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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항의 정치사
메이지에서 전후로
저자 이나요시 아키라 역자/편자 최민경 역
발행일 2023.10.31
ISBN 979-11-5905-757-1
쪽수 538
판형 152*223 양장
가격 4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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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항사 연구의 부재를 메우다

일본은 섬나라로 국토 전체에 수많은 해항(海港)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해항사에 대한 연구는 단편적으로만 이루어져 왔는데, 이는 개항 이후 일본에서 해항이 건설되는 과정 자체가 기타 사회 인프라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철도나 하천의 경우, 부설·정비가 완료되면 지역 사회는 시각적 효과와 더불어 그 혜택을 즉각 느낄 수 있다. 따라서 과정 상 약간의 갈등이 있어도 그 지역의 이익으로 공유되기 쉽고, 그렇기 때문에 명확한 추진 주체에 의해 실행에 옮겨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근대 해항은 그것이 건설된다고 해서 지역 주민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이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바다와의 거리를 멀어지게 할 뿐이었다. 따라서 근대 일본에서 해항 건설은 지역 이익으로 성립하기가 매우 어려웠고, 그 결과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이끌어 갈 명확하고 일관된 ‘주역’도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관련 연구 또한 충분히 축적되지 못한 상태가 이어진 것이었다. 『해항의 정치사-메이지에서 전후로』는 이와 같은 해항사 연구의 부재를 메우고자 한 책으로, ‘근대 이후 일본의 해항은 어떻게 구상되고 만들어졌을까’라는 질문에 대하여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실증적으로 답한다.

 

지역과 국가의 역동(dynamism)의 산물, 해항

저자는 근대 이후 일본의 해항사를 검토하는데 있어 해항 건설을 지역 이익으로 만드는 그 과정 자체에 주목하였다. 이는 지역 이익으로 성립하는 과정의 특징이 결국 국가적 차원의 추진 양상에도 반영되었기 때문인데,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국가와 지역의 경계에 위치한 ‘세계시민형(cosmopolitan) 행위자’였다. 지방 관료·기업인·의회 정치인과 같은 ‘세계시민형 행위자’는 지역 사회에 존재하지만 지역 사회 외부에도 관심을 지니는 자들로, 중앙과의 적극적인 관계 형성을 바탕으로 해항 건설을 지역 이익으로 만들어 내고 추진한다. 이 책에서는 근대 일본에서 추진된 여러 축항 사례 속 ‘세계시민형 행위자’의 활동과 그 결과를 상세하게 그려낸다. 해항 건설이 지역 이익으로 성립하기 어렵다고 해서 그것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근대 일본에 있어 해항은 군사적·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상황 속 ‘세계시민형 행위자’가 보여 준 움직임은 ‘지역을 품고’ 해항을 바라봄과 동시에 국내외 정치·경제·사회 상황에 대한 기민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가의 이익과 연계시켜 실현에 이르게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역동적인 것이었다.

 

시공간을 넘어 해역을 바라보다

『해항의 정치사-메이지에서 전후로』의 시각은 비단 근대 일본이라는 시공간에만 국한하여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조선, 타이완(臺灣) 등 제국 일본 식민지의 해항사를 다시 한 번 살펴봄으로써 근대 동북아해역을 가로질렀던 인적·물적 네트워크의 결절점이 어떻게 형성되고 전개되었는지, 그 과정을 새롭게 바라본다는 데 시사하는 바가 있다. 나아가 현대의 항만 (재)개발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도 역사적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논하였듯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사회적 다양성이 높아지면서 국가 차원의 중요성이 지역 사회의 독자성을 짓누르는 면죄부로서 기능할 수 없게” 된 사회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강조하는 다양한 정치 요소들의 집합체로서의 해항, 지역과 국가가 역동한 산물로서의 해항이라는 관점은 현대 항만, 나아가 해역 공간 전반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유효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발간사

한국어판 서문

 

서장/ 근대 해항사란 무엇인가

 

제1장/ 일본 해항 행정의 시작유신 관료와 구조약·식산흥업

1. 구조약과 개항 행정

2. 식산흥업과 해항 건설-노비루·우지나·모지

3. 해항 건설을 둘러싼 경쟁-제1차 요코하마 축항

정리

 

제2장/ 국제 교통망 확충과 일본의 해항지방 장관·의회 정치인과 해항론

1. 해항론의 전개-해항 배치와 지역 사회

2. 오사카 축항의 시작-내무성과 지역 사회

3. 무역항 제도의 변화-대장성과 지역 사회

정리

 

