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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인, '한국'을 노래하다
저자 오석륜 역자/편자
발행일 2022.10.20
ISBN 9791159056321
쪽수 315
판형 140*210 무선
가격 2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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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즘적 관점에 더 가치를 둔 일본 시인들

일본 근현대 시인들은 일제강점기 때 한국과 일본과 중국에서 인내를 강요받으며 살아야만 했던 한국인을 어떻게 시로 표현했을까. 자못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시기에 고통 받는 한국과 한국인을 대상으로 일본 시인들이 발표한 시 작품들 중에는 한국인을 지나치게 비하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휴머니즘적 관점이나 보편적 가치에 기반을 두고 한국을 노래하며 작품을 남긴 시인들도 다수 있었다. 그들이 발표한 작품의 수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 이러한 작품들은 한일 양 국민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며, 연구 대상으로서 가치가 있다. 


『일본 시인, ‘한국’을 노래하다』는 바로 일본의 유명 시인들이 그 시절의 한국과 한국인을 시로 써서 발표한 작품들을 분석한 책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물이고 획기적인 시도다. 특히 일부 시의 경우, 텍스트가 오래되어 원문을 찾는 과정도 쉽지 않아 이러한 시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은 큰 의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작품의 성격상, 한국이나 한국인을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쓴 것과 함께 보편적 가치나 객관성을 추구하는 것을 텍스트로 삼아, 그 의미구조를 풀어내는 데 주력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들 작품은 당시 지식인이었던 일본 시인들이 일제를 겪으며 살핀 중요한 시적 사유의 결과물이란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런 관점을 바탕으로 꾸린 이 책에서 다룬 시인은 모두 14명. 작품은 시 30여 편과 수필 3편이다. 책의 구성은 작품의 성격에 따라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었다.

제1부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경주 불국사를 절창했던 미요시 다쓰지(三好達治)를 비롯해, 마루야마 가오루(丸山薰), 나카하랴 츄야(中原中也), 무로 사이세이(室生犀星)와 같은 서정시인의 한국 관련 작품이 자리 잡고 있다.

제2부에는 일본 프롤레타리아 시인이 노래한 ‘한국’으로, 주로 프롤레타리아 작품들이 거론된다. 일제하 반식민지 투쟁의 성격을 갖는 시 「간도 빨치산의 노래」를 쓴 19세의 청년 시인 마키무라 히로시(槇村浩)의 작품을 비롯해, 오구마 히데오(小熊秀雄), 나카노 시게하루(中野重治), 오노 도자부로(小野十三郞), 이토 신키치(伊藤信吉), 우치노 겐지(内野健児), 사타 이네코(佐多稻子), 기쿠오카 구리(菊岡久利), 이토 게이이치(伊藤桂一) 등의 시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당시 일본에서 활동하며 프롤레타리아 시를 써서 일본인 평자들로부터 주목받았던 한국인 시인인 김용제(金龍濟)와 김병호(金炳昊)의 관련 작품도 분석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일 관계는 여전히 불편하다. 이제 조금씩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조짐을 보일 뿐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 책은 한일 양국의 사람들에게 일본의 근현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이 ‘한국과 한국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노래했을까’ 하는 시각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시간 여행이 될 것이다. 동시에, 기존에 행해왔던 한일 간의 역사적 연구나 정치적, 사회적 관심에 더하여 문학적 공감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믿는다. 한일 양국의 발전적 관계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책 출간의 의의는 그러한 사실에도 방점이 찍힌다.

책을 펴내며/3


제1부  사계파 시인과 미요시 다쓰지가 노래한 ‘한국’

제1장  일본 사계파四季派 시와 ‘한국’ 이미지 15

1. ‘쫓기는 아씨’ 조선과 제국 일본이라는 ‘악마’-마루야마 가오루丸山薰의 「조선朝鮮」 17

2. 조선 여인을 응시하며-나카하라 츄야中原中也의 「조선 여자朝鮮女」 24

3. 고려 향합과 기와지붕에 대한 애정-무로 사이세이室生犀星의 「고려의 꽃高麗の花」, 「범고래 기와瓦の鯱」, 「조선朝鮮」 28

4. 마무리 글 38


제2장  미요시 다쓰지三好達治 시詩와 ‘한국’ 39

1. 회령의 쓸쓸한 거리에서-「거리街」 41

2. 경주 불국사와 정관靜觀의 경지-「겨울날冬の日」 51

3. 신라와 백제의 역사를 상상하며-「계림구송鷄林口誦」, 「노방음路傍吟」, 「구상음丘上吟」 61

4. 다시 불국사에서-「백 번 이후百たびののち」 71

5. 마무리 글 79


제3장  미요시 다쓰지三好達治의 수필 속 ‘한국’ 81

1. 부여와 경주 기행과 ‘한국’의 초등학교 풍경 84

2. 「남선잡관南鮮雜觀」과 ‘한국’ 인상기 90

3. 미요시 다쓰지와 김동환의 만남 101

4. 마무리 글 107


제2부 일본 프롤레타리아 시인이 노래한 ‘한국’

