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김환태 평론문학상
저자 | 김동식 | 역자/편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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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05.20 | ||
ISBN | 979-11-5905-655-0 | ||
쪽수 | 529 | ||
판형 | 152*223, 무선 | ||
가격 | 35,000원 |
한국 근대문학의 무의식
한국 근대문학의 무의식. 한국 근대문학의 가능성의 조건들. 혹시라도 이 책을 관류하는 문제의식이 있을 수 있다면, 아마도 이 정도의 말들로 제시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꽤나 긴 시간에 걸쳐서 조금씩 씌어진 글들이지만, 한국문학의 역사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근대와 관련된 무의식들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욕망이, 이 책에 수록된 글들 곳곳에 산포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국 근대문학이 산출한 자기 이미지들이 문학이라는 상상적 제도로 재귀하는 과정, 또는 한국문학사의 특정한 시기에 발현되어 한국 근대문학의 무의식으로 침전되는 과정을, 궤적이라고 불러보았을 따름이다.
한국 근대문학의 궤적을 따라가다
이 책은 한국 근대문학의 텍스트들을 반복해서 읽고 원문 인용과 함께 대강의 맥락을 기록해 놓은 글들에 지나지 않는다. 별다르거나 특별한 내용이 있을 리 없다. 다만, 신소설이 철도라는 에크리튀르와 나란히 놓인 평행적인 글쓰기라는 점, 달리 말하면 철도라는 교통-통신의 네트워크가 가져온 세계의 표상을 문학의 조건으로 승인한 상태에서 성립될 수 있었던 글쓰기라는 점을 어설프게나마 드러내 보이려고 했다. 또한 한국 근대문학은 스스로를 문학으로 사고하는 순간부터 세계 또는 세계문학의 표상을 대타자로 승인할 수밖에 없었고, 민족문학으로서의 조선문학은 세계문학의 표상체계에 대한 상상적인 귀속이라는 기대와 세계문학으로부터의 원천적 배제라는 불안을 왕복하는 과정에서 고안되었다는 생각도 잠시나마 가져 볼 수 있었다. 세계라는 일반적인 층위로부터 떨어져 나와 있거나 뒤쳐져 있다는 생각은, 그 타당성을 따지는 문제와는 별개로, 한국 근대문학에 자리를 잡고 있는 무의식들 중의 하나이다. 이를 두고 범박하게 후진성이라고 해도 좋다면, 한국 근대문학은 후진성에 대한 보충, 대체, 은폐, 저항, 억압 등의 장면들을 그 자신의 역사 속에 새로운 기원에 대한 욕망이라는 형태로 기입해 왔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초창기 한국 근대문학이 감정과 연애와 르네상스와 제1차 세계대전과 진화론을 반복해서 호명한 것은, 세계와 공유 가능한 글쓰기의 기원을 모색하고자 하는 몸짓이자 문학의 자기준거를 구성하기 위한 욕망이었다고 생각된다. 이 책에서는, Literature의 번역어로서의 문학과 Literature의 번역어가 아닌 문학들이 잠재적으로 공존하고 길항하는 장면들을 재구성하고, 문학이 계몽의 미디어로서 담론적으로 자기를 구성하는 과정, 더 나아가 문학이 자기 해방의 일반적으로 상징화된 미디어로서 제도화되어 가는 과정을 거칠게나마 들여다보고자 했을 따름이다.
서문 3
신소설과 철도의 평행론이인직과 이해조의 소설을 중심으로 11
1. 철도ㆍ근대성ㆍ식민성 11
2. 교통 가능한 세계globe와 네트워크 내부의 주체-『혈의 누』 15
3. 철도-전신의 네트워크와 『귀의 성』의 공간 표상 23
4. 철도의 네트워크와 시간의 스펙트럼 33
5. 식민지적인 공간으로서의 철도역 41
6. 철도와 관련된 풍경들-기술적 숭고와 익명성의 출현 50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글쓰기로서의 철도지구의ㆍ백과사전ㆍ대타자Other 61
1. 지구의 발견과 세계의 전도顚倒 61
2. 세계의 네트워크와 글쓰기로서의 철도 66
3. 세계라는 이름의 백과사전, 또는 대大타자로서의 세계 70
연애戀愛와 근대성 75
1. 근대성의 숨겨진 영역으로서 연애 75
2. 자유결혼의 의사소통적 규약들 80
3. 연애를 위한 사회적 매개항-학교ㆍ기차ㆍ신문ㆍ사진 91
4. 이광수, 연애할 시간을 계산하다 99
문학文學과 계몽주의1890~1910년대 문학 개념의 고고학 107
1. 동양과 서양에서 문학 개념의 역사적 변천 107
2. 보편 학문 또는 학문 일반 112
3. 바깥에 있는, 그 어떤 문학 118
4. 보통교육의 이념과 문학 123
5. 학문의 분화와 문학의 위상 128
6. 문학과 계몽주의, 그리고 계몽주의 이후의 문학 134
진화ㆍ후진성ㆍ제1차 세계대전『학지광』을 중심으로 141
1. 후진성後進性에 대한 고찰-「헤겔 법철학 비판을 위하여-서설」과 관련하여 141
2. 진화라는 초월적 기호와 전면적 결핍의 상황 145
3. 후진성, 또는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에 대한 감각들 151
4. 후진성과 진화론 사이에 마련된 자아의 장소들 156
5. 후진성에 의해 요청된 기원 또는 문예부흥Renaissance-서구의 역사를 어디서부터 전유할 것인가의 문제 160
6. 세계사적 사건에의 공속共屬과 진화론의 상대화 165
7. 세계사적 동시성의 잠정적인 확보와 조선을 포함하는 인류의 현현 174
