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시오데 히로유키 | 역자/편자 | 임경화, 은희녕, 이승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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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4-07-15 | ||
ISBN | 979-11-5905-929-2 (93910) | ||
쪽수 | 663 | ||
판형 | 152*223 무선 | ||
가격 | 50,000원 |
월경자들을 주역으로 한 정치사
이 책은 저자인 시오데 히로유키(塩出浩之) 교수가 2004년에 도쿄대학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에 제출한 박사논문을 토대로 하여 2015년 말에 간행된 『越境者の政治史-アジア太平洋における日本人の移民と植民』(名古屋大学出版会)을 완역한 것이다. 원저는 출간 직후부터 학계와 미디어에 주목을 받으며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2016년에는 산토리학예상, 마이니치출판문화상, 가도카와겐요시상(角川源義賞) 등 일본의 저명한 학술상을 휩쓸었다. 일본이라는 주권국가를 주체로 한 기존의 정치사를 역전시켜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이민과 식민의 형태로 이주한 일본인 ‘월경자’들을 주역으로 한 정치사를 그려낸 점, 이를 위해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후반까지 거의 1세기에 걸쳐 아시아태평양지역 및 남북미 등의 이주지역에서 ‘일본인’들이 펼쳤던 정치 행위의 역사를,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전면적으로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였다는 점 등이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근대 일본을 주권국가의 지배 영역으로 구획하여 국민을 다루고 경계를 넘어 이동하는 월경자들은 주변화했던 정적인 정치사와는 달리, 분석의 중심에 민족집단으로서의 ‘일본인’을 두고 인간의 이동에 초점을 맞춰 동적으로 파악한 정치사의 시도이다.
이민사와 식민사를 통합하다
‘월경자’들은 정치사의 주체로 다루어지지 않았지만, 이 책은 실은 이들이 이주지역이나 일본의 정치 질서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우선 국민국가 이데올로기가 주권국가 형성과 글로벌 자본주의 경제로의 편입과 맞물리면서 기층민들의 개체화를 낳아 ‘이민‧식민’의 형태로 세계시장을 향해 경계를 넘는 사람의 이동을 보편화하자, 메이지 유신 이후 주권국가 형성기 일본에서도 일본인의 이주가 본격화되었다.
제1부는 메이지 유신 직후인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 제2부는 20세기 전반, 제3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에서 국민국가 규범이 체계화되는 시기를 다루고 있다. 공간적으로는 일본 본국뿐만 아니라 제국 일본이 판도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속령 통치의 대상이 되었던 홋카이도, 타이완, 남가라후토(남사할린), 조선과, 일본의 지배지역이 되었던 남양군도, 관동주, ‘만주국’, 나아가 일본인의 이민지였던 하와이나 남북미, 미국령 필리핀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전반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 저자는 국경을 넘어 이주하는 이민과, 일본의 지배지역으로 이주하는 식민을 함께 다룸으로써 지배지역에서의 식민주의적인 지배-종속 관계뿐만 아니라 민족 간 인구구성이나 본국과의 연계 등으로 형성된 민족 간 관계도 정치 질서에 영향을 미쳤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인식은 예를 들어 19세기 후반 내지 잡거 논쟁에서 홋카이도 이주와 하와이 이주가 함께 논해졌던 담론공간이나, 이민과 식민의 성격을 동시에 띠고 있는 ‘만주국’ 이주의 복합성, 지배민족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인구상의 마이너리티로서의 불안으로 머저리티들과 교섭해야 했던 조선이나 타이완의 식민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이민사와 식민사로 분단되었던 종래의 ‘월경자’들의 역사를 통합하고 그것을 정치사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 있다.
