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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우수학술도서

들려준 것과 숨긴 것
영국 모험소설의 정치적 무의식
저자 이석구 역자/편자
발행일 2019.9.6
ISBN 9791159054280
쪽수 478
판형 신국판 양장
가격 3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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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훌륭한 고전으로 취급되어 온 영국의 모험소설을 분석대상으로 한다. 『로빈슨 크루소』나 『걸리버 여행기』 같은 모험문학들이 아동문학의 원조로서 많은 당대뿐 아니라 후대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과는 별개로, 이 책들은 동시에 당대 정치 선전도구로서 깊숙이 연루되어 있었다.


예컨대 영국 모험문학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의 구조를 영제국의 식민지 경영이라는 맥락으로 재해석해 보자. 이때 로빈슨 크루소가 난파당한 섬에서 미니 정착촌을 건설하는 모습은 원형적인 제국주의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모험소설들이 대체로 영국인 주인공이 인종적 타자를 정복하는 줄거리를 갖는 한 거의 모든 작품들은 제국의 승리주의적 남성성을 찬양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저자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의 박사논문에서 영국의 모험소설을 읽어나간 바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텍스트와 구조를 일치시키려는 노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텍스트 내부의 다양성이나 역학의 분석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마슈레의 예를 들어,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텍스트가 말하는 것 외에 텍스트가 말하지 않으려고 한 내용 역시 그 분석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그리고 마슈레가 계급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사용하던 기존의 해석론을 제국주의적 현실, 즉 지배 인종과 피지배 인종의 관계에도 확대, 적용한다.

머리말


제1장_ 모험소설과 근대성

근대성과 주권적 주체

대중 서사와 이분법적 경제

데카르트의 주체론 뒤집기

거꾸로 읽는 영소설

자아/타자 역학의 전복

침묵의 해석학


제2장_ ‘운 좋은 자본가’ 혹은 정신적 난파자?

『크루소』, 소녀들을 위한 문학?

호모 이코노미쿠스 논쟁

마르크스와 개인 생산자의 신화

주권적 주체와 조난 서사

강박증

피해망상증

과대망상증

식인종 크루소


제3장_ 복음주의와 식인제

『산호섬』과 크루소 전통

선교 담론과 식인 담론

인용 서사의 미장아빔

‘식인종’의 의미적 다층성

완곡어법, 블랙버딩과 카나카

‘문명인’, 부적절한 기표

복음주의에 대한 모순 진술


제4장_ 해적과 신사(紳士)

『보물섬』과 해적 소설의 전통

제국주의와 공복(公僕) 계층

해적과 신사의 경계

해적, 제국의 다른 얼굴

보물의 정치경제학

해적 사회, 대안적 질서?


제5장_ 제국주의 로맨스의 자기 배반

해거드와 차이의 정치학

혈통의 보존과 위협

신여성의 위협과 봉쇄

여성성과 퇴행의 불안

잡종의 잡종

부재하는 근원/우수한 혼종

자아를 닮은 타자


제6장_ 흡혈의 수사학v

세기말적 불안과 과학 담론

흡혈귀와 우생학적 불안

세기말의 여권론자들과 성性

독점 자본주의와 앙시앵레짐

영제국 vs. 드라큘라의 제국


제7장_ 탈역사화 전략과 식인제

『어둠의 심연』과 정치적 명징성

텍스트의 정치적 행위

정치적 현실의 탈정치화

식민주의 비판과 이의 치환

백인의 야만적 습속

상징적 텍스트의 ‘커츠 구하기’

식민주의 혹은 식인주의?

도덕적 죽음 혹은 도덕적 해석?


제8장_ 사이브 킴과 혼종화

아대륙 인도, 백인의 짐

『킴』이 주는 즐거움

백인의 퇴행과 라마르크

사이브 킴 만들기

문화적 혼종의 경계선

삭제된 역사, 유라시아인


제9장_ 인도의 재현과 역사의 귀환

포스터와 오리엔탈리즘 논쟁

양가성 혹은 자유주의?

