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이지하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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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02.28 | ||
ISBN | 9791159057670 | ||
쪽수 | 359 | ||
판형 | 152*223, 무선 | ||
가격 | 31,000원 |
타자들의 연대 : 소설과 여성
이 책은 조선 후기 사회에서 산출된 우리 고전소설들을 가족과 여성이라는 화두를 통해 분석한 결과물이다. 조선 사회는 상층 사대부 계층의 주도 아래 유교적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사회 체제를 정비해 나갔다. 이에 따라 삼종지도와 내외법 등으로 대표되는 남존여비의 관념이 지배 윤리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차별적 젠더 구조가 당연시되었다. 한편 한자와 한글의 이중 문자 체계 안에서 한자가 지배 계급의 공식 문자로서 인정되어 한문학이 주류 문학으로 평가된 반면 한글은 언문, 암글 등의 취급을 받으며 여성을 중심으로 한 피지배층의 문자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소설은 조선 후기 문학사의 주도적 장르로 부상하며 대중적 인기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 계급에 의해 오랜 시간 배척받으며 여성을 비롯한 타자들과의 친연성 속에서 발전해 나갔다.
특히 이 책의 주요 연구 대상인 고전 장편소설은 상층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당대 사회의 복합적인 모순을 형상화하며 이후 다양한 국문소설의 발전을 견인해냈다. 작품 한 편당 짧게는 수십 권, 길게는 백여 권에 이르는 엄청난 분량의 이 소설들은 세계문학사에서도 보기 드문 장편 거질(巨帙)로서 주목받을 만하다. 그러나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그 방대한 분량 안에 담긴 당대의 사회상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군상의 구체적 숨결들이다. 이 소설들이 이루어낸 성취는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채 주변화되었던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와 여성을 비롯한 타자들의 결합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러한 특성에 주목해 고전 장편소설들을 분석한 학술적 연구 결과물이지만 그 안에 담긴 문제의식은 시공의 경계를 넘어 현재 우리의 삶과도 소통되는 부분이 많다. 이에 우리 소설사의 중요한 대표 양식이면서도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고전 장편소설과 그 안에 담긴 고민들을 폭넓게 공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가족과 여성이라는 화두
관계 맺기를 통해 유지되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관계인 가족은 언제나 소설의 주요 관심사였다. 고전 장편소설에서도 가문 혹은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이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소설의 시공간적 배경이 중국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은 창작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장치일 뿐 실상은 조선 후기 사람들이 당면한 삶의 문제들을 반영한 것이다. 부자 갈등, 부부 갈등, 형제 갈등 등 다양한 형태의 갈등 상황 속에는 조선 후기 가족을 둘러싼 권력관계와 이를 둘러싼 욕망들이 충돌하고 있다. 특히 고전 장편소설은 상층 가문의 가족 서사를 통해 적장자 중심의 종법주의와 일부다처의 가부장제에 기반한 당대 가족 질서의 제문제를 담아낸다.
유교적 가부장제에 기반한 조선의 가족 제도 속에서 여성들은 주도권을 지니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들이 수동적 타자이기만 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소설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여성과 깊은 친연성을 지니고 성장해온 고전 장편소설은 억압적 현실을 전경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주체성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곤 한다.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았던 조선시대 여성들에게 가족은 삶의 형식을 규정짓는 절대적 조건이었다. 소설을 통해 바람직한 가족의 일원이 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인내하지만 때로는 현실 탈주의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자아 찾기를 시도했던 여성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여성적 시각에서 당대 가족의 제모습을 살피는 일은 비단 여성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헤게모니적 질서에 의해 당연시되거나 때로는 외면되었던 다양한 문제들이 여성이라는 상징적 화두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들이 청산된 과거로서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서 여전히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되기에 고전소설을 통한 문제 제기와 그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현시점에서도 유의미하다.
