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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
시인의 포르투갈 체류기
저자 오민석 역자/편자
발행일 2025-02-25
ISBN 979-11-5905-850-9 (03800)
쪽수 230
판형 130*200 무선
가격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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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드는 시간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는 여행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 깊고 풍요로운 삶의 경험을 나누는 여행기다. 저자는 여행을 '탈출'이 아닌, 더 깊고 의미 있는 삶으로 향하는 길로 정의하고 있다. 

저자가 포르투갈을 그리운 또 하나의 공간으로 인지해 나가는 과정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일상 속에서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을 지속하는 '생활 여행'의 실천이다. 저자는 하루하루를 장 보고, 식사를 준비하고, 집에서 하던 일들을 그대로 이어가며, 여행의 본질인 '깊어짐'을 추구한다. 지나치는 풍경, 스쳐가는 사람들, 그리고 수백 년 동안 그 자리 그대로였던 건축물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그 자체로 그리움이다. 현대인들의 허영과 회피의 수단이 되어버린 여행이,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Prologue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

 

Epilogue

강물과 배와 바람, 그리고 폐허조차도 아름다웠던 포르투여, 이제 잠시 안녕. 나는 다시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 간다. 발걸음마다 그리움이다.

- 「Epilogue」 중에서 

 

히베이라 광장의 노천 카페에서 아내와 레드 상그리아를 천천히 오래 마시다. 도루강의 붉은 노을과 강아지처럼 울어대는 갈매기들과 군밤 굽는 연기가 한데 어울려 이곳을 떠난 후에 닥쳐올 그리움의 지독한 풍경을 만들고 있다. 포르투 한복판에서 나는 혼자 중얼거린다. '아, 그리운 포르투'. 

-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 중에서

 

뒷골목엔 폐가들도 눈에 자주 띄고, 집들은 대로변의 집들보다 대부분 어둡고 칙칙해 쇠락의 기운이 역력하다. 폐가와 사람이 거주 중인 주택이 나란히 붙어 있는 풍경도 흔히 만난다. 발코니의 난간에 걸린 색색의 빨래들은 가난하고 고단한 생활의 풍경을 더해준다. 돌로 된 길바닥은 수백 년 지나다닌 사람들의 흔적으로 검다 못해 빤질빤질 윤기가 난다. 초점 잃은 눈빛에 술병을 든, 제멋대로 자란 수염의 매우 지쳐 보이는 노인들. 골목에서 때로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밤에만 문을 여는 파두 전문 주점도 있다. 골목 풍경을 찍고 있는데 청년 하나가 현관문을 열고 나와 담배에 불을 붙인다. 다른 손엔 흰색의 작은 에스프레소 잔이 들려 있다. 우리에게 잔을 들어 보이며 오늘 커피 마셨냐고 묻는다. 문득 저런 골목의 어느 다락방에서 누군가 매일 밤 흐린 등불 아래 시를 쓰고 있을 거라는 뜬금없는 생각. 

-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 중에서

오민석 吳民錫, Oh Min-seok
충남 공주 출생.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며, 현재 단국대학교 영미인문학과 명예교수이다. 1990년 월간 『한길문학』 창간기념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며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굿모닝, 에브리원』, 『그리운 명륜여인숙』, 『기차는 오늘 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평론집 『이 황량한 날의 글쓰기』, 『몸-주체와 상처받음의 윤리』, 문학이론 연구서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 『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문학 연구서 『저항의 방식-캐나다 현대 원주민 문학의 지평』, 대중문화 연구서 『나는 딴따라다-송해 평전』, 『밥 딜런, 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시 해설서 『아침 시-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산문집 『그리운 곳에서 그리운 곳으로-시인의 포르투갈 체류기』, 『나는 터지기를 기다리는 꽃이다-먹실골 일기』, 『경계에서의 글쓰기』, 『개기는 인생도 괜찮다』, 번역서 『냉소적 이론들-대문자 포스트모더니즘 비판』, 바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오 헨리 단편선』 등을 냈다. '단국문학상', '부석평론상', '시와경계문학상', '시작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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