민족과 국가
이를 통해 저자가 주장한 것은, 주권국가의 탄생과 영역 확장, 세계시장 편입으로 인한 노동력의 이동, 국민국가 단위의 국민통합 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국적과는 다른 범주인, 중층적인 권력관계 속에서 규정되는 정치집단으로서의 ‘민족’이었다고 보았다. 즉 근대 국민국가에서 실제로 존재했던 것은 국민국가가 아니라, 지배 영역을 수시로 바꾸어 온 주권국가와 공간적 경계를 넘어 이동하고 변용하는 부정형의 민족집단으로서의 일본인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일본인’은 일본 국적 보유자를 가리키지 않는다. 이 책에 따르면, 근대 일본에서 일본 국적 보유자는 제국 일본의 신민을 말하는데, 신민은 다시 일본 호적 보유자와 일본 호적 비보유자로 나뉜다. 일본 호적 보유자는 야마토인, 홋카이도 아이누, 오키나와인, 가라후토 아이누 등이며, 일본 호적 비보유자는 조선인, 타이완인 등을 가리킨다. 이 책에서는 일본 호적 보유자만을 ‘일본인’으로 한정하여 분석한다.
이 책은 일본 국적 보유자로서의 식민지 경험과 이산, 탈식민 과정에서의 전쟁, 그리고 분단을 겪으며 국경의 변화 속에 끊임없이 이동을 강요당했던 ‘조선인’을 주체로 하여 이동이 초래한 정치 질서의 변동을 고찰하는 정치사의 필요성을 요청한다. 이것은 월경하는 조선인을 주체로 하는 새로운 정치사를 그려내는 것임과 동시에 이 책이 간과한 일본으로의 이민 혹은 일본 국적 보유자들의 이민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정치 질서에 미친 영향을 상호보완적으로 그려내는 데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될 것이다.
총서 발간사
한국어판을 위한 서문
서장/ 근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일본인의 이민과 식민
1. 본서의 목적
2. 연구사와 본서의 과제
3. 분석 개념
4. 근대 아시아태평양지역 내 일본인의 이동
5. 본서의 구성
제1부 | 주권국가·세계시장과 이민·식민
제1장/ 홋카이도의 속령 통치와 야마토인 이민자들의 정치 행동-참정권 획득운동과 식민자 의식
1. 들어가며
2. 홋카이도의 속령 통치와 이주 식민지화
3. 야마토인 이민자들의 정치적 활성화와 식민자 의식
4. 정치 참여와 식민지화의 딜레마
5. 홋카이도의 일본 본국 편입
6. 나가며
제2장/ ‘내지 잡거 논쟁’과 이민, 식민-개국과 민족 내셔널리즘
1. 들어가며
2. 다구치 우키치의 잡거 찬성론
3. 잡거 상조론과 ‘국토’, ‘국민’
4. 내지 잡거 논쟁과 민족(ethnic) 내셔널리즘
5. 중국인을 둘러싼 내지 잡거 논쟁
6. 내지 잡거 논쟁과 이민·식민론
7. 내지 개방과 외국인 법제
8. 나가며
제3장/ 미국의 하와이 왕국 병합과 일본인 이민자들의 정치 활동-참정권 획득운동에서 일본인의 ‘자치’로
1. 들어가며
2. 하와이 혁명과 일본인 참정권 획득 문제
3. 중앙일본인회의 형성과 해체
4. 나가며
제2부 | 제국·국제질서와 이민·식민
제4장/ 야나이하라 다다오의 ‘식민’ 연구-제국 일본의 이민과 식민
1. 들어가며
2. 야나이하라 다다오의 ‘식민’ 개념
3. 야나이하라 다다오의 이민·식민론
4. 나가며
제5장/ 남가라후토의 속령 통치와 일본인 이민자들의 정치 행동-참정권 획득운동에서 본국 편입 반대운동으로
1. 들어가며
2. 이주식민지화와 속령 통치
3. 속령 통치 초기의 일본인 이민
4. 남가라후토의 참정권 획득운동
5. 남가라후토의 본국 편입 문제
6. 나가며
보론 1/ 조선과 타이완 일본인 이민자들의 정치 행동
1. 들어가며
2. 조선과 타이완 일본인 이민 사회의 형성
3. 조선과 타이완 일본인 이민자들의 정치 참여
4. 총력전체제하 조선과 타이완의 일본인 이민
5. 나가며
제6장/ ‘재만 일본인’인가 ‘일본계 만주 국민’인가-‘만주국’ 일본인의 정치 참여
