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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제국'의 동아시아
담론·표상·기억
저자 현무암 역자/편자 김경옥·김남은·김현아·김혜숙·박신영·서정완·이미애·전성곤·조수일
발행일 2023.10.31
ISBN 979-11-5905-831-8
쪽수 542
판형 152*223 무선
가격 3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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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성’을 통해 바라보는 ‘한일연대’

이 책은 해방 후 한일관계사에 있어 밑으로부터 형성된 초국경적 공공영역이라 할 수 있는 ‘한일연대’를 둘러싼 담론과 표상, 기억에 관한 분석을 통해 ‘포스트제국’의 동아시아를 논한다. 여기서 말하는 ‘포스트제국’은 동아시아의 역사적 관점이라는 포지셔널리티의 문제이며, 문제 발견을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전개된 ‘한일연대’에 대해서는 그 사례를 소개하거나 그 정치사회학적 의의에 대해서 논하는 것이 아닌, 그보다는 ‘한일연대’를 재생하기 위하여 그 역사적 경험과 담론을 통해 한일 시민사회의 공조를 재구축하는 조건에 대해서 고찰한다. 특히 피해국/가해국으로 단순화된 도식에서 배제된 피해자 개인들의 보편적 인권을 기반으로 하는 연대의 필요성을 제시함에 있어서, 초국가적인 시민사회의 연대는 국가-국민이라는 연결고리의 밖 경계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개념으로 ‘친밀성’에 주목한다.

사실 이러한 ‘친밀성’은 전후보상운동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원고와 일본 시민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구축되어왔다. 일본에서 제기한 재판에는 일본 시민단체의 ‘지원’과 ‘협력’이 불가결했지만, 한국에서는 이러한 일본 시민사회의 역할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경우 일본 시민사회의 역할을 가해국의 당연한 ‘업보’로 치부하고, 일본 시민사회 또한 가해자로서의 ‘의무’로 여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한일연대’의 역사적 경험과 현재적 의미를 한일관계 속에 위치 지우지 못한 채 남아있다는 지점에 착목한다.

여기에는 한일 간의 역사문제에 있어서 시민사회가 ‘국가’를 짊어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한일 간의 역사문제가 정치적 ‘공공성’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친밀성’은 비가시적인 영역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하지만 ‘한일연대’로 발현되는 집합행동의 내적이고 문화적인 역동성에 주목하면 양국 시민사회가 가꿔온 신뢰와 연대, 규범과 가치를 포착할 수 있다. 사회운동론에서의 문화론적 접근법을 활용하면 전후보상운동 등 한일 시민사회의 초국경적 연대가 ‘공공성’만이 아니라 ‘친밀성’에도 기반하고 있으며, 나아가 ‘친밀성’이 ‘공공성’을 활성화시키는 점도 부각될 것이다.

이처럼 ‘친밀성을 이론화’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 책은 사회의 지배적 담론 편성에 있어서 이것이 ‘공공성의 서사’와 더불어 ‘친밀성의 서사’라는 틀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후보상재판에서 승소에만 가치를 부여하는 ‘공공성의 서사’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원고 및 피해자들과 지원자들이 함께 싸워가는 가운데 신뢰를 쌓고 함께 성장해 간 것은 ‘한일연대’의 중요한 장면으로 꼽힌다. 저자는 이러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연대’의 가능성은 제한되고, 한국에서 보면 일본의 활동가에게 ‘양심적 일본인’으로서의 윤리적 책무를 지우는 것에 그치고 만다고 지적한다.

 

서로의 본질을 소통하는 동아시아의 연대로

동아시아에서 ‘전후(戰後)’의 탈식민지화는 예나 지금이나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제국주의에 냉전 구조가 중첩되는 형태로 폭력의 연쇄 속에 휘말려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냉전 해체라는 세계사적 전환을 통해 어떻게 국가폭력의 시대를 극복하고 정의를 회복하며 화해할 것인가라는 과제와 마주해 왔다. 이 책은 그러한 폭력에 노출된 전후의 동아시아가 나라와 지역을 초월하며 트랜스내셔널하게 전개해 온 ‘기억과 화해’의 폴리틱스(politics)를, ‘과거의 극복’을 향한 ‘포스트제국’의 연대로 규정하고 그 실천적 의미를 되묻는다.

