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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잡보를 통해 본 근대 초기 한국사회의 파노라마
저자 강현조 역자/편자
발행일 2023-11-10
ISBN 979-11-5905-838-7
쪽수 208
판형 152*223, 무선
가격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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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초기 신문에 대한 기존 독법의 반성

우리가 흔히 개화기, 근대여명기, 근대계몽기 등으로 호명해 온 1876~1910년까지의 기간은 그 이전의 시기, 즉 전근대와 확연하게 다른 시대로 진입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제도와 사상, 그리고 운동이 혼재하면서도 공존한 시기이자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시기 현실의 총체적 면모를 고찰하고자 할 때, 그 기본적인 전제가 되는 객관적인 사실들을 파악하는 데 있어 가장 대표적이고 유용한 자료에 해당하는 것이 신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근대 초기 신문은 이 시기의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을 조명하고 이해하기 위한 학문적 접근의 중요한 전거로 활용되어 왔다. 

다만 실제에 있어 근대 초기 매체의 일부만이 한정적으로 선택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부가 마치 전체인 것처럼 다뤄져 왔다는 점은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이러한 관행은 일정한 타당성이 있고, 때문에 어느 정도 보편적인 동의와 인정을 받아오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근대 초기 매체의 지면에서 가장 많은 분량과 편폭을 차지하는 것은 논설도, 소설도 아닌 잡보였다. 

 

잡보라는 새로운 고찰 대상의 발견

잡보는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대 신문의 일반적인 지면과 달리 기사, 서사물, 칼럼 등 다양한 종류로 분류할 수 있는 텍스트들이 복합적이면서도 미분화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던, 말 그대로 ‘잡스러운’ 지면이다. 각 신문별로 가장 방대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잡보란은 그 내용적 다양성 또한 풍부하여 근대 초기 사회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면서도 대단히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그 위상과 중요도에 걸맞은 학문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근대 초기에 발행된 신문들의 잡보란은 정치, 경제, 사회적인 사실의 보도 외에도 풍문의 전언과 함께 심지어 허구를 사실처럼 구성하여 전달함으로써 사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현대의 일반적인 기사의 범주로 분류할 수 없는 내용들이 혼재해 있는 지면인 동시에 근대 초기에 대중들에게 신문명과 문물에 대한 지식 및 정보의 전달이라는 백과사전적 기능까지도 수행했던, 폭넓은 편폭과 방대한 분량으로 구성된 당대의 ‘멀티콘텐츠 저장소’이자 자생적으로 형성된 민간의 ‘기록 보관소(archives)’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따라서 잡보란이라는 텍스트는 논설에 대한 독해만으로는 포착될 수 없는 당대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의 사회적 실천, 주요 역사적 사건의 이면에 담긴 복잡하면서도 복합적인 맥락, 대중들의 일상적 삶을 구성함과 동시에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켰던 사물들 및 콘텐츠가 무엇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단서이자 수단인 것이다. 잡보란에 대한 고찰을 통해 근대 초기 한국 사회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의 타당성이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잡보를 통해 근대 초기 한국 사회의 생생한 현장 읽기

이 책에서는 근대 초기에 발행되었던 신문들의 잡보란이 한국 근대 초기의 현실에 대한 총체적 조망과 고찰을 위한 자료로서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가장 유용하다는 점을 논증하고 있다. 이를 위해 1895년 9월 『한성신보』에 의해 한국에서 발행되는 신문에서 최초로 잡보란이 개설된 이래 각 시기별로 발행된 다양한 근대 초기 신문들의 잡보란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을 시도하였고, 더불어 동일한 시기에 발행된 신문들의 잡보란을 상호 비교하고 검토하는 작업을 토대로 당대의 현실이 매체에 의해 어떻게 묘사되고 있었는지를 살펴보았다. 

먼저 Ⅱ장에서는 1895년 9월 잡보란을 최초로 개설하였던 『한성신보』를 필두로 하여 1900년 이전까지 근대 초기 신문 시장의 형성기에 등장하였던 『독립신문』, 『조선(대한)그리스도인회보』, 『그리스도신문』, 『협성회회보』, 『매일신문』, 그리고 『제국신문』 등 다양한 민간 발행 순국문 신문들의 잡보란을 비교 고찰하였고, Ⅲ장에서는 신문 시장이 확대되고 매체의 다양한 분화가 이루어지던 시기인 1904~1907년 사이에 등장하였던 대표적인 신문인 『대한매일신보』와 신자료인 확대판 『제국신문』, 그리고 『경향신문』 잡보란을 비교 고찰한 후, 이들 신문의 등장에 앞서 대척점에 서 있었던 일본인 발행 신문이자 그 동안 비공개 자료였던 『대한일보』의 잡보란을 집중적으로 고찰함으로써 서로 다른 정파성을 지닌 매체들이 당대의 현실을 어떻게 상이하게 묘사하고 있었는지를 비교 고찰하였다.

