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풍자개 | 역자/편자 | 홍승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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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4-10-20 | ||
ISBN | 979-11-5905-952-0 (03820) | ||
쪽수 | 194 | ||
판형 | 130*200 무선 | ||
가격 | 14,000원 |
『연연당 수필』은 ‘풍자개 수필집’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문학과 회화의 화합을 꾀한 풍자개는 현대 중국에서 ‘만화’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는 문학가로서도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일상적인 순간을 담백하게 담아낸 그의 첫 수필집 『연연당수필』이 홍승직의 번역을 통해 국내 최초로 독자 앞에 선다.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풍자개만의 진솔한 표현을 통해 삶 속 보편의 감정들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역자 서문
그물 끊기(剪網)
점점(漸)
입달학교 5주년을 맞이하여(立達五周紀念感想)
자연스러움(自然)
얼굴(顔面)
자식(兒女)
한거(閑居)
아이에게 얻은 계시(從孩子得到的啓示)
하늘의 문학(天的文學)
도쿄에서 어느 저녁 있었던 일(東京某晩的事)
바닥판(樓板)
성(姓)
어렸을 적(憶兒時)
화첨의 일기(華瞻的日記)
아난(阿難)
새벽꿈(晨夢)
예술삼매경(藝術三昧)
인연(緣)
큰 메모장(大賬簿)
가을(秋)
원래 누구나 ‘자기’를 중시한다. 자기가 ‘살고[生]’ ‘잘하려고[好]’ 하는 것은 원래 보편적 생명의 공통된 큰 욕구이다. 방금 아보와 연연이 아위를 가마 태우려다 가마가 뒤집어지고 아위가 넘어져 아팠던 것에서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했는지는 잠시 따지지 않더라도, 자기가 ‘잘하려고’ 했던 것을 나타내는 수단은 철저하게 성실하고, 순결하고, 비허위적이다.
아이는 ‘어리석다고’ 나는 줄곧 여겨왔다. 오늘 이 일을 보고 우리 스스로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늘 성실했고, ‘자기 마음 그대로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하루라도 ‘자기 마음 그대로 말하지 않는’ 악덕을 범하지 않는 날을 찾기가 힘들다.
아! 우리는 본래 아이들처럼 그랬었는데, 누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나?
_ 아이에게 얻은 계시, 83쪽
일곱 살 지났을 무렵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우리 집은 더 이상 누에를 치지 않았다. 얼마 못 가 아버지와 누나 동생들이 연달아 세상을 떠나 집안이 쇠락하였고, 나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 역시 가버렸다. 그래서 이 추억을 떠올리면 영원히 그리우면서도, 영원히 회한에 젖는다.
_어렸을 적, 117쪽
보 누나는 걸핏하면 나더러 ‘바보’라고 한다. 내가 아빠더러 “하늘에서 비가 오지 않게 해줘! 그래야 덕릉이 놀러 나올 거 아니야!”라고 말했더니, 보 누나는 내게 손가락질하며 “첨첨, 바보!” 라고 한다. 내가 왜 ‘바보’야? 누나는 매일 나하고 놀지도 않고, 책가방 끼고 학교에만 가잖아. 그게 ‘바보’ 아냐? 아빠는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원고지에 한 칸 한 칸 글씨만 채우고 있잖아. 그게 ‘바보’ 아냐? 비가 오면 놀러 나가지도 못하잖아. 그게 싫지도 않단 말이야? 하늘에서 비가 오지 않게 해달라고 하는 거야말로 누구나 바라는 합리적인 요구라구. 매일 저녁 누나는 아빠더러 전등을 켜달라고 하잖아. 그래서 아빠가 전등을 켜주면 방 안이 온통 환해지잖아. 그것처럼 지금 나도 아빠더러 하늘에서 비가 안 오게 해달라고 하는 거란 말이야. 아빠가 그렇게 해줘서 날씨가 맑으면 기분 좋은 일이잖아. 왜 나더러 ‘바보’라는 거야?
_화첨의 일기, 133쪽
저자
풍자개 豐子愷, Feng Zikai
중국의 작가이자 화가, 만화가, 예술이론가, 예술교육가, 번역가. 1898년 11월 9일 절강성 석문현 옥계진에서 태어났다. 서당에서 공부할 때부터 그림 솜씨가 뛰어나 ‘어린 화가’로 이름을 날렸다. 절강성 제일사범학교에 입학해 이숙동(李叔同, 홍일법사)·하면존(夏丐尊)의 영향으로 문예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27년 제일사범학교의 스승이었던 홍일법사를 따라 불문에 귀의했다. 법명은 영행(嬰行)이다. 이후 국립예술전문학교 교수와 중국미술협회 상무이사, 상해미술가협회 부주석을 역임했다. 1975년 9월 15일 폐암으로 사망했다.
역자
홍승직 洪承直, Hong Seung-jic
순천향대 중국학과 교수. 고려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순천향대 공자아카데미 원장, 인문학진흥원장, SCH미디어랩스 학장 등을 역임했다. 각종 중국 문헌의 번역에 힘쓰고 있으며, 한국인에게 적절한 중국어문학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강의를 진행 중이다. 심신 수련을 위해 태극권을 수련하고, 태극권 보급에도 힘쓰고 있다. 저서 및 역서로 『일본 문화를 바라보는 창, 우키요에』, 『처음 읽는 논어』, 『처음 읽는 맹자』, 『처음 읽는 대학·중용』, 『한자어 이야기』, 『이탁오평전』, 『중국 물질문화사』, 『아버지 노릇』, 『용재수필』, 『분서』, 『유종원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