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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역사
국경 경관론적 접근
저자 차용구 역자/편자
발행일 2022.2.25
ISBN 9791159056697
쪽수 253
판형 128*188 무선
가격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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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와 보호주의가 화두인 요즈음 국가간의 연대와 공조를 통한 위기대응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인간이 그어놓은 경계는 자기가 판 함정에 자신이 빠지는 것처럼 스스로를 옥죄어왔다. 역사를 보면 국경은 중앙정부의 정책적 개입과 무관하게 자연히 생겨나는 초국경적 협력과 통합의 과정이 진행된 접경공간(Contact Zone)으로서 상호의존과 관용, 새로운 국가와 문명의 탄생 등 다양한 모습을 빚어낸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장소에 가까웠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시대는 우리에게 국경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국경은 전통적으로 보호·단절·통제·차단 기능을 하는 배타적 선이자 주권의 날카로운 모서리로 이해되면서, 반드시 수호해야 하는 신성한 경계선이요, 불통의 장벽으로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역사에서 국경을 성공적으로 봉쇄한 경우는 드물었다.

격리를 뜻하는 영어 ‘쿼런틴’(quarantine)은 ‘40일’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quaranta giorni’에서 유래했다. 이는 14세기 중반 흑사병(페스트)이 유럽을 휩쓸 때 항구로 들어오는 배의 선원들을 40일 격리한 데서 비롯됐다. 이런 강제격리 조처에도 당시 유럽 인구의 절반 정도는 흑사병에 희생됐다. 어떤 조처를 하던 국경 봉쇄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봉쇄는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경 협력이 나날이 중요해지는 21세기 글로벌 사회에서 국경 봉쇄는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반역이다


왜 국경연구(Border Studies)인가?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세계의 국가 수가 세 배로 증가하면서 국경 연구는 르네상스를 맞았다. 베를린 장벽 붕괴와 더불어 시작된 탈냉전 이후의 세계화는 국가 간의 국경을 허물고 ‘국경 없는 세계(borderless world)’를 만들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듯싶다. 국경 장벽은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경쟁적으로 건설되고 있다. 서구 근대 국가가 만들어낸 국경은 횡단과 통제라는 힘의 대립, 즉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 투쟁의 재판장으로 변했다.

이러한 경계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경 문제를 역사적으로 조망하는 국경사 연구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여전히 미흡하다. 학제간 연구의 대상인 국경을 역사학의 새로운 영역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서는 국내에서 국경을 다룬 최초의 역사서이다. 본 연구는 시간적으로는 전근대와 근대를 모두 담아내며, 국경 지대에 덧입혀졌던 허위와 오해의 그을음을 제거하고 그 나신을 조명하고자 했다. 무엇보다도 근대 서구의 경계적 사유(border thinking)가 전지구적인 지배 장치였음을 상기시키고 싶다. 근현대 식민주의적 국경 형성을 종적·횡적인 연구를 통해 국경의 구조와 양상을 살피면서, 서구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약탈적 영토 분할과 폭력적 국경 획정이 생산해낸 ‘모순의 공간’인 국경을 검토하고자 한다.


국경사 연구의 새로운 시도

1990년대 이후부터 학자들은 국경 경관(borderscape) 개념을 통해 국경을 고정적인 선(線)이라는 1차원적 시각에서 벗어나 다의적이고 다중적 시각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국경 경관은 국경(border)과 경관(scape)이 합쳐져 만들어진 용어로, ‘scape’는 ‘만들어진’을 뜻하는 ‘geschapen’이라는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한다. 결국 ‘borderscape’는 ‘만들어진 국경(created border)’을 지칭하게 된다. 즉. 국경은 타협의 산물로 생성된 다자성·가변성·불확정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국경과 같은 경계는 사회적 생산물이자 가변적 구조물이기 때문에, 경계에 대한 대안적 상상을 현실화하는 새로운 재현 방식이 요구된다. 국경 경관 개념에 대한 인식을 통해 세계화의 폭력이 그대로 남아있는 국경선이 평화와 생명의 공간으로 현전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접경인문학 총서 발간사 003

책머리에 005



1부

고전적 국경사 연구


1. 시대적 배경 015

2. 이론적 배경 033

3. 국경의 기억 044



2부

중세 경계의 접경성


4. 접경사 연구 067

5. 경계의 일상 089

6. 중세의 이주 103

7. 내경과 외경 131

8. 분쟁에서 소통의 국경으로 153


3부

근현대 식민주의적 국경


9. 아이티와 도미니카 177

10. 아프가니스탄의 국경 189

11.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 202

12. 독일과 폴란드 216


에필로그 228


저자 후기 247

읽을거리 250

저자 소개 253


차용구 車龍九, Cha Yongku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 중앙대·한국외대 HK+ 접경인문학연구단 공동연구원. 서양 중세사 전공. 저서에 『유럽 여성의 발견-이브의 딸 성녀가 되다』(한길사, 2011), 『가해와 피해의 구분을 넘어-독일·폴란드 역사 화해의 길』(공저, 동북아역사재단, 2008), 역서에 『교황의 역사-베드로부터 베네딕토 16세까지』(길, 2013), 『중세, 천년의 빛과 그림자-근대 유럽을 만든 중세의 모든 순간들』(현실문화, 2013) 등이 있다. 또한 「독일과 폴란드의 역사대화-접경지역 역사서술을 중심으로」(『전북사학』 33, 전북사학회, 2008), 「국경에서 접경으로-20세기 독일의 동부국경 연구」(『중앙사론』 47, 중앙대 중앙사학연구소, 2018)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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