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Close

출간 도서

도서 상세보기

뒤로가기
머나먼 산들
저자 이즈미 세이이치 역자/편자 김영수
발행일 2024.01.20
ISBN 9791159058523
쪽수 490
판형 140*210 무선
가격 22,000원
서점 바로가기

그렇다. 그는 조선과 일본에 걸친 경계인이었고, 등산의 실제적 준비와 세밀한 실행 과정을 챙기는 엄격한 실무가이면서도 항시 히말라야와 아프리카 야생의 고원 등 천상에 닿은 산들의 그 너머를 망연히 꿈꾸는 몽상가였다. …… 내가 보기에 그의 진면목은 오히려 그 산들 너머로 인간의 심연을 꿰뚫어 보는 그의 몽상가적 능력이다.(「역자 후기」 중에서)

 

 

문화인류학자 이즈미 세이이치의 학문적 회고록

이 책은 저자인 이즈미 세이이치(泉靖一)가 평생에 걸친 다양한 산악활동과 학문적 작업들을 회고적으로 기록한 자서전적 기록이지만, 그의 전반기 삶의 무대였던 당시 조선에서의 초창기 등반 활동과 근대화 이전의 제주도와 한라산 그리고 북녘의 금강산과 백두산, 관모연산 등에 대한 생생한 기록으로 우리에게 특히 의미있는 책이기도 하다. 나아가 북만주 및 몽골, 중국 전역의 다양한 민족들의 독자적 문화 그리고 남태평양의 서뉴기니지역과 남미 안데스지역에 이르는 그야말로 전세계의 ‘머나먼 지역들’의 특색있는 문명들에 대한 인류학자로서의 냉철한 현장 조사 기록들로 구성되어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세계를 두루 조망하는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이즈미의 탐험가, 등산가로서의 낭만적인 기질이 절묘하게 표현된 우수한 문학성으로 더욱 가치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즈미는 일본의 저명한 인류학자로서, 어린 시절 경성제국대학 교수인 부친을 따라 1926년 당시 조선에 와서 동대문소학교에 전학한 후 경성중학교를 거쳐 경성제국대학을 졸업하였다. 그는 일찍부터 산을 좋아하여 경성중학 시절부터 서울 주변의 여러 산들에 등반 활동을 하였는데, 근대적 의미에서의 산악 활동이 없었던 당시 조선에서 이는 최초의 근대적 등반운동의 개척사에 해당한다. 서울 근교의 주요 산들, 특히 백운대 인수봉을 드물게 암벽등반으로 오르고 당시의 산행을 자세하게 기록한 내용들은 한국등반운동사의 중요한 초기 기록이 되고 있다.

 

 

근대한국 등반운동의 개척과 고고학적 성과

겨울철 금강산 등산을 최초로 시도한 뒤, 근대화로 훼손되기 전의 내ㆍ외금강산에 대한 자세하고 애정어린 기록도 남겼으며, 경성제대에 입학한 뒤에는 최초의 대학산악회인 경성제대산악회를 창설하여 북한 지역의 관모봉과 부전고원을 거쳐 백두산 등정까지 실행하여 당시 조선 주요 산들의 모습과 산행과정들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였다.

이후 그는 경성제대산악회의 적설기 한라산 최초 등반을 이끌었는데 그 과정에서 동료의 조난 실종사고가 발생하였다. 실종 수색작업에서 제주도의 농어촌민들뿐 아니라 한라산 무속인들의 도움까지 받으면서 처음으로 당시 조선 민중문화의 실상을 접했다. 그는 그 생동하는 독자적 모습들에 깊은 감명을 받고 그 영향으로 당초의 일본문학 전공에서 사회학 전공으로 전과하였으며 그 졸업논문으로 「제주도-그 사회인류학적 연구」를 제출한 바 있다.

그후 그의 산악 탐험과 민족학적 관심은 북만주와 몽골, 나아가 중국 대륙 전반으로 펼쳐졌고, 태평양전쟁 시기에는 남태평양의 서뉴기니에 대한 인류학적 조사작업으로까지 확장되었지만, 비록 그의 활동이 일제의 침략전쟁에 부수된 것임에도 그는 현지인과 현지문화의 상대적 독자성을 철저히 존중하는 반식민주의적 입장을 뚜렷이 유지하였다.