1. 들어가며
2. ‘만주국’의 건국과 재만 일본인
3. 치외법권 철폐·부속지 행정권 이양과 재만 일본인
4. 협화회와 ‘일본계 만주 국민’
5. 나가며
제3부 | 국민국가 규범과 이민·식민
제7장/ 제국 일본의 식민자인가 ‘동양계 시민’인가-미국령 하와이 일본계 주민의 정치 행동
1. 들어가며
2. 미국령 하와이의 속령 통치와 이민 사회
3. 하와이의 ‘동양인’과 동아시아
4. 제1차 세계대전기와 전간기 하와이의 일본계·아시아계 주민
5. 아시아태평양전쟁과 하와이의 일본계·아시아계 주민
6. 나가며
보론 2/ 남북미의 일본계 주민과 제2차 세계대전
1. 들어가며
2. 남북미 각국에서의 일본계 사회 형성
3. 남북미 각국의 일본계 주민과 제2차 세계대전
4. 나가며
제8장/ 인양, 전후 개척, 해외 이주-전후 일본·오키나와 이민·식민
1. 들어가며
2. 인양/송환-일본 패전과 일본·오키나와 내부로의 이동
3. 전후 개척-일본과 오키나와 내부의 이주식민지화
4. 해외 이주-일본과 오키나와에서 외부로의 이민
5. 나가며
종장/ 이민·식민과 ‘민족’의 정치
저자 후기
역자 후기
출전 일람
도표 일람
참고문헌
찾아보기
“이 책은 근대 아시아태평양의 여러 지역으로 이주한 일본인 ‘월경자(越境者)’들을 ‘이민과 식민’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하고, 그들을 주역으로 하는 정치사를 그려보고자 한다.
‘이민과 식민’이라는 단어를 보면 어떠한 의미가 떠오르는가. 많은 경우 ‘이민’이란 일본에서 미국이나 남미 같은 ‘해외’, ‘외국’으로 건너가는 것을 가리키며, ‘식민’이란 일본이 일찍부터 타이완이나 조선에 가한 ‘식민지 지배’를 가리킨다는 의미를 바로 떠올리지 않을까. 이런 경우 ‘이민’과 ‘식민’은 다른 개념이 된다. 그러나 ‘홋카이도 이민’이나 ‘만주 이민’ 등의 존재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존재는 앞서 제시한 의미를 적용할 때 ‘이민’과 ‘식민’ 중 어느 쪽에 적합한 것일까. 이 책의 기본적인 입장은 새로운 영역으로의 이주, 즉 ‘사람의 이동’을 의미하는 한, ‘이민’과 ‘식민’을 명확하게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장)
“이 책은 정치사의 입장에서 ‘일본인의 이민과 식민’을 고찰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존의 정치사는 많은 경우 ‘중앙’-‘지방’이라는 구도에서 파악된, 전후(戰後) 일본의 국경 안에 속한 균질한 일본국가라는 이미지를 명확한 전제로 삼아, ‘중앙’에서 정치외교 상으로 쟁점이 된 경우에 한하여 ‘이민’이나 ‘식민지’를 다루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사의 구도는 새로운 영역으로 이주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국민 통합의 과정에 있던 ‘일본인’이라는 집단의 일부였다는 것을 은폐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이주했던 사람들 자체를 정치 주체로 분석하고, 이들이 일본국가, 그리고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정치 질서의 변동 요인이 되었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서장)
“‘월경자’들의 정치사에서 밝혀진 것은 종래의 정치사 연구가 시야 바깥에 놓아 둔 ‘민족’이 주권국가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으면서도 주권국가가 규정하는 국적이나 시민권의 틀에 완전히 회수할 수 없는 정치 주체로서 근대의 일본 및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정치 질서에 일관되게 영향을 미친 점이다.
