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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과 지역사회
김제군에서 일어난 전투, 동원 그리고 사찰
저자 이윤정 역자/편자
발행일 2023-08-30
ISBN 979-11-5905-819-6
쪽수 316
판형 152*223, 무선
가격 2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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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계에서는 지역사와 경찰사가 연계된 연구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다. 저자는 가장 큰 이유로 경찰 문서의 보존기간 경과로 인한 자료 확보의 불가능성에 있으며, 설령 남아있다 하더라도 당국의 공개에 관한 폐쇄적인 결정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그는 연구자들이 개인이 소장한 자료를 발굴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 분위기 속에서 저자는 미군정기 때부터 1950년대 까지 전라북도 김제경찰서에서 근무하였던 한 경찰관이 소장하였던 경찰문서 등을 입수하였다. 그 문서들은 한국전쟁기 김제경찰서의 모든 활동을 수기로 정리한 『관내상황』, 전라북도경찰국이 수복한 후 처음으로 전투상황을 기록한 『1950년 11월 관내상황』, 각종 사찰 문서와 주민의 탄원서 등으로, 모두 중요한 내부 자료들이었다. 

저자는 이 문서들을 정리·분석을 하였지만 현지에 가지 않고선 보다 더 깊은 연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김제시 부량면과 만경읍 등에서 2년을 거주하면서 이들 자료에 나온 마을 등을 방문하거나 주민들을 접한 후 마침내 본서를 완성하였다.

 

저자는 다양한 1차 자료를 통해 경찰이 한국전쟁이 전개되는 동안 무력을 기반으로 국체를 보존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갔다는 것을 밝혀 나갔다. 먼저, 경찰은 전시라는 이유로 인체의 신경망과 같은 조직을 적극 활용하며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하였다. 다음, 정전된 후에는 ‘반공국가’를 수호하기 위하여 빨치산간의 전투를 치열하게 수행하였다. 이어, ‘반공국민’으로 존속시키기 위하여 일제강점기부터 계속된 사찰활동을 극대화하였다. 

 

그럼에도 지역 주민들은 야만의 시대에 행해진 경찰의 일탈행위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주민들이 김제경찰서에 제출한 탄원서 등을 분석한 결과, 그들은 단독 또는 마을 주민의 대표자로서 각종 부조리를 바로 잡고자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저자는 그 과정을 가능한 상세하게 당시 김제경찰서와 전라북도 경찰국의 내부 문서 등을 중심으로 이 책에 담고자 하였다. 게다가 보론에서 미군정기부터 한국전쟁까지 경찰관들의 복무규율과 징계 현황까지 고찰하여 당시 얼마만큼 경찰관들이 처벌을 받았는지도 알 수 있게 하였다. 

 

저자인 경찰대학 이윤정 교수는 가장 전통적인 역사학 연구방식인 문헌 중심으로 연구하는 경찰사학자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의 연구 성과는 그가 인용한 자료 대부분이 미군정기부터 1950년대까지 경찰기관이 직접 작성한 문서들이므로 경찰과 관련된 역사상을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한다고 평가되고 있다. 본서에 나온 「DP 체포에 관한 건」, 「휴전회담을 위요한 비상사태 대비에 대한 비상경계 실시계획의 건」 등도 한국전쟁기 지역사회에서 실제로 이루어진 경찰의 활동과 직결된 것들이다.

 

서문에서 이윤정 교수가 “하나의 역사상은 ‘사료’라는 많은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점이 다양하고 상세할수록 이 역사상은 더욱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지금 우리가 보는 역사상은 ‘정답’이 아닌 ‘해답’으로 인식하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새로운 ‘사료’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한 것처럼 독자들은 한국전쟁 동안 지역사회에서 점철된 경찰의 ‘전투’, ‘동원’ 그리고 ‘사찰’이라는 사실(史實)을 그가 발굴한 ‘경찰 내부문서’인 ‘사료’를 통해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책머리에

 

제1장

지방경찰의 ‘반공국가’와 ‘반공국민’ 만들기

 

제2장

일본인의 농장지역에서 해방된 김제군

 

제3장

김제경찰-근대부터 한국전쟁 발발 전까지

1. 근대경찰의 탄생

2. 식민지 김제경찰

3. 해방부터 한국전쟁 발발 전까지

 