종전 후에는 도쿄대학에 인류학교실을 개설하는 등 전후 일본 인류학계를 이끌었고, 남미 브라질의 일본계 이민사회를 연구하면서 남미 안데스지역 탐사에 흥미를 갖게 된 그는 본격적으로 해당 지역에 대한 등반활동과 함께 잉카문명 유적의 발굴조사에 착수한다. 이 작업은 15년 이상, 여러 차례에 걸친 도쿄대학조사단의 대규모 ‘Field Work’를 통한 체계적 작업으로, 페루지역의 여러 잉카 및 잉카 이전 시기 유적들을 세계 학계에 소개하게 되었다. 특히 코토시지역에 대한 발굴 작업은 전인미답의 성과를 거두어 전후 안데스고고학을 세계적으로 발전시키는 바탕이 되었다.

 

 

그후 그는 도쿄대학의 인류학교실을 이끌면서 세계에 일본을 대표하는 인류학자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한편 국립민족학박물관의 기초를 닦았다. 그러나 그의 모든 모색과 방황으로 기록된 한 뛰어난 인간의 면모는 제대로 그 꽃을 펼쳐 보이기도 전에 55세의 그야말로 연부역강한 나이로 홀연히 그 막을 내리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추도사로서 등산, 탐험, 민속학 등에서 이즈미와 가히 쌍벽을 이루었다고 해도 좋을 우메사오 다다오(梅棹忠夫)의 그야말로 가슴에 와닿는 글이 한 편 덧붙여져 있어 일독의 값어치가 더욱 충분하다.

추천사

 

시작하며_ 산과 알게 되다

 

선배들의 추억

금강산의 방갈로

산 오르기

 

 

스포츠 알피니즘의 싹틈

 

서울 근교의 산들

겨울산으로서의 금강산

집선봉(集仙峰) 바위 오르기

 

 

북조선의 산들

 

‘스키산악회’와 ‘산악부’

관모연산(冠帽連山)

겨울의 부전고원(赴戰高原)

백두산과 겨울의 민막골

 

 

제주도와 남조선의 산들

 

지리산과 남조선의 산들

적설기의 제주도

조난

전향(轉向)

 

 

등산에서 ‘탐험’

 

샤오우타이산(小五臺山)을 찾아서

다싱안링의  쳰족 조사

습원(濕原)

말에서 내동댕이쳐져

구형 롤라이플렉스(Rolleiflex) 카메라

고 시부사와 게이죠의 추억

 

 

강남의 여로

 

상하이의 우중충한 봄

양쯔강(揚子江)과 동정호(洞庭湖)

남중국해와 타이완

 

 

쑹화(松花)강과 몽강(蒙疆)의 조사

 

허저(赫哲)족과 한족 샤먼 따시엔(大仙)

경성제국대학 몽강학술조사대

내몽골 기행

샤오우타이산 등반기

 

 

태평양 전쟁의 어려운 시기

 

초년병 시절

태평양전쟁이 일어날 때까지

전쟁 중의 대학

 

 

서西뉴기니 탐험

 

고 다야마 리사부로 이학박사

서(西)뉴기니로의 길

‘열대’라는 곳

야무르해협 횡단

눈에 선한 앙가디섬이여

옴바강을 내려가다

에트나만으로부터 야무르호로

스하우튼제도로의 여로

귀로

 

 

패전 전후

 

겨울의 북부 다싱안링(大興安嶺)

대륙 자원과학연구소의 시작과 끝

패전의 ‘울부짖음’ 속에서

 

 

일본에서의 6년

 

황폐한 일본

학문세계로의 복귀

일본민족학협회의 아이누 조사

 

 

남아메리카의 일본인 연구

 

사회적 긴장의 연구

남아메리카 횡단

브라질의 일본계 사람들

두 번째 브라질

 

 

중앙안데스로의 여정

 

안데스로의 첫 여행

두 번째의 페루

제1차 도쿄대학 안데스지대 학술조사단

북부 페루의 여러 유적

중부 페루 산악지대의 여러 유적들

남부 페루의 여러 유적

 

 

일본에서의 2년간

 

일본에서 생각한 것

사할린이 보이는 언덕의 발굴

 

 

코토시의 발굴

 

발굴의 의미

보물찾기

‘교차된 손의 신전’의 수수께끼

저주의 ‘손’의 전말

 

