서 결핍된 것을 채우고 완전한 존재가 되고자 했다. 자신의 몸을 파편화시켜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도 했고, 신성한 영역을 침범한 대가로 저주받아 징치되기도 했다.
정선경 鄭宣景, Jung Sun-kyung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북경대학교 중문연구소에서 연구학자를 역임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을 거쳐 중어중문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중국 고전소설과 문화, 동아시아 서사문학과 지식장의 전환, 동아시아 비교문학 및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생명과 생태의 관점에서 중국서사를 다시 읽고 해석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다수의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저서로는 『神仙的時空』(북경, 2007), 『중국 고전소설 및 희곡 연구자료 총집』(공저, 2012), 『교류와 소통의 동아시아』(공저, 2013), 『중국고전을 읽다』(공저, 2015), 『동아시아 근대 지식과 번역의 지형』(공저, 2015), 『근대 지식과 저널리즘』(공저, 2016), 『동아시아 지식네트워크와 근대 지식인』(공저, 2017), 『중국소설과 지식의 조우-근대전환기 문학장의 재발견』(2017, 2018 세종도서 학술부문 우수도서), 역서로는 『중국현대문학발전사』(공역, 2015)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