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손종흠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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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1.30 | ||
ISBN | 9791159057311 | ||
쪽수 | 781 | ||
판형 | 152*223, 무선 | ||
가격 | 65,000원 |
유구한 역사의 현장에서 만들어지고 향유된 고전시가에는 매 순간 변화하는 사회에서 만들어졌던 문화적 패러다임이 다양한 형태로 녹아 있으므로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아주 많이 숨어 있다. 언어의 변천으로 인한 해독의 어려움, 관련 자료의 부족, 작품이 형성되던 시대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해석의 어려움, 문학적 아름다움을 밝히기 위한 이론 개발의 부진, 고전시가 형식론 정립의 어려움 등이 그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순간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바뀌는 사회적 환경과 정서에 대응할 수 있는 창조적인 콘텐츠의 개발을 위한 대안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민요에서부터 가사에 이르는 민족시가에 대한 연구에서 발생하는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과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콘텐츠 개발의 방법론을 제시하려는 시도가 모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고전시가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만난 가장 큰 애로사항은 하나의 문제를 풀면 곧바로 새로운 난제가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해독이 어려웠던 표현 하나를 해결하면 그와 관련된 또 다른 난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고, 작품의 한 부분을 해석하고 보면 다른 부분이나 전체와의 유기적 연결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드러나니 고전시가에 관한 공부와 연구는 난제와의 끝없는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 책에서 글쓴이가 중점을 두려고 한 것은 시대별로 모습을 달리하는 각 장르에 존재하는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 민족시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형식론의 개발, 현재와 미래 사회의 문화적 정서에 맞는 콘텐츠 개발을 위한 방법론 제시 등이었다.
민요에서 가사에 이르는 고전시가의 난제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 우리 민족의 생활 정서를 광범위하게 담아내고 있는 민요는 작품의 분류, 시가와의 관계 규명 등에서 어려운 문제가 많은데,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는 앞으로 한층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족 문학의 형성기에 등장한 향가는 향찰에 대한 해독의 문제, 정확한 발생과정을 규명하기 위한 이론의 부재, 작품의 수와 관련 자료의 부족 등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다. 이것 역시 어떤 방법으로든 극복해야 할 문제임은 분명하므로 이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연구가 수반되어야 한다. 속요는 작품에 쓰인 언어표현에 대한 해독, 문학적 해석, 장르적 성격의 규명 등이 난제로 꼽힌다. 전대와 후대 시가와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조선 시대 고전시가의 중심을 이루는 시조와 가사는 방대한 자료의 정리와 분류, 복잡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특수성, 구조적 특성 등에 관한 연구가 부진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이론적 틀로 시조와 가사의 문학적 아름다움을 밝혀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사는 20세기를 넘어 21세기에도 새로운 모습으로 계승될 여지와 가능성이 큰 장르이므로 이에 관한 연구와 발전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삼구육명(三句六名)에서 사구팔명(四句八名)으로
시문학의 예술성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형식이다. 내용을 담는 그릇인 형식을 통해서만 비로소 한 편의 작품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현전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할 때 고전시가는 향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형식적 특성을 갖추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향찰이라는 표기상의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삼구육명이라는 형식적 특성을 선인들이 밝혀놓은 이상 이에 대한 이론적 규명, 그것의 적용 방법과 적용 범위 등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관한 연구가 아직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는 관계로 좀 더 정치한 분석이 필요하다.
민족시가 전체를 관통할 수 있는 형식론의 개발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삼구육명이라는 형식적 특성을 어떤 방법으로 어디에 적용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삼구육명의 형식이 시대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었는가를 살펴야 할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사회적, 문화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왔던 시기는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이 맞물리는 1392년으로 잡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때를 기점으로 신(神)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에서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로의 대전환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신이 역사의 전면에서 모든 것을 지배하던 시대에서 통치자가 역사의 전면에 나서서 사회를 이끌어가는 시대로 바뀌었는데, 민족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문학 역시 그 변화를 받아들여 커다란 변화 과정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고전시가의 형식은 향가, 속요, 경기체가를 관통하던 삼구육명의 형식을 넘어 악장, 시조, 가사를 아우르는 사구팔명의 형식으로 거듭났다. 고전시가 형식에 대한 이런 이론적 접근은 시작에 불과하므로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매우 많을 것으로 보인다.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창조적 콘텐츠의 개발