요컨대,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 학계의 관심에서 소외되어 있었던, 매체 자체의 다양성이라는 요인에 대한 고찰과 함께 매체 내의 지면 중 기존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조명을 받지 못했던 잡보가 지닌 내용적 다양성, 그리고 현실의 총체적 면모를 풍부하게 담아냈던 구체성에 주목하고 있다. 

책머리에

 

제1장

근대 초기 신문, 그리고 잡보를 주목하는 이유

1. 왜 근대 초기인가?

2. 특정 신문 편중을 넘어 매체 간 비교로

3. 잡보라는 새로운 고찰 대상

 

제2장

신문 시장 형성 초기의 매체별 잡보란 비교

1. 1895.9~1897.2-『한성신보』의 잡보란 개설과 『독립신문』의 등장

1) 『한성신보』  해외 문물 체험 및 근대적 학지(學知) 소개의 장(場)

2) 『독립신문』  외세의 민권 침해와 체제 전환기의 혼란상 고발

3) 비교 고찰 심미적 가상과 비판적 현실 인식의 대립

2. 1897.2~1899.4-『조선(대한)그리스도인회보』·『그리스도신문』·『매일신문(협성회회보)』·『제국신문』의 비교 고찰

1) 『조선(대한)그리스도인회보』와 『그리스도신문』  하위 계층의 고충과 미신의 피해 고발 

2) 『매일신문(협성회회보)』과 『제국신문』  지배 계층의 무능과 부정 고발

 

제3장

신문 시장 경쟁 심화기의 매체별 잡보란 비교

1. 1904.3~1904.12-『대한일보』와 『대한매일신보』의 비교 고찰

1) 『대한일보』  친일적 정파성의 은폐와 기만적 현실 인식의 유포

2) 『대한매일신보』  일제의 식민지화 기도 비판 및 관료 집단의 비리 고발

2. 1907.5~1909.2-확대판 『제국신문』·『대한매일신보』·『경향신문』의 비교 고찰

1) 확대판 『제국신문』과 『대한매일신보』  의병 및 여성에 대한 보도 경향의 차이를 중심으로

2) 『경향신문』  일제의 침략적 행위와 폭압에 대한 고발 및 비판

 

제4장

잡보를 통해 살펴본 근대 초기 한국사회의 양상

 

참고문헌

이 같은 일본 근대신문의 특징, 특히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고찰하려는 대상인 잡보란의 특징은 기본적으로 조선에서 발행된 일본인 발행 신문인 한성신보에서도 거의 유사한 형태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 지면은 동시에 발행되던 일본어 지면과 달리 주요 대상 독자층이 조선인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 만한 내용들을 게재하는 데에 더욱 많은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고, 이에 따라 조선이라는 지역과 민족, 그리고 문화의 특수성이 지면과 내용에 반영됨으로써 일정한 변화가 나타나는 양상 또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한성신보는 당대의 조선에 최초로 등장한 민간인 발행 신문이라는 위상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독립신문을 필두로 하여 이후에 등장한 한국인 발행 민간 신문들은 한성신보에 대한 모방과 차별화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 갈래의 길 사이에서 진동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한성신보 잡보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이 발행하는 근대 초기 신문들의 잡보란에 대한 본격적인 고찰에 앞서 한성신보 잡보란을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1쪽)

 

이러한 기사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대한일보가 잡보란을 통해 언뜻 보기에는 당대 사회의 현실에 대한 비판과 바람직한 사회적 변화를 견인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사의 실질적인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았을 때에는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가 확실시된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과 일본의 조선에서의 위상이 강화되는 현실에 대한 한국 국민의 순응, 나아가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유포하려는 시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한일보가 친일적 정파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지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52쪽)

강현조 姜賢助 Kang Hyun-cho
연세대 글로벌인재대학 전임직원.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2010년 연세대 교육개발지원센터의 글쓰기교실 교육전문연구원으로 임용된 후 동 대학 학부대학 및 글로벌인재대학으로 소속 변경되어 같은 직무를 담당하던 중 2018년 동 대학 전임직원으로 전환되었다. 신소설과 번역·번안소설, 활자본 고소설 등 근대 초기에 등장했던 서사문학 작품과 신문, 잡지 등의 매체를 주로 연구해 왔다. 주요 저서 및 논문으로 『이인직 소설의 텍스트와 작품 세계』, 『제국신문 미공개 논설 자료집』(공저), 「김교제 번역·번안소설의 원작 및 대본 연구」, 「한국근대소설 형성 동인으로서의 번역·번안」, 「근대초기신문의 전래 서사 수용 및 변전 양상 연구」, 「근대 초기 매체의 문체 선택 및 분화 양상 연구」, 「이해조 소설의 텍스트 변화 양상 연구」, 「『제국신문』 잡보란 연구」, 「『대한일보』 소재 단형서사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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