제1장  간도 땅 빨치산을 노래한 시인 마키무라 히로시槇村浩    111

1. 함경도의 추억과 가난    115

2. 러시아 혁명과 3·1만세운동을 겹쳐 노래하다    120

3. 일제 만행의 비판과 북향北向하는 학    129

4. 불사신으로 묘사한 간도 빨치산    138

5. 마무리 글    144


제2장  오구마 히데오小熊秀雄의 ‘한국’    147

1. 오구마 히데오와 한국과의 인연 151

2. 가을밤 다듬이질과 낙동강    153

3. 징용의 시련과 일제에 대한 저항을 시에 담다    158

4. 일제의 색옷장려운동을 비판하고 흰옷 입은 조선 여인들의 저항을 노래하다    164

5. 낙동강변 빨래터의 애환과 저항의 몸짓을 노래하다    174

6. 마무리 글    177


제3장  ‘조선’이라는 풍경과 아이덴티티이토 신키치, 우치노 겐지, 김용제, 김병호의 ‘조선’ 소재 시편과 일본 프롤레타리아 시문학의 성취 180

1. 휴머니즘과 동정심 사이-「해류海流」에 나타난 한국인상 183

2. ‘조선’을 향한 시적 정감-「조선 땅 겨울 풍경鮮土冬景」, 「조선이여朝鮮よ」에 나타난 한국 191

3.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과 계급적 연대-「현해탄玄海灘」, 「나는 조선인이다おりゃ朝鮮人だ」 204

4. 마무리 글   217


제4장  나카노 시게하루中野重治 시詩와 ‘한국’    220

1. 인간적 연민과 계급적 제휴-「비 내리는 시나가와역雨の降る品川驛」    224

2. ‘민족 에고이즘’ 발언과 관련하여    233

3. 일본 프롤레타리아에 대한 시적 화답-임화의 「우산 받은 요코하마 부두」    238

4. 동지애와 연대의식의 시적 승화-「조선의 소녀들朝鮮の娘たち」    242

5. 마무리 글    248


제5장  오노 도자부로小野十三郞 시詩와 ‘한국’    250

1. 재일조선인에 대한 연민과 휴머니티-「작은 사건小事件」, 「호적戶籍」    252

2. 강제징용 피해자를 기억하기-「대해변大海邊」, 「석별惜別」, 「고추의 노래唐辛子の歌」    262

3. 마무리 글    277


제6장  ‘조선’의 여성을 노래하다-사타 이네코, 기쿠오카 구리, 이토 게이이치의 시편과 ‘조선’ 여성상 279

1. 소녀를 향한 측은지심-「조선의 소녀 1朝鮮の少女一」, 「조선의 소녀 2朝鮮の少女二」    280

2. 기억 속 소녀와 위안부를 노래하다-「색동옷色の衣裳」, 「한국의 여인韓國の女」    289

3. 마무리 글    301


책을 마무리하며/303

참고문헌/311

시를 찬찬히 들여다보자. 우선, 일본에서 추방당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마련된 비 내리는 상황 설정에 주목해 보면, 읽는 이에게 일본 제국주의에 억압받던 동포들의 분노와 슬픔을 더 격화시키는 기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한국인 노동자들이 추방당하는 날, 비가 내렸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적 화자는 한국인 노동자의 슬픔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해 볼 수 있다. 그러한 의도는 결과적으로 화자가 그들에 대해서 인간미를 베풀어 싶어 하고, 서로의 국적을 떠나 연대감을 갖고자 하는 서술에 일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오석륜 吳錫崙, Oh Seok-ryoon

충북 단양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현대인재개발원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인, 번역가, 칼럼니스트 등, 인문학 관련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이며, 정부 여러 부처의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동국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일본 근현대문학(시). 

시집으로 『종달새 대화 듣기』(근간), 『사선은 둥근 생각을 품고 있다』, 『파문의 그늘』이 있고, 저서 및 역서로 『진심의 꽃-돌아보니 가난도 아름다운 동행이었네』, 『미요시 다쓰지三好達治 시를 읽는다』, 『일본어 번역 실무 연습』, 『일본 하이쿠 선집』, 『풀베개』, 『미디어 문화와 상호 이미지 형성』(일본어판, 공저), 『도련님』, 『일본 단편소설 걸작선』, 『조선 청년 역도산』, 『미요시 다쓰지三好達治 시선집』, 『일본 대표 단편선』(전3권, 공역), 『한국사람 다치하라 세이슈』, 『2번째 키스』, 『그 여자는 낮은 땅에 살지 않는다』 등 다수의 책을 출간하였으며, 일본문학과 관련한 많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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