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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조와 리듬
저자 김보람 역자/편자
발행일 2023-02-28
ISBN 9791159057557
쪽수 320
판형 152*223, 무선
가격 2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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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조 리듬의 미학과 마주하기

이 책은 정형률-자유율로의 전환에서 전근대적이라 비판받으며 비교적 소외되고 있는 정형률을 체계적으로 재탐색하였다. 이에 따라 전통과 현대라는 대립적 구도와 내용과 형식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현대시조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시조 리듬을 다각도로 고찰하였다. 따라서 현대시조 리듬론의 기원과 형성 과정을 살펴보는 데 그 목적을 두면서 김상옥, 윤금초, 박기섭 시인의 작품을 분석하였다. 이들의 현대시조는 ‘정형률’이라는 규격화된 형식에 구속받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리듬’을 시적 영역 안으로 포섭하여 시조의 가장 핵심적인 조건인 ‘정형’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였다. 그 결과 전통시조의 정격이라는 고착된 사고에서 벗어나 현대적 미의식과 가능태로서의 가치를 지향하고자 하는 현대시조 창작 주체들의 첨예한 시의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형률整形律’이라는 시조의 잠재적 리듬

김상옥의 시세계는 근대문학의 반성을 토대로 하여 역설적으로 근대문학의 가능성을 점검하게 하였다. 따라서 반근대성이 내세우는 존재 가능한 양식의 확장이 우리 시대 시조의 가능성을 얼마나 열어주고 있는지를 검토하였다. 김상옥은 시조와 자유시를 장르적 구분 없이 수용하면서 자유로운 형식의 개성 있는 변주를 실현하였는데, 이를 통해 시조라는 형식에서 최대한 멀어지면서 획득되는 긴장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기존에 답습해 왔던 ‘정형률’이라는 시조 형식의 문제를 재점검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이러한 김상옥의 문제의식은 현대시조의 ‘정형률’ 즉 ‘리듬’에 대한 탐구를 가능하게 하였다.


형식의 장형화에 따른 산문성의 리듬

윤금초의 시세계는 시조 형식의 장형화를 현대시조의 잠재적 가능성으로 보면서 사설성을 강조하였다. 이를 통해 현대시조의 탈격이나 변격의 흐름이 시조의 새로운 지형도를 구축할 수 있으며, 이는 내재적 리듬소와 연결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윤금초의 장형화 실험은 시조의 양식적 확장을 시사하는데, 윤금초는 시조의 양식을 ‘막힌 시조’ 혹은 ‘닫힌 시조’가 아닌 ‘열린 시조’를 지향하는 리듬임을 강조하였다. 윤금초는 폭넓은 융통성을 가진 시조의 형식이 사설시조, 엇시조, 옴니버스시조라고 명명하면서 시조의 ‘규범적 리듬’을 ‘자율적 리듬’의 실현으로 보았다. 그는 서정적 진술을 드러내는 ‘말부림’과 ‘말엮음’을 바탕에 두고 산문성의 리듬을 추적하였다.


다양한 형식 변주와 단독성의 리듬

박기섭의 시세계는 열린 시의식을 지향하면서 현대시조의 의욕적인 변화를 주도하였다. 그는 시인의 언어가 품고 있는 함축적인 의미와 외연적인 의미로 주목되는 동적인 리듬을 관찰하였다. 박기섭은 시조에 상징적 기호를 형상화하면서 시각적 이미지가 발현해내는 시각률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는 활자와 여백이 만들어내는 ‘보기’와 ‘보여주기’ 차원의 미학적 힘을 지향하였다. 이때 강조되는 시각 은유는 시조의 관습적인 틀을 깨고 활성 에너지를 주도하면서 리듬의 문제를 본격화한다. 바로 시조의 내적 ‧ 외적인 형식이 생성해내는 의미의 단위에 새롭게 해석할 만한 여지를 제공하였다. 특히 박기섭 시조의 형刑에서 파악되는 상호관계의 기능은 다채로운 형식을 주도하면서 시조 형식의 폐쇄성이 지닌 한계를 극복해냈다.


