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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괴담걸작선
저자 쓰쓰미 구니히코 역자/편자 박미경 역
발행일 2025-06-30
ISBN 979-11-5905-487-7 (03830)
쪽수 216
판형 140*210 무선
가격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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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에도시대의 대중문화를 만나다

오랜 전국시대가 끝나고 법과 질서에 근거한 평화를 접하게 된다. 문자를 배우고, 언어를 구사하는 서민교육의 확산을 배경으로 민중의 지적 리터러시는 16세기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예를 들어 17세기에 시작된 출판 문화는 오락용 읽을거리부터 실용서, 지도나 명소를 소개하는 관광 가이드북 같은 책, 그림책과 우키요에 같은 출판물을 세상에 널리 퍼지게 하여 서민들에게 교양의 일부가 되어 갔다. 현대의 일본 만화와 여행의 인기는 에도의 대중문화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도시의 극장에서는 악을 물리치는 영웅이 주인공이 되는 역사 드라마가 인형극으로 각색되어 조루리 극장에서 상영되고, 또 유녀의 세계를 그리는 가부키가 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었다. 극장은 그야말로 대중문화의 발신지가 된 셈이다.

이러한 대중문화의 일각에 요괴나 유령을 그리는 괴담물이 문예, 연극, 그림책으로 제작되어 괴담의 유행을 불러왔다. 오늘날 일본의 공포 영화의 원점 또한 에도 괴담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에도시대는 '괴담의 세기'가 되었다.

 

당대의 감성을 되살린 괴담집

무엇보다 당시 서민들에게 세상은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법과 질서의 시대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가혹한 인내를 강요하던 시대이기도 했다. 유교 사상에 기초한 도쿠가와 막부의 강권적인 지배 아래 서민들은 가혹한 복종과 억압을 견뎌내야만 했다. 이런 가혹한 막부의 권력 아래 신분이 낮은 자, 특히 약자였던 여성이 유령이 되어 에도 괴담의 주역이 되어 간다. 이 책의 괴담 속에 여성 유령의 이야기가 눈에 띄는 이유도 그 당시 에도 민중의 소리 없는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괴담은 그저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옮겨 놓은 그림이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400년 전 일본 민중의 생활 속에서의 감정과 시대상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필자는 고전 괴담을 소개하면서 가능한 한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무라이는 사무라이다운 말투로, 여성은 여성의 말투를 살려 번역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일본어와 다른 고전적인 정취와 표현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옛 일본의 감성과 괴담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프롤로그

 

제1장 무서운 것은 여자의 '질투'

송장 등에 탄 남자

아내와 첩

어느 밤의 참극

옻칠된 여자

죽은 이의 손목

파약의 끝에서

「부록」 여자들의 싸움

 

제2장 연쇄되는 불행

명문가 붕괴와 폐가의 수수께끼

최후의 일념

오케하자마(桶狭間) 전투의 비화

할복의 아침

여자포로

풀이 무성한 폐허

반쵸 사라야시키

 

제3장 슬픈 사랑 이야기

남편과 아내, 어미와 자식 그리고 연인들

원앙 부부

뱀이 된 여인

무덤 속 어미와 자식

귀신 아내

아이를 부탁해

잘린 머리와 여행한 남자

호수를 건너는 여자

 

제4장 인간이 '이계(異界)'와 만날 때

헤이케(平家) 원령과 비파 법사

하코네의 지옥

수라(修羅)의 집

역신을 살린 남자

모란 등롱

천진난만한 유령

 

제5장 인과응보

악행이 저주를 부르다

시체에 깃든 악업

호수 위의 도망자

거꾸로 선 여자 귀신

불전 도둑

두 개의 '되'의 악행

빚쟁이의 망령

서른 일곱 마리의 원한

같이 오신 분은?

 

해설

에필로그

번역자의 말

피로 물들어 신음하는 여자들에게 또 다른 비난이 쏟아졌다.
“네 이년들, 아직도 말을 하지 않을 테냐. 이 어리석은 년들! 문초가 부족한 것 같구나.”
이번에는 두 사람의 발에 돌을 매어 저택 밖 깊은 못에 던졌다. 두 사람은 목만 밖으로 내민 채 물속에 내버려졌다. 정확히 12월 말의 한겨울 무렵이었기 때문에 연못의 물은 상상을 초월하게 차가웠다. 그 해는 눈도 내리지 않는 극심한 추위가 계속되었다. 너무 추워서 대나무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폭포마저 얼어붙는 엄동 속에서 두 사람은 덜덜 떨면서 밤낮없이 마냥 염불을 외며 참았다. - 〈풀이 무성한 폐허〉 중에서

 

여자는 무서운 형상으로 도망치는 스님을 뒤쫓았다. 너무 서두른 탓에 짚신이 벗겨져 맨발이 된 것도 개의치 않고 정신없이 달렸다. 허리띠는 풀리고 옷섶은 바람에 날려 옷자락이 펄럭인다. 아름답게 올린 머리가 풀어지고, 머리칼이 흐트러져 날린다. 사람들이 보기에도 영락없는 귀녀의 모습으로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쫓아갔다.
이윽고 사카모토 마을의 중심가를 빠져나와 비와코 호숫가로 나왔다. 도망치는 스님과 쫓아가는 여자의 심상치 않은 모습에 지나던 사람들은 그저 놀라고 기가 막혀하거나 혹은 구경꾼이 되어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입으로 전하고, 소리치고, 웅성거리는 사람들 한 무리가 호숫가를 달려 나갔다. - 〈뱀이 된 여인〉 중에서

 

여자의 기일을 눈앞에 두고 남자는 산을 내려가기로 했다. 겨우 그리운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안이한 생각이었다.
빠른 걸음으로 후도자카를 지나는 남자 앞에 예전의 그 작은 뱀이 기어 나와 달려들었고 또 전과 같이 달라붙어 죄어드니 견딜 수가 없었다.
“용서해. 용서해 줘.”
비명을 지르는 남자의 허리를 뱀은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희고 탁한 멍한 눈으로 끈질기게 조이는 것이었다. 박정한 배신자의 고통을 비웃듯이. - 〈호수 위의 도망자〉 중에서

저자

쓰쓰미 구니히코 堤邦彦, Kunihiko Tsutsumi
1953년 출생. 도쿄 출신. 교토 세이카 대학교 인문학부 명예교수. 게이오기쥬쿠대학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수료. 문학박사. 전공은 근세문학. 저서로는 『여인사체(女人蛇体)』, 『근세불교설화연구(近世佛教説話研究)』, 『에도 괴이담(江戸怪異談)』, 『에도고승전설(江戸高僧伝承)』, 『교토괴담순례(京都怪談巡礼)』 등이 있음.

역자

박미경 朴美暻, Bak Mi-kyung
1976년 출생. 전주 출신. 헤이안여학원대학교 국제관광학부 준교수.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 교토세이카 대학교 예술학부 석사 수료. 교토대학교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과정 수료. 문학박사. 전공은 한일 대중문화 비교연구, 요괴 비교 연구. 저서로는 『韓国の「鬼」-ドッケビの視覚表象(한국의 귀-도깨비의 시각표상)』, 『妖怪研究の最前線(요괴연구의 최전선)』(공저), 『怪異·妖怪とは何か(괴이·요괴는 무엇인가)』(공저), 『한국의 도깨비-도깨비로 본 한국의 시각 문화』, 『한국 귀신·요괴 사전』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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