책머리에 3
제1부 가부장제라는 이념과 욕망
제1장 긍정적 가부장의 형상화와 소설 담당층의 인식 11
1. 유교적 가족제도와 가부장의 상징성 11
2. 긍정적 가부장의 형상과 내적 분화 13
3. 가부장상에 투영된 소설 담당층의 인식 차이 27
4. 맺음말 41
제2장 가부장적 권위의 추락과 가치관의 변모 44
1. 조선 후기 가부장의 위상 변화 44
2. 가부장적 권위의 추락 47
3. 가족제도에 대한 인식 전환 63
4. 맺음말 70
제3장 여성 주체적 소설과 모성 이데올로기의 파기 72
1. 모성 신화에 대한 의문 72
2. 여성 주체적 소설에 드러난 모성 의무의 포기 75
3. ‘어머니 되기’에서 ‘자기 자신 되기’로 94
4. 모성의 재인식과 소설사적 의의 96
5. 맺음말 100
제4장 『소현성록』의 이중성에 내재된 욕망의 실체 103
1. 욕망의 주체에 대한 의문 103
2. 『소현성록』의 이중적 요소들 108
3. 이중성에 투영된 시선과 의미 123
4. 맺음말 132
제2부 전통적 가족관계의 균열과 위기
제5장 『천수석』의 독특한 가족관계와 현실 인식 137
1. 『천수석』의 문제적 성격 137
2. 가부장제의 모순과 가족관계의 동요 142
3. 가문 의식의 불안정성과 현실 인식 154
4. 맺음말 166
제6장 조선시대 이혼법과 『현씨양웅쌍린기』의 여성 의식 168
1. 부부의 불화와 이혼 168
2. 이혼을 요구하는 여성 172
3. 이혼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185
4. 『현씨양웅쌍린기』의 여성 의식 194
5. 맺음말 199
제7장 대하소설의 친동기간 선악 구도 202
1. 친동기간 갈등의 희소성 202
2. 친동기간의 갈등 양상 206
3. 가문 질서의 이면과 모순 215
4. 맺음말 227
제8장 동서同壻 갈등과 가족 서사의 확장 230
1. 여성 수난 서사와 동서 갈등 230
2. 동서 갈등의 전개 양상 232
3. 선악 구도와 여성의 욕망 240
4. 여성의 내면과 소설사적 의의 252
5. 맺음말 256
제3부 새로운 가족에 대한 상상력
제9장 상층 가문의 성 문화와 연애의 발견 261
1. 애정 서사의 제약 261
2. 『하진양문록』과 감성적 연애의 서사화 266
3. 연애의 발견과 소설사적 의의 280
4. 맺음말 288
제10장 욕망 주체의 발견과 자기애의 미덕 291
1. 『방한림전』 다시 읽기 291
2. 욕망의 주체 방관주 296
3. 운명론의 역설 309
4. 낙관적 주체와 젠더 인식의 전환 314
제11장 가부장제하 여성 연대와 새로운 가족의 상상 317
1. 『청백운』의 문제적 성격 317
2. 탈부계적 가족 서사의 성립 322
3. 새로운 가족의 상상 가능성 338
4. 맺음말 345
참고문헌 347
처음 실린 곳 359
한 가문의 며느리들 간에 벌어지는 동서 갈등을 다룬 소설이 우리 소설사에 흔치 않기 때문에 『위씨절행록』과 『반씨전』은 좋은 비교 대상이 된다. 더군다나 이 두 작품은 비슷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갈등의 구조화 방식이나 인물 형상화, 주제 의식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여 흥미롭다. 비슷한 사건에 대응하는 방식의 다양성을 확인함으로써 흔히 상투적이라 폄하되어 온 고전소설이 실제로는 다양한 편폭을 지니고 있음을 재확인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지하 李芝夏, Lee Jee-ha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여성 주체적 시각에서 조선 후기 장편소설을 재평가하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 고전 『장화홍련전』, 『홍계월전』, 『금오신화』를 펴냈으며, 저서로 『옥원재합기연 연작 연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