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서승희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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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07.10 | ||
ISBN | 9791159057380 | ||
쪽수 | 396 | ||
판형 | 152*223, 무선 | ||
가격 | 32,000원 |
1930~40년대 최재서의 문화 기획, 동시기에 공존한 매체 및 조선어/일본어 문학
최재서는 이십 세기 세계문화 지도에 새겨질 조선문학의 영토를 상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그러나 대공황과 전쟁, 파시즘의 확산에 따라 그를 비롯한 조선의 지식인들은 서구적 근대에 기초한 세계상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라는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발맞추어 문학과 정치, 혹은 문학의 정치에 대한 새로운 상식이 국책의 이름으로 강요되기 시작했다. 이때 최재서는 출판을 매개로 공론장을 만들었고, 문학적 출발점과 입장이 다른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조선/문학의 근대와 그 이후에 대한 담론들을 생산해냈다. 이 책에서 초점을 맞춘 것은 이러한 과정에서 빚어진 모순과 착종, 가능성의 지점들이다. 나아가 단 한 번도 ‘세계문학공화국’의 일원이 되어본 적이 없는 비서구 식민지 문학의 주변부성을 대동아문화권의 주역이 되어 해결해보고자 했던 다종다양한 시도들에도 주목했다. 주지하듯이 해방 이후에 이러한 문필 행위들은 ‘친일親日’이라는 용어로 표현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의 근대성 성찰과 내셔널리즘 극복을 향한 학문적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1937~1945년의 조선문학은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조명되기 시작했다. 예컨대 이천 년대 이후 활발히 논의된 파시즘론, 전향론, 포스트콜로니얼리즘 등은 저항 대 협력의 이분법을 넘어서 식민지 문학의 결절점들을 새롭게 살펴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했다. 한편 문화제도(사) 연구는 출판, 번역, 매체 등 문학 텍스트의 탄생 기반과 역학에 착목함으로써 기존 문학사나 교과서 속의 상식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문학의 실재를 마주하게 했다.
책머리에
제1부 / 최재서 문학의 지층들
제1장
시-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최재서의 비평적 출발점에 대하여
1. 『조선급만주朝鮮及滿洲』와 최재서의 일본어 에세이
2. ‘시인 대 행위인’이라는 안티테제에 대한 반론
3. (조선의) 인간고와 시-문학의 역할
4. 저널리즘 글쓰기의 시작
제2장
인문주의적 문화 이상과 교양의 기획-최재서의 영미비평 수용을 중심으로
1. 석경우石耕牛 혹은 비평가 최재서
2. 식민지의 제국대학과 조선인 엘리트
3. 서구 인문주의 전통과 비평의 원리
4. 현대적 내면과 리얼리티의 탐구
5. 환영과의 격투 혹은 비평의 모더니티
제3장
현대성과 민족성, 식민지 번역가의 과제-최재서의 영문학 번역과 조선문학 번역
1. 서구-조선-일본의 문학적 매개
2. 헉슬리 번역과 문학의 현대성
3. 조선적인 것의 번역과 문학의 민족성
4. 번역 생산의 가능성과 임계
제4장
인문사人文社의 소설 개조 프로젝트-인문사의 출판 기획 1
1. 1937~1941년의 인문사
2. 인문사의 운영과 단행본의 편제
3. 소설 총서의 두 갈래-전작장편과 세계명작
4. 텍스트 바깥을 통해 본 조선문학
제5장
조선문학 재생산과 전승의 장치들-인문사의 출판 기획 2
1. 조선 독서 시장의 성장과 문학의 좌표
2. 현상 모집의 차별화-장편소설과 평론
3. 연감을 통한 당대 문학의 기록과 보존
4. 지속 가능한 조선문학이라는 과제
제6장
최재서의 레퍼런스와 인간성 탐구-가족사연대기 소설과 전쟁문학론
1. 전환의 시대, 서사의 전환
2. 가족사연대기와 ‘전체 속 개인’의 고찰
3. 전시戰時의 양서와 휴머니즘론