 

유라시아 대륙으로의 회귀

 

시베리아와 중앙·서아시아

한국으로의 〈무도회의 수첩〉

 

 

에필로그

 

최악의 1968년

멕시코만 연안 여행

유카탄반도 여행

산 로렌소유적과 와하카주로의 여행

마지막 장

 

 

우메사오 다다오(梅棹忠雄)_ 이즈미 세이이치에게 산과 탐험

 

 

역자 후기

제주도에 대해서는 내가 얻어들은 것도 있고 기상대의 자료도 있어, 이제까지 경험한 북조선의 겨울산과는 기후 조건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중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북조선의 겨울은 앞에서 말한 소위 삼한사온 현상이 규칙적으로 나타나서 삼한인 날은 기온이 내려가지만 틀림없이 쾌청하고 바람도 그다지 심하지 않은 반면, 제주도에서는 삼한에 해당하는 날들에 바다를 건너 불어 닥치는 북북서의 계절풍이 육지와는 달리 대설을 불러온다는 점이 동해 쪽 일본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겨울철 제주도의 기후는 매우 불안정하여 바람과 눈에 고생할 것은 충분히 각오하고 있었고, 그것에 대한 가능한 한의 준비도 했던 셈이었다. (91쪽)


둥타이로 향했던 세 사람의 공격조가 베이타이로 돌아오자 전원이 하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래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새로운 작전이 시작되었기에 전원 시헤잉까지 급행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겠다는 전갈이다. 우리는 산을 뛰어 내려와 치야바오에서 인부들 삯을 지불하고 트럭에 뛰어 올랐다. 3년 동안 그리던 샤오우타이산과의 이별치고는 실로 어수선한 것이었다. 그 이후 나는 이 산의 모습을 볼 기회가 전혀 없었으니, 전쟁과 산 사이에는 메울 길 없는 검푸른 크레바스가 음산하게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183쪽)


그 다음 조사용지 전체에 대한 사전 테스트를 시작했다. 상파울루 거리의 일본계인의 학교와 근처의 일본계 농촌에 가서 테스트를 수행한 결과, 그다지 수정을 가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사이토 씨와 나는 진토닉으로 축배를 들었다. 다음으로 조사를 수행할 후보지 선정에 착수했다. 그즈음 총영사관이 막 생긴 터여서 브라질에 있어서 일본계 사회의 분포는 확실히 파악되어 있지 않았고, 또 파악했다 하더라도 그 모두를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우리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대표적인 개척지를 선택하여 조사에 착수했던 것이다. (300쪽)

저자

이즈미 세이이치 泉靖一
1915년 일본 도쿄 출생. 1927년 부친 이즈미 아키라가 경성제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조선으로 이주하였다. 경성공립동대문소학교(이후 동대문초등학교, 1972년 폐교), 경성부립중학교(현 서울고등학교)와 경성제대 법문학부를 졸업했다. 1949년 메이지대학 조교수, 1951년 도쿄대학 조교수와 교수를 거쳐 1970년에는 도쿄대학 동양문화연구소 소장직을 역임하였다. 1970년 11월 뇌출혈로 급서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잉카제국-사막과 고산의 문명(インカ帝国-砂漠と高山の文明)』(1959), 『안데스의 예술(アンデスの芸術)』(1964), 『제주도(済州島)』(1966), 『필드노트-문화인류학·사색의 길(フィールド·ノート-文化人類学·思索の旅)』(1967), 『머나먼 산들(遥かな山やま)』(1971), 『이즈미 세이이치 저작집(泉靖一著作集)』(전7권, 1971~1972) 등이 있다.

역자

김영수 金永秀, Kim Young-soo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중공업, 한국장기신용은행, 국민은행에서 근무했다. 2004년부터 연구 공간 ‘수유+너머’의 일본근대사상번역팀, 영문고전 읽기 세미나에 참여하여 『삼취인경륜문답(三醉人經倫問答)』(2005), 『근대 일본 사상사(日本近代思想史)』(2006)를 공동 번역하였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히로히토 유죄(International Women’s Tribunal)』(2007)를 번역하였다. 그밖에 『사회혁신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하며, 어떻게 추진하는가?(Social Innovation)』(2011)와 『필란트로피란 무엇인가?(Understanding Philanthropy)』(2017)를 옮겼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