제3장/ 조약 개정과 해항 행정대장성 관료의 이상

1. 해항 행정을 둘러싼 세 관청의 대립

2. 해항 행정 재편-제2차 요코하마 축항과 제1차 고베 축항

정리

 

제4장/ 긴축 재정과 해항 건설지역 기업인의 활동

1. 내무성의 해항 건설

2. 시영 축항의 축소-오사카 축항 중단 문제

3. 민영항의 적극적 전개-기타규슈 지역 항만 정비

정리

 

제5장/ 정당 내각기의 해항 행정내무성 관료의 리더십

1. 지방항 건설의 전개-후시키·사카이·쓰루가

2. 항만협회 설립과 활동

정리

 

제6장/ 전시 체제와 해항 행정체신 관료의 도전

1. 1930년대의 해항 문제-동해 노선과 산업 진흥

2. 전시 체제에서 전후로

정리

 

종장/ 국민 국가 시대의 해항

 

주석

부록

관련 연표

도표 일람

참고문헌

저자 후기

역자 후기

찾아보기

기모쓰키 가네유키의 해항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1890년대 크게 주목받은 것은 요코하마나 고베 등 이미 대규모 해항이 존재하던 태평양 연안이 아니라 동해 연안, 즉, 쓰가루해협부터 호쿠리쿠北陸 지방에 이르는 지역이었다. 이 지역은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하는 해운망이 이미 발달한 상태였으며 따라서 해항 건설을 통해 지역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움직임도 일찍이 나타났다. (116쪽)

 

사기업이 주도한 해항 정비가 가능했던 것은 요코하마나 오사카와 같은 종합 무역항이 아니라 석탄 적출積出을 담당한 중소 해항이었다. 석탄의 경우 대량의 화물을 적출하기 위한 설비가 필요했고 따라서 광산과 해항을 함께 경영하는 것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후쿠오카현 미이케항三池港은 미이케탄광三池炭鑛의 적출항으로 새롭게 정비한 해항이었는데, 이는 모두 미쓰이광산三井鑛山이 진행했다. 1902년 시작한 미이케 축항 공사는 미이케의 석탄을 적출하기 위하여 2,000톤급 선박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으며, 남북 각각 3,000척의 방파제와 계선 안벽, 탄적기炭積機, 저탄장 등을 정비하는 내용이었다. (277쪽)

 

만주사변 발발 후 해항 행정은 토목 정책뿐만 아니라 교통 정책의 하나로도 다뤄지기 시작한다. 동해 노선 구축을 원하는 육군과 동해 연안 주요항쓰루가ㆍ후시키ㆍ니가타의 압력을 배경으로 체신성은 해항 행정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한편 내무성 토목국도 산업 진흥이라는 명목으로 건설에 초점을 맞춰 해항 행정에 계속 관여했다. 체신성이 해항 행정에 대하여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1930년대 중반 해항 행정을 둘러싼 상황은 변화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421쪽)

저자

이나요시 아키라 稻吉晃, Inayoshi Akira
1980년 일본 아이치현(愛知縣) 출생. 도쿄도립대학(東京都立大學) 경제학부 졸업 후, 동 대학원 사회과학연구과에서 석사과정, 박사과정(2005년 수도대학도쿄(首都大學東京))로 재편·통합)을 졸업했다. 전공은 일본의 정치외교사이며 2020년부터 니가타대학(新潟大學) 인문사회과학계열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저서와 논문으로는 『港町巡礼-海洋国家日本の近代』(2022), 「開港場行政の誕生-細分化する行政規則」(2022), 「東寿とその港湾運営構想-戦後港湾行政を理解する手がかりとして」(2022) 등이 있다.

역자

최민경 崔瑉耿, Choi Minkyung
1983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졸업 후, 동 대학교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석사과정, 일본 히도쓰바시대학(一橋大學) 사회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전공은 역사사회학·일본지역연구로 2019년부터 부경대학교 인문사회과학연구소 HK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저역서와 논문으로는 『동북아해역과 귀환-공간, 경계, 정체성』(공저, 2021) 『근대 아시아 시장과 조선』(공역, 2020), 「냉전의 바다를 건넌다는 것-한인 ‘밀항자’ 석방 탄원서에 주목하여」(2021), 「패전 직후 일본의 해항검역과 귀환」(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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