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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명인! 당신은 누구세요?
에밀리 디킨슨 시선집
저자 에밀리 디킨슨 역자/편자 김천