4. 나치스 문화 이론의 조선적 비/효용
제7장
식민지 국민문학론의 향방-최재서 비평의 전개를 중심으로
1. 문화의 국민화와 비평의 과제
2. 문단 재편과 혁신의 논리
3. 조선인 징병제와 어문語文의 징발
4. 지방문학으로서의 조선문학 구상
5. 국민문학 이론과 실제의 괴리
6. 고대로의 회귀, 천황으로의 귀일
제2부 / 식민지 말 조선문학의 쟁점
제1장
‘가정의 벗’이라는 난제難題-박태원의 「만인의 행복」과 「점경」론
1. 『가정의 벗家庭の友』과 농촌 여성 계몽
2. 젠더화된 농촌 가족 서사들
3. 박태원의 다시쓰기와 여행 서사
4. ‘가정의 벗’ 되기의 불/가능성
제2장
전환의 기록, 주체화의 역설-정인택 소설의 변모 양상과 의미
1. 내면에서 국책으로
2. 백수-병자의 우울과 신생
3. 계몽의 귀환과 국민 주체의 탄생
4. 식민지 작가의 이중구속
제3장
국민문학과 자기의 테크놀로지-이석훈의 소설 쓰기를 중심으로
1. 멸사봉공滅私奉公 시대의 나
2. 귀향 서사의 반복과 차이
3. 고백과 참회의 글쓰기
4. 사소설의 파국과 미완의 국민화
5. 진정성이라는 덫
제4장
식민지 데카당스의 정치성-김문집의 이중어 글쓰기론
1. ‘국문학’의 안과 밖, 김문집의 위치
2. 도쿄 문단을 향한 욕망의 경합
3. 몰락한 조선과 데카당스 서사
4. 미美의 정치, 문예의 내선일체
5. 제국으로 회수된 예술
제5장
『문화조선文化朝鮮』의 조선(인) 표상-조선인 작가들의 소설을 중심으로
1. 잡지 『문화조선』과 소설란의 성격
2. 결전 반도-파트너로서의 조선인
3. 생활 조선-토착민으로서의 조선인
4. 조선 표상을 통해 본 대동아 문화
제6장
전쟁과 재조일본인 서사의 좌표-시오이리 유사쿠와 미야자키 세이타로의 창작
1. 반도 문단의 신인들
2. 재조 예술가-문화인의 탄생
3. 신반도문학 창출이라는 당위와 균열
4. 일본인 아이덴티티의 재확인
제7장
국민문학 트러블-『국민문학』 좌담회의 문화정치
1. 좌담회의 시대
2. 기울어진 공론장과 민족성의 역학
3. 로컬 컬러를 둘러싼 동상이몽
4. 공영권 문화의 허상과 실재
5. 공통의 역사와 일체의 지평
6. 총력전기 좌담회의 이중적 의미
참고문헌
초출일람
우선 이기영의 「권 서방」과 박노갑의 「어머니의 마음」은 정확히 반대되는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권 서방」에 등장하는 아내이자 두 아이들의 어머니인 음전은 친정어머니의 술집에서 일하다가 바람이 나서 가출을 감행한 상태이다. 소설은 자기 욕망에 충실한 음전이 얼마나 그릇된 선택을 했는가를 점진적으로 입증해 나간다. 일단 음전의 가출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점을 권 서방의 캐릭터를 통해 알 수 있다. 권 서방은 억압적이거나 폭력적인 남편이 아니다. ‘두더지’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성실한 농부이며 경제력도 있는 권 서방의 모든 방황은 음전의 가출에서 시작된다. 게다가 그는 아내에 대한 비난이나 재혼 권유 모두를 물리치며 아내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순정도 지녔다. (228쪽)
서승희 徐承希, Seo, Seung-hee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의 조교수를 거쳐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한국문학 전공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재서 비평의 문화 담론 연구」(이화여대 박사논문, 2010)를 필두로 식민지 조선의 비평과 서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서구문학 이론의 수용과 비평, 식민지와 제국 간 문화 교류, 출판문화와 교양 담론, 전쟁과 서사의 문화정치 등을 중심 테마로 논문을 집필했고, 젠더정치의 문제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포스트식민 시기의 식민 기억과 문화적 재현에 대한 연구 논문들을 작성했다. 한국학을 전공하는 국제 학생들과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문학을 공부할 수 있을지 모색 중이며, 연구의 범위와 방법론을 확장해나가는 가운데도 식민지 문학을 여전히 최대의 관심사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