현대시조의 리듬과 의미지평

이 책에서 현대시조의 리듬은 규칙과 불규칙, 변형과 변화의 원리가 개별 시인의 개별 작품을 추동하는 핵심적인 원리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현대시조가 지닌 미적 특질의 요체는 개별 시인과 개별 작품에 나타나는 새로운 리듬이다. 따라서 현대시조 창작 주체들은 궁극적으로 시조의 리듬이 의미와 형식을 결합하는 조직화된 원리라는 사실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의 시세계에서 감지되는 다양한 리듬 요소들의 갈등과 충돌은 불가피하며 이것은 균열을 일으키는 동시에 하나의 단일체로 통합하는 길항관계에 놓인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앞으로 현대시조는 ‘정형’ 혹은 ‘규범’과 맞서면서 자유롭고 새로운 리듬의 가능성을 개진할 것이다. 현대시조의 리듬이 지닌 문학사적 의의는 정형률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이에 따른 미적 실천으로 구현될 것이며, 이는 한국시 리듬론에서도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책머리에 3


제1장 현대시조의 리듬과 미학에 대한 각성    7

1. 현대시조 리듬 담론의 지형도 7

2. 시조의 역사적 전개와 전망-김상옥, 윤금초, 박기섭 17

3. 리듬의 구조와 시조 형식 혁신의 양상 42

제2장 ‘정형률整形律’이라는 시조의 잠재적 리듬-김상옥   61

1. 정서적 강화를 위한 시적 장치로서의 ‘정형률整形律’ 63

2. 정형률의 본질과 리듬 문제 85

3. 탈정형화된 현대시조와 가능태로서의 현대성 106

제3장 형식의 장형화에 따른 산문성의 리듬-윤금초 137

1. 개성의 미적 재구성에 따른 시조 리듬의 개방성 141

2. 병렬 구조의 결속과 소리의 감각적 배열 169

3. 사설시조 혼합 연형과 양식적 확장 191

제4장 다양한 형식 변주와 단독성의 리듬-박기섭 217

1. 시각적 은유와 ‘정형률定型律’의 전위 가능성 221

2. 장章과 구句의 분절과 리듬 충동 242

3. 극대화된 종장과 시조의 단독성 확보 273

제5장 현대시조의 리듬과 의미지평 305


참고문헌 314

가을이 시작되는 절기 「입추」에서는 “센티멘털”한 분위기가 감돈다. “남도잡가의 구겨진 치마폭처럼” 일그러지는 “몸짓”은 가을날의 공허함을 배가시킨다. 특히 종장의 제4마디음보에서 “빈 수레”를 ‘끌고있다’의 조형적인 분행이 눈에 띈다. 가을 “바람”이 가슴을 할퀴듯 스산한 마음을 더 움츠리게 한다. 인용시에서는 시어가 가진 기본적인 의미 단위에 시각적인 형태의 배열까지 더하여 시조의 전반적인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따라서 동사 “끌//고//있//다”는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끌려 올라오는 파상 배행으로 재해석되어 공간상에 입체성을 더한다. 하나의 마디음보로 구성된 각각의 글자를 한 글자씩 분절하여 4행으로 나눠 쌓아 올리면서 시적 짜임새를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쌓기’의 운동성이다. 박기섭은 ‘행’을 끊어내는 동시에 쌓아 올리면서 의미상의 맥락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이때 힘의 방향은 낯선 움직임의 반대항으로 표출된다. 예컨대 박기섭이 추구하는 운동성은 미적 자율화의 길항 관계로 얽혀있다. 가을을 알리는 절기인 ‘입추’를 시작으로 서늘하게 부는 바람은 보편적인 리듬의 문제를 포섭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긴박감을 전달한다. 결국 박기섭의 시조에 나타나는 ‘시각률’은 시각적 정보와 언어적 정보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는 언어적 정보의 이해를 바탕으로 언어적 명시성을 의식하면서 시각 은유의 주체자로서 전략을 펼친다.

김보람(金보람, Kim Bo-Ram) 

1988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고려대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모든 날의 이튿날』, 『괜히 그린 얼굴』,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이 있으며, 대학교재 『질문하는 시민과 예술의 y』(공저)를 발간했다. 제10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을 수상했다.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유망작가 선정, 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현재 성신여대, 을지대, 한서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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