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말 명초 시기 중국미술사를 보다
『格古要論』은 원말 명초에 송강(松江)의 화정(華亭, 지금의 상해) 출신 학자 조소(曹昭)가 말년에 저술한 중국 미술사와 문화사 및 골동품의 수집과 감상에 관한 서적이다. 서문에 따르면 상당히 부유한 가문에서 자라난 조소는 부친의 영향으로 골동품의 감상과 감정에 뛰어난 식견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만년에 이 책을 저술하였다. 명대 초기의 간행본은 현재 발견되지 않았으며, 명청 시기를 거치면서 3권본과 5권본과 10권본 및 절록본(節錄本) 등 4개의 판본이 출현했다. 이 가운데 3권본이 조소의 원본으로, 현재 명 만력(萬曆) 26년(1598)에 주리정(周履靖, 1549-1640)이 간행한 『이문광독본(夷門廣牘本)』과 청대 『사고전서본(四庫全書本)』 의 두 종류가 있다. 이밖에 명 천순(天順) 3년(1459)에 왕좌(王佐)가 대규모로 증보하여 13권본으로 만든 판본이 있으며, “『신증격고요론(新增格古要論)』”이라 하여 조소의 저작과 구분하지만, 무질서한 자료 모음집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한다.
『格古要論』 전체는 상중하 3권이고 총 13부로 나뉘어 있다. 상권은 고동기론(古銅器論), 고화론(古畵論), 고묵적론(古墨跡論), 고비법첩론(古碑法帖論)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권은 고금론(古琴論), 고연론(古硯論), 진기론(珍奇論), 금철론(金鐵論)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권은 고요기론(古窯器論), 고칠기론(古漆器論), 금기론(錦綺論), 이목론(異木論), 이석론(異石論)으로 구성되어, 모두 201개의 조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권의 고동기론에서는 예기(禮器)로 사용된 종정이기(鐘鼎彝器)와 향로 및 거울 등의 주조와 관지(款識) 및 벽사작용(辟邪作用) 등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고화론에서는 회화이론, 감정법, 회화기법, 붓, 비단, 종이, 표구 및 역대 명화 등에 관하여 논의하였다. 고묵적론에서는 서예 작품과 진위감정 및 사용된 종이 등에 관해 논의하였다. 고비법첩론에서는 역대 법첩의 유래와 전승에 관해 상세히 논의하였다.
중권에서는 원말 명초 강남 문인사대부 계층의 기호가 반영된 기물들을 다루고 있다. 고금론에서는 고대 거문고의 유래와 제작기법 등에 대해 논의했으며, 고연론에서는 문인의 필수품인 벼루에 관한 논의로, 단계연(端溪硯)과 흡주연(歙州硯)과 도하연(洮河硯) 등 각종 벼루의 산지와 특징에 대해 설명하였다. 진기론에서는 먼 이역에서 들어왔거나 오래전부터 특권층이 향유하였던 옥, 수정, 서각(犀角, 코뿔소 뿔), 호박, 묘안석, 용연향, 금강석 등과 같이 진기한 기물에 대해 중국 최초로 논의하였다. 금철론에서는 중요한 자원이자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금과 은 및 도금법 등에 대해 논의하였다.
하권의 고요기론에서는 오대시기 이래 10여 가지 도자기에 대해 예술품으로서 진위의 감정과 가치에 대하여 논의하였으며, 고칠기론에서는 각종 옻칠 공예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금기론에서는 각종 비단의 종류와 제작기법 등에 대하여 논의하였으며, 이목론에서는 자단과 황화리(黃花梨) 및 계칙목(鸂鶒木) 등의 진귀한 목재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이석론에서는 완상과 정원의 축조 등에 사용되는 기이한 형태의 돌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본 번역서는 『사고전서본』을 저본으로 하고 『이문광독본』을 참조하여 양춘차오(楊春俏)가 교감하고 주석을 달아 백화로 번역하였으며, 중화서국에서 2012년에 발간한 『격고요론(格古要論)』을 대상으로 삼았다. 원주(原註)를 모두 번역하였으며, 원주에 대해서도 주석을 붙이고, 여기에 번역자의 주석을 별도로 첨가하여, 독자가 가능한 이해하기 쉽도록 번역하였다.
3 머리말
7 『격고요론』 원서
상권
11 1. 고대 청동기에 관한 논의古銅器論
25 2. 고대 회화론古畵論
68 3. 고대 서예작품론古墨跡論
78 4. 고대 비석의 법첩에 대한 논의古碑法帖論
중권
97 1. 고대 거문고에 관한 논의古琴論
106 2. 고대 벼루에 관한 논의古硯論
119 3. 진귀하고 기이한 물건에 대한 논의珍奇論
148 4. 황금과 철에 관한 논의金鐵論
하권
159 1. 고대 도자기에 관한 논의古窯器論
179 2. 고대 칠기에 관한 논의古漆器論
187 3. 비단에 관한 논의錦綺論
195 4. 기이한 나무에 관한 논의異木論[잡물 부록雜物附]
205 5. 기이한 돌에 관한 논의異石論
강경희姜慶姬, Kang Kyung-hee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중국 남경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고전문학을 공부하며 앎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금 여기를 사는 나를 위한 고전 읽기를 시도한 저서 『나는 불완전한 내가 고맙다』(동아일보사)가 있고, 함께 옮긴 책으로 명나라 여류 시인의 시선집 『새벽 바람 기다려 봄을 맞으리』, 『휘장을 열고 차를 끓이다』, 『산꽃은 일부러 우릴 기다려 피었구나』 등이 있다. 그밖에 「음중팔선도(飮中八仙圖)」, 「적벽도(赤壁圖)」, 「귀거래도(歸去來圖)」, 「채국도(採菊圖)」처럼 문학과 그림의 통섭에 관한 논문이 다수 있다.
김의정金宜貞, Kim Eui-jeong
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 학부 조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두보 기주시기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고전시가를 다년간 연구하였다. 주요 논문으로 「이백 한적시에 보이는 시간의 흐름에 대하여-‘춘일취기언지’를 중심으로」, 「두보가 만난 사람」, 「명말 청초 문인 장대의 시세계」, 「영상 미학을 통해 본 중국 고전시의 재해석」, 「여성, 늙음을 말하다」, 「興, 오래된 비유」, 「시는 어떻게 광고가 되는가」 등이 있고 『쾌락의 정원(한정우기)』, 『장물지』(공역), 『사치의 제국』(공역) 등을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