이 책은 3부 9장의 논의를 통해 이 같은 물음에 대한 응답을 시도한다. 

제1부 〈‘포스트제국’의 담론〉은 동아시아에 있어 제국 일본이 국민국가로 수축하는 과정을 다룬다. 식민지·점령지(외지)에서 일본 본토(내지)로의 인적 이동을 일컫는 ‘인양(引揚げ)’ 및 ‘귀국’, 또 냉전의 붕괴로 구 피식민자들이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활발해지는 전후보상운동이 어떠한 전후의 제도편성 속에서 형성·변용해 왔는지 응시하고, 계속되는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포스트제국’ 연대의 생성과정을 밝혀낸다. 그 ‘월경하는 연대의 사상’이라는 수맥을 추적함으로써 만나게 되는 인물로 이 책이 가장 주목하는 것이 한반도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작가 모리사키 가즈에였다.

제2부 〈‘포스트제국’의 표상〉은 일본의 제국 지배에 기인하는 표상의 문제로서, 한일관계의 불씨가 되는 ‘소녀상’, ‘군함도’, ‘욱일기’ 이 세 가지에 주목한다. 이들 표상이 어떻게 생성되었고 또 재생됨으로써 ‘포스트제국’의 문화 권력을 구축하고 있는지 기억론, 문화연구(Cultural Studies), 서사론으로 분석한다. 아 세 가지 표상은 모두 한일관계를 초월하여 동아시아에 있어 ‘탈제국’의 좌절을 상징한다. 이러한 표상의 생산과 소비, 규제와 아이덴티티의 폴리틱스로부터 ‘포스트제국’을 주제화하면 전전과 전후를 관통하는 제국 일본의 근대주의를 엿볼 수 있다. 

제3부 〈‘포스트제국’의 기억〉은 제국주의와 식민지, 전쟁과 내전, 독재와 항쟁이라는 굴절된 근현대를 헤쳐 온 동아시아가 냉전에 의한 이데올로기 대립과 얽히고설키는 폭력의 연쇄에 휘말린 결과, 어떻게 국가폭력으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고 화해를 이룰 것인가라는 과제를 마주한다. 구체적으로는 제주·베트남·대만이 해당 지역과 국가에 머무르지 않고 트랜스내셔널하게 전개하는 기억과 화해의 정치를 통해 보여주는 ‘과거 극복’의 고유성과 보편성의 해명을 시도한다.

이 책은 이러한 논의를 통해, 패전으로 인해 일본이 상실한 것은 식민지가 아니라 제국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는 ‘포스트제국’의 시점을 제시하고, 이 시점에 입각하여 일본 제국의 판도에 있었던 구 식민지와 피지배국이 새로운 관계성을 발견하기 위한 연대의 길을 제시한다. 나아가 이 책은 아시아·태평양전쟁 이후의 동아시아가 국가와 지역을 초월하여 전개해 온 기억과 화해의 폴리틱스를 과거의 극복을 향한 ‘포스트제국’의 연대로 규정하며 그 실천적 의미를 다시 묻는다.


한국어판 서문

들어가며

 

서장/ 서로의 본질을 소통하는 동아시아 연대로

 

제1부/ ‘포스트제국’의 담론

제1장/ 모리사키 가즈에의 월경(越境)하는 연대의 사상-식민자 2세가 더듬어간 아시아·여성·교류의 역사

제2장/ 재한일본인 여성의 인양·귀국·잔류-전후 일본의 귀국정책 탄생

제3장/ 국경을 넘어선 전후보상운동과 담론-전쟁피해수인론에 맞서는 한일연대

 