이광수의 문학론과 한국 근대문학의 기원들기능분화, 감정의 관찰, 세계문학 181
1. 1910년, 조선이라는 텅 빈 기호 181
2. 근대성의 원리로서의 기능분화 186
3. 정情의 관찰양식으로서의 문학 200
4. 표상으로서의 세계문학과 조선문학의 위상 213
5. 결론을 대신하여-문학과 도덕의 탈분화 229
민족개조와 감정의 진화1920년대 이광수 문학론에 대한 예비적 고찰 231
1. 진화의 압축-진화에 대한 자기의식을 수반하는 진화 231
2. 끈질기게 살아남는 열성 유전자-자연도태의 역설 236
3. 민족개조의 진화론적 과정-변이ㆍ재생산ㆍ도태 244
4. 문학과 도덕의 탈분화, 그리고 진화의 정지 상태 251
한국문학개념규정의역사적변천에관하여 261
1. 들어가는 말-한국문학의 자기규정 261
2. 역사적 단절과 영도零度의 담화 공간-안확 262
3. ‘조선문학은 한글문학이다’라는 원칙-이광수 265
4. 한문학을 응시하는 경성제대 내부의 시선들-조윤제와 김태준 271
5. 조선문학을 바라보는 낯선 표정들-『삼천리』의 집단 설문 278
6. 조선문학전사全史의 구상과 신문학사의 위상-임화 287
7. ‘조선문학=한글문학’의 재확인-해방공간 292
8. 표기문자의 균질성과 한문학의 전면적 수용-정병욱 296
9. 국문학의 두 가지 논리 301
10. 문학의 ‘바깥’을 사고하는 문학사-‘언어 의식’과 ‘말=문학’ 308
11. 1980년대 이후 한국문학연구의 새로운 장소들 317
12. 결론을 대신하여 322
「가마귀」와 계몽의 변증법남포lamp에 관한 몇 개의 주석 325
1. 「가마귀」 또는 우회의 텍스트 325
2. 습관으로서의 회의懷疑와 회의되지 않는 습관-무의식으로서의 근대 329
3. 남포lamp처럼 구조화된 무의식 335
4. 가면 쓴 마귀의 주술과 은유로서의 질병 343
5. 문학이라는 신화와 희생제의적 현실 348
6. 세계의 탈脫신화화와 근대의 재再신화화 353
‘끼니’의 유물론과 사회계약의 기원적 상황최서해와 김팔봉 359
1. 끼니와 혁명 359
2. 사회계약의 기원적 상황과 사회주의의 자생적 근거 370
3. 끼니의 무의식, 또는 밥의 유물론 383
텍스트로서의 주체와 ‘리얼리즘의 승리’김남천 비평에 관한 몇 개의 주석 395
1. 카프 소설반 연구회에 대한 소묘-테제, 카프, 정치적 병졸 395
2. 고리키적 방황과 ‘의도하지 않은 무서운 결과’-「물!」 논쟁 401
3. ‘몸’의 유물론에 근거한 마르크스주의 예술학 408
4.‘유다적인 것의 승리’와 ‘리얼리즘의 승리’-소시민의 계급 무의식 419
5. 무의식과 잠재성으로서의 마르크스주의-과학ㆍ모랄ㆍ풍속 431
6. 텍스트의 효과로서의 주체, 또는 리얼리즘을 통한 마르크스주의의 승리 442
비평과 주체김기림ㆍ최재서ㆍ임화의 비평 겹쳐 읽기 459
1. 1930년대 비평의 문학사적 표정-비평과 주체성 459
2. 주지적 태도의 방향 전환과 감정의 재발견 463
3. 분열된 주체의 자기관찰 473
4. 실재주의로서의 리얼리즘, 또는 리얼리즘의 탈脫중심화 480
5. 현대의 혼돈과 자기형성적 주체-최재서 489
6. 세계적 동시성과 노마드적 주체-김기림 498
7. 변증법의 정지 상태와 리얼리즘의 승리 507
8. 신성한 잉여와 텍스트의 무의식-임화 515
끼니의 위기는 최서해 소설의 주인공들을 사회주의 사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동시에 끼니의 무의식은 사회주의 사상을 자신의 논리 내부에 포괄한다. 이 장면은 최서해의 사상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끼니의 무의식이 사회주의 사상의 유물론적 토대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밥의 우선성, 끼니의 유물론이야말로 1920년대 중반 한국 근대문학에 내재되어 있던 소박한 차원에서의 ‘유물론의 유물론’이었던 것이다. 최서해의 소설과 김기진의 비평은 최소한 식민지 조선의 상황에서 사회주의의 토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시선과 함께 사상적 유약성이 구조화되었던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비평사의 맥락에서 보자면 카프의 1차 방향 전환 이후 유물론의 이론적 지위가 조선의 현실을 ‘규정’하는 수준에 설정되고 이러한 경향은 카프의 해산까지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리고 카프가 해산된 1930년대 중반에 이르면 다시 김남천, 이기영 등과 같은 카프 작가들을 중심으로 ‘생활’의 문제가 제기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학사적 장면들을 두고, 1차 방향 전환과 대중화논쟁을 거치면 억압된 끼니의 무의식이 카프 해산 이후에 귀환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까. 아마도, 최서해의 소설과 김기진의 비평이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마르크스주의 문학이론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94쪽)
김동식 金東植, Kim Dong-shik
서울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에서 박사논문 「한국의 근대적 문학 개념 형성 과정 연구」를 제출하였다. 계간 『문학과 사회』 편집동인을 지냈으며, 현재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