전후 정치사 연구의 대부분은 규범적 단위로서의 국민국가를 과거로 투영한 결과, ‘식민지’나 ‘이민’을 그 일탈 부분으로 처리해 왔다. 또한, 식민지 연구나 이민 연구 측에서도 국민국가 규범의 관점에서 각각 ‘이민족 지배’나 ‘수용국에서의 배제와 통합’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사람의 이동과 정치 질서를 둘러싼 본서의 고찰을 근거로 하면, 근대를 통틀어 국민국가가 규범적 단위를 넘는 실재가 된 일은 실제로는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재한 것은 지배 영역을 여러 차례 바꾸어 온 주권국가와 공간적 경계를 갖지 않고 이동하고 변용하는 부정형의 민족집단이었다.
물론 민족집단은 최종적으로 개개인의 정체성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고, 또한 민족 간의 통혼 등에 의해 경계가 항상 유동적이기 때문에 실재라고 하기에는 불확실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정체성이나 가족 형성이라는 영역이야말로 민족집단을 국민국가의 규범에 의해 지워버릴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 왔던 것이다. ‘이민과 식민’이란 결코 정치사의 외부 영역이 아니라 정치사의 규정 요인으로서의 민족집단이 표면화하는 영역임을 드러낼 수 있었다고 한다면 본서의 목적은 달성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종장)
저자
시오데 히로유키 塩出浩之, Shiode Hiroyuki
1974년 히로시마(広島)에서 태어났다. 2004년 도쿄대학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 지역문화연구 전공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일본정치외교사, 미디어사 등을 중심 테마로 일본근현대사를 연구하고 있다. 2011년에는 근대 일본에서 ‘아시아’의 의미를 성찰한 『岡倉天心と大川周明-「アジア」を考えた知識人たち』(山川出版社)를 집필했다. 2015년에는 박사논문을 토대로 한 저서 『越境者の政治史-アジア太平洋における日本人の移民と植民』을 간행하여 마이니치출판문화상, 산토리학예상 등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公論と交際の東アジア近代』(東京大学出版会, 2016), 『二つの大戦と帝国主義 I 20世紀前半』(岩波書店, 2022) 등 다수의 공저가 있다. 류큐대학 법문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 교토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자
임경화 林慶花, Lim Kyoung-hwa
2002년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 일본문화연구 전공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마이너리티 연구, 코리안 디아스포라 비교연구 등을 주제로 『두 번째 전후-1960~1970년대 아시아와 마주친 일본』(공저, 2017), 『냉전 아시아와 오키나와라는 물음』(공저, 2022) 등을 집필했다. 역서에 『해방 공간의 재일조선인사』(2019), 『오키나와 반환과 동아시아 냉전체제』(2022), 『북으로 간 언어학자 김수경』(2024) 등이 있다. 현재 중앙대학교 중앙사학연구소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은희녕 殷烯寧, Eun Hee-nyung
중앙대학교 대학원 역사학과 한국근현대사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현대사를 전공하며 「안호상의 국가지상주의와 ‘민주적 민족교육론’」(2016), 「개항기(1876~1910) 한국 ‘복지’ 개념의 변용」(2021) 등의 논문을 집필했다. 역서에 『만국박람회와 인간의 역사』(공역, 2020) 등이 있다. 현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재직 중이다.
이승찬 李昇璨, Lee Sung-chan
중앙대학교 대학원 역사학과 동양사 박사과정에 있으며, 타이완 근현대사를 전공하고 있다. 논문에 「皇民化時期(1937~1945) 대만 지식인의 민족정체성과 전쟁인식」(2016), 「『每日申報』(1910~1945) 기사를 통해 본 식민지 조선의 臺灣 인식」(2017), 「일제시기 臺灣 知識人의 朝鮮 認識」(2018), 역서에 『만국박람회와 인간의 역사』(공역, 202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