제2부/ ‘포스트제국’의 표상

제4장/ ‘상기의 공간’으로서의 ‘평화의 소녀상’-역사와 기억의 대극화(対極化)를 넘어서

제5장/ 한국의 ‘식민지영화’로 본 탈내셔널리즘의 한계-영화 〈군함도〉의 ‘친일파’ 표상을 둘러싸고

제6장/ ‘해군의 고장’을 연결하는 근대화 유산의 기술적 상상력-야마토 뮤지엄(大和ミュージアム)이 표상하는 ‘전함 야마토’의 서사

 

제3부/ ‘포스트제국’의 기억

제7장/ 한일연대로서의 제주4·3운동-‘조국’을 넘어선 ‘조국 지향’

제8장/ 한국군 베트남전쟁 시기 민간인학살을 심판하는 시민평화법정의 도전-고통에 대한 연대의 법정

제9장 타이완의 ‘백색테러’ 시기와 이행기 정의-‘일본어 세대’가 기록한 뤼다오 신생훈도처

 

후기를 갈음하며

찾아보기

이렇듯 많은 조선 인양자들이 식민지 시대를 회상하여 문학 작품이나 회고록을 통해 세월이 흘러가도 지워지지 않는 ‘그리운 조선’을 표상했다. 이러한 전후 일본의 조선에 대한 향수에 대해 식민자 2세 작가들은 불순물이 섞인 ‘그리움’을 표명하거나 ‘그리움’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저항했다. (106쪽)

 

단, 언뜻 보기에 ’정전화’한 듯한 소녀상이라도 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체험자의 ‘생물학적 죽음’이 직접적으로는 그 사태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있어서 어떻게 그 집합적 기억을 이해하고 유지하는가라는 문제에 지금 말 그대로 직면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기억과 역사, 상기와 망각이 교착하는 지점에 있으며 그 문화적·예술적 양식의 확장은 현재진행중에 있다. (277쪽)

 

이러한 ‘한일연대’를 통해 제주4·3운동이 보답받았다면 한민통 = 한통련의 ‘반국가단체’라는 굴레를 푸는 것이 한국의 국가안보법 철폐를 향한 새로운 연대의 근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대의 가능성은 탈냉전화의 실패는 물론이고 ‘조국 지향’을 시대에 뒤쳐진 것이라 보는 ‘자이니치론’, 민주화 운동을 전유하는 한국의 ‘ 한반도 중심주의’에 막혀있다. (408쪽)

지은이

현무암 玄武岩, Hyun Moo-am

도쿄대학(東京大學)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 박사과정 수료. 박사(사회정보학). 현재, 홋카이도대학 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연구원 교수. 연구분야는 미디어문화론, 한일관계론. 저서로 『코리안 네트워크-미디어·이동의 역사와 공간』(홋카이도대학출판부, 2013), 『‘반일’과 ‘혐한’의 동시대사-내셔널리즘의 경계를 넘어서』(벤세이출판, 2016), 『〈포스트제국〉의 동아시아-담론·표상·기억』(2022, 세도샤) 등이 있다.


옮긴이

김경옥 金慶玉, Kim Kyung-ok

도쿄대학(東京大學) 학술박사. 지역문화연구 전공.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HK연구교수.


김남은 金男恩 , Kim Nam-eun

고려대학교 문학박사. 일본지역학 전공.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HK연구교수.


김현아 金炫我, Kim Hyun-ah

쓰쿠바대학(筑波大學) 문학박사. 역사학 전공.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HK연구교수


김혜숙 金惠淑, Kim Hye-suk

한양대학교 국제학박사. 일본학 전공.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HK연구교수.


박신영 朴信映, Park Shin-young

경희대학교 문학박사. 일본고전산문 전공.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HK연구교수.


서정완 徐禎完, Suh Johng-wan

도호쿠대학(東北大學) 문학박사. 일본근대사 전공.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소장.


이미애 李美愛, LEE Mi-ae

도쿄대학(東京大學) 학술박사. 지역문화연구 전공.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HK연구교수.


전성곤 全成坤, Jun Sung-kon

오사카대학(大阪大學) 문학박사. 일본학 전공.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HK교수.


조수일 趙秀一, Cho Su-il

도쿄대학(東京大學) 학술박사. 재일조선인문학 전공.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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