서사의 침묵

집단적 기억의 삭제

부재하는 것의 존재감

허락된 정치적 사건

인도 민족주의의 문제점


제10장_ 식민지의 쌍둥이 어른아이

캐리의 아프리카 소설과 반식민주의

역담론逆談論의 역기능

인종적 차이의 강조

라마르크의 테제

쌍둥이 어른아이

흑인 멘토, 백인 멘티

여성의 몸과 ‘자연의 하인’

문화적 분열증과 서사의 위반


제11장_대중 서사와 정치적 무의식

착한 비평 vs. 나쁜 비평

마슈레와 레닌의 톨스토이론

텍스트의 존재론적 불안정성

수사적 전통과 이미지의 소환

제임슨과 역사

모험소설의 정치적 무의식


참고문헌

찾아보기

“모험소설과 제국주의가 결탁하는 순간”

이 책, 『들려준 것과 숨긴 것-영국 모험소설의 정치적 무의식』은 이제껏 훌륭한 고전으로 취급되어 온 영국의 모험소설을 분석대상으로 한다. 『로빈슨 크루소』나 『걸리버 여행기』 같은 모험문학들이 아동문학의 원조로서 많은 당대뿐 아니라 후대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과는 별개로, 이 책들은 동시에 당대 정치 선전도구로서 깊숙이 연루되어 있었다. 예컨대 영국 모험문학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의 구조를 영제국의 식민지 경영이라는 맥락으로 재해석해 보자. 이때 로빈슨 크루소가 난파당한 섬에서 미니 정착촌을 건설하는 모습은 원형적인 제국주의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모험소설들이 대체로 영국인 주인공이 인종적 타자를 정복하는 줄거리를 갖는 한 거의 모든 작품들은 제국의 승리주의적 남성성을 찬양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모험소설을 통해 영국 제국주의의 역사를 읽는다”

이 책의 저자 이석구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그의 박사논문에서 영국의 모험소설을 읽어나간 바 있다. 그러나 이 책은 텍스트와 구조를 일치시키려는 노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텍스트 내부의 다양성이나 역학의 분석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마슈레의 예를 들어,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텍스트가 말하는 것 외에 텍스트가 말하지 않으려고 한 내용 역시 그 분석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그리고 마슈레가 계급적 맥락을 이해하는 데 사용하던 기존의 해석론을 제국주의적 현실, 즉 지배 인종과 피지배 인종의 관계에도 확대, 적용한다.


“제국의 다른 얼굴, 식인종과 해적”

유럽인들은 스스로를 ‘문명인’이라고 이름 붙였다. 『로빈슨 크루소』의 주인공 로빈슨은 인근 섬들이 흉악한 야만인들이 지배하는 공간의 유일한 기독교도라는 사실만으로 자신이 이 섬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크루소의 이러한 믿음은 그가 자신의 왕국을 통치하는 방식에서도 발견된다. 그는 그가 길들일 수 없다면 죽여 버리고, 자신의 의지에 순종해야만 받아들이는데, 여기에는 동물뿐 아니라 인간도 포함된다. 저자는 여기에서 크루소가 인간을 가축으로 여긴다는 점을 들어 크루소와 식인종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역설한다.

또한 저자는 밸런타인의 소설 『산호섬』에 숨은 식민주의와 복음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통해서도 식인주의를 발견한다. 그는 ‘서구 사회가 자본주의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식민주의의 전리품을 소비하는 동시에 이러한 행위를 신의 섭리로 합법화한다며, 기독교가 다른 나라들을 야금야금 잡아먹어 현지인들을 길들임으로써 불공정한 무역의 길을 터놓는 것’이라는 피오나 맥클로흐의 말을 통해 『산호섬』 역시 식인주의가 지배하는 소설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보물섬』에 나타나는 수많은 보물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소설에서 보물은 하층민이 중상류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보물들의 출처를 거슬러 보면, 이 보물은 모두 그 이전 세대의 해적질로부터 온 것임을 발견하게 된다. 『보물섬』의 낭만적 모험이 범죄 장물의 약탈전으로 변질되는 셈이다. 이 책은 이처럼 여러 소설들에 숨은 맥락을 찾음으로써 소설의 새로운 독법을 발견해 내고 있다.

이석구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비교문학문화학과에서 교수로 있으면서 탈식민주의 문학, 비평이론, 아시아문화연구를 강의한다. 역서로는 『어둠의 심연』이 있다. 영어권 문학비평 『제국과 민족국가 사이에서』로 제1회 영어영문학 학술상과 연세 학술상을 수상하였고, 탈식민주의 이론을 논쟁적으로 다룬 『저항과 포섭 사이』는 세종우수도서로 선정되었으며, 영국 모험소설 비평서 『들려준 것과 숨긴 것』은 학술원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그 외 다수의 논문이 국내외 학술지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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