고전시가는 시간상으로 현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과거에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해석의 어려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만들어진 문화와 정서의 질적 차이 등으로 인해 흥미 유발 요소가 급속하게 사라져가는 환경에 처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전시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현대인의 정서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여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것의 성공 여부는 연구 영역과 행정 영역의 슬기로운 조화와 발전적 협력에 달렸는데, 두 분야 종사자의 인식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고전시가의 난제를 해결하려는 방법과 창조적이면서도 발전적인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에 이 책이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책머리에 3
제1부 고전시가 연구의 쟁점과 율격의 문제
제1장 고전시가 연구의 쟁점 11
1. 상대시가 연구의 쟁점-역사적 배경에 대한 연구 12
2. 향가 연구의 쟁점 29
3. 속요 연구의 쟁점 36
4. 악장 연구의 쟁점 42
5. 시조 연구의 쟁점 47
6. 가사 연구의 쟁점 52
7. 잡가 연구의 쟁점 56
8. 민요 연구의 쟁점 59
제2장 한국시가 율격의 이론 64
1. 언어와 시가와 율격 67
2. 시가의 본질적 성격 69
3. 율격의 본질적 성격 73
4. 한국시가 율격의 본질 84
제2부 향가 연구에서 고려해야 할 난제
제1장 민족 통합과 향가의 발생 101
1. 신라의 민족 통합 과정과 향가 104
2. 향가의 발생과 성행 124
제2장 <혜성가>와 민족시가 형식의 탄생 132
1. 노래와 주술의 관계 134
2. <혜성가>의 특성 141
3. <혜성가>와 민족시가 형식의 탄생 155
제3장 한국어의 특성을 기반으로 한 삼구육명의 해석 157
1. 기존 연구 검토 159
2. 삼구육명의 의미 165
제4장 『삼국유사』 찬시를 통한 새로운 자료의 발굴 183
1. 『삼국유사』 찬시의 분포 양상과 그 성격 184
2. 「순도조려順道肇麗」조의 분석 194
3. 「순도조려」 찬시의 고구려 노래적 성격 206
제3부 고려시가 연구의 난제들
제1장 속요 율격의 중요성 211
1. 예비적 고찰 212
2. 속요 율격의 이론 223
제2장 <만전춘별사>의 명의名義와 작품의 성격 238
1. 기존 연구 검토 241
2. <만전춘별사>의 명의名義 248
3. <만전춘별사>의 문학적 성격 258
제3장 <정석가>에서 삼동의 의미 269
1. 선행 연구의 검토 271
2. ‘삼동三同’의 어석語釋 280
제4장 속요에서 렴斂의 중요성 292
1. 렴의 개념 293
2. 렴의 종류 302
3. 렴의 기능 311
4. 쌍화점의 렴 321
제5장 경기체가의 장르적 성격 335
1. 기존 연구의 검토 336
2. <한림별곡>의 문학성 337
3. <한림별곡>의 장르적 성격 357
제4부 가사의 전통과 계승의 방향
제1장 강호가사의 전통과 계승 방향 361
1. 강호江湖의 성격 363
2. 조선시대 선비와 강호가사 368
3. 강호가사의 성격 371
4. 강호가사의 전통과 계승 381
제2장 <성산별곡>의 구조 387
1. 문학과 시간성 389
2. <성산별곡>의 구조와 시간성의 문제 397
제5부 민요 연구의 난제들
제1장 한국민요 분류의 이론 415
1. 민요의 본질적 성격 415
2. 민요의 분류 432
제2장 정치민요의 성격 447
1. 예비적 고찰 450
2. 정치민요와 비일상성 454
3. 정치민요의 특성 471
4. 정치민요의 성격 475
제3장 소통과 불통으로 본 민요와 시가의 관계 479
1. 민요와 시가의 발생 과정 481
2. 민요와 시가의 성격 488
3. 민요와 시가의 소통과 불통 501
제4장 철원 지역 민요의 중요성과 전망 516
1. 철원 지역의 자연과 환경 518
2. 조사자료 개관 526
3. 철원 지역의 민요 528
4. 철원 지역 민요의 특징 567
제6부 시가의 시간성에 대한 문제
제1장 향가를 통해 본 신라인의 시간 개념 575
1. 문학과 시간성 576
2. 향가와 시간성 584
3. 향가에 나타난 시간성 587
제2장 <어부사시사>에 나타난 시조의 시간성 603
1. 윤선도의 생애와 사상 605
2. <어부사시사>의 시간성 610
제7부 시가의 사회사적 의미와 콘텐츠
제1장 견훤문학의 문예콘텐츠화 방안 631
1. 견훤의 생애와 야래자설화 633
2. <완산요>의 문예콘텐츠화 646
제2장 호칭을 통해 본 노래의 성격에 대한 고찰 662
1. 호칭과 인간관계 664
2. 고전시가에 표현된 ‘님’ 667
3. 민요와 유행가에 표현된 님 675
4.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호칭 변화의 사회적 의미 685
제3장 시가문학에 대한 남북 평가의 차별성과 동질성 689
1. 문학사 서술의 방법 690
2. 시가문학에 대한 서술 관점 692
제4장 텍스트 맥락과 현장의 맥락을 통해 본 시가의 성격 715
1. 고전시가의 성격 717
2. 텍스트의 맥락과 현장의 맥락 726
제5장 하이쿠와 시조를 통해 본 한일 시가의 비교 739
1. 속요와 와카和歌의 전반적 성격 744
2. 속요의 이별가에 나타난 한의 정서 750
3. 와카의 이별가에 나타난 한의 정서 762
참고문헌 775
특히 문학의 토대가 되는 언어는 순환시간이 없으면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같은 형태를 반복하여 완성되는 성격을 지니는 언어에 있어서 순환시간이 하는 구실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미는 다르지만 같은 형태의 글자들을 일정한 시간으로 끊어서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소리를 내는 형식을 취하는 인간의 발화 행위야말로 바로 시간의 순환적 흐름에 의해서만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바탕으로 시간의 개념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첫째, 시간은 영원에서 시작하여 영원으로 흘러가는 것으로 스스로 존재하는 절대적 자명성自明性을 지니며, 되돌아오지 않는 성격인 일회성을 가지고 있다. 둘째, 시간은 우주 내의 모든 현존재에 균등하게 작용한다. 셋째, 시간은 형체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하고 물질의 변화를 통해서만 그 모습을 나타낸다. 넷째, 영원히 되돌아오지 않는 절대시간과 더불어 자연과 인간에 의해 정해져서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순환시간이 존재한다.
손종흠 孫鐘欽, Son Jong-heum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같은 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속요형식론』, 『고전시가 미학강의』, 『지역문화와 문예콘텐츠』, 『다시 읽는 한국신화』, 『고전문학기행』, 『한강에 배 띄워라 굽이굽이 사연일세』, 『한국시가의 미학』, 『한국의 다리』, 『손종흠 교수의 왕릉 역사기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