제4장

북한군의 전라북도 점령과 경찰

1. 한국전쟁의 발발과 전북 전황

1) 북한군 제6사단의 남하

2) 전북경찰의 항전과 철수

2. 북한군의 퇴각과 경찰의 수복

1) 전북 빨치산활동의 시작과 경찰의 대응

2) 전북경찰의 복귀와 피해

 

제5장

‘반공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전투와 동원

1. 빨치산 진압

1) 군경의 빨치산 진압작전

2) 김제경찰의 대對빨치산활동

2. 김제경찰의 전시 동원

1) 제2국민병 소집

2) 방공단 운영

3) 탈영병 검거

 

제6장

‘반공국민’으로 존속시키기 위한 사찰

1. 경찰의 사찰

1) 사찰활동의 변천

2) 김제경찰의 사찰

3) 한국전쟁 말기

2. 김제경찰의 민중계몽대 활용

1) 조직 구성

2) 계몽 활동

 

 

제7장

투서로 통해 본 주민과 경찰 간의 균열

1. 비리와 민폐

2. 병사 업무

3. 사찰

 

제8장

김제군에서 작동된 국가권력의 실체, 경찰

 

보론

미군정기부터 한국전쟁기까지 경찰의 복무규율과 징계

 

 

참고문헌

부록

전쟁이 발발하자 김제경찰서의 상급기관인 전라북도경찰국은 치안국의 지시에 따라 즉시 비상경비사령부를 설치하고, 6월 26일 도내 경찰병력을 전투부대로 개편하였다. 이러한 조치는 남한에서 1946년 9월 총파업부터 10월사건, 제주 4.3사건, 여순사건 등에 이르기까지 경찰이 남로당을 비롯한 좌익세력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한 경험에 의해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도 경찰은 국군과의 군사훈련 일원화를 통해 준군대조직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었다. 그 사례는 다음과 같은 1949년 1월 경찰전문학교에서 실시된 간부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통해 알 수 있다. (86쪽)

 

반별로 편성된 경찰서 간부와 민중계몽가는 상호 협의하여 매달 2회 이상 계몽좌담회를 개최하기 위한 날짜를 정해야 했다. 민중계몽가의 사정에 따라 날짜가 정해지면 장소를 선정하는데 각기 다른 장소에서 계몽좌담회를 열어야 했다. 그 이유는 경찰서 간부가 산간부락 위주로 순회하며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했던 반면에, 민중계몽가는 군내 모든 읍면소재지나 주민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을 중심으로 활동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편의적으로 장소를 정해서는 안 되었고, 주민을 동원해도 안 되었으며, 언제나 주민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했다. 장소 역시 주간에는 농가가 밀집되어 있는 곳의 정자, 원두막, 나무 그늘 밑 등이었고, 야간에는 공동으로 작업하는 사랑방 등 항상 소규모로 주민이 모이는 곳이어야 했다. (213쪽)

 

한국전쟁기 경찰이 국가체제로서 ‘반공국가’를 수호하고 지역 주민을 ‘반공국민’으로 존속시키기 위하여 행한 각종 활동은 많은 주민의 희생과 불만을 기반으로 전개되었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은 경찰활동이 자신은 물론 가족의 안위와 직접 연계되거나 생계에 지장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때는 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 가운데 하나인 투서를 선택하였다. 이들의 투서는 당시 국가적으로 위급하고 중대한 상황 속에서 자칫 큰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지만 주민들은 투서를 통해 적극적으로 경찰의 잘못을 바로잡고자 하였다. (216쪽)

이윤정 李允政, Lee, Yun-jeong
한국외대 불어과를 졸업(1988)하고, 프랑스 파리 쉬드 에스트대학교에서 현대문학석사1(Maîtrise, 1992)과 유럽교류학석사2(DEA, 1994)를, 성신여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한국사)를 받았다. 현재 경찰대학 경찰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경찰사연구원장으로 있다. 논문으로 「한국전쟁기 경찰 전사자 의례와 기록 사진-『제6회 전국 순직경찰관 합동추도회 사진첩』을 중심으로」(2022), 「1957년 경찰 ‘과제교양’의 사례 연구-의령경찰서 한 경찰관의 『교양수부』를 중심으로」(2021) 등이 있으며, 저서로 『일상사와 경찰』(2023), 『지역사와 경찰』(2022), 『한국경찰사』(개정증보판, 2021), 『한국경찰사 연구』(2021), 『경찰사, 발굴과 공개』(2021), 『식민도시 경성, 차별에서 파괴까지』(공저, 2020) 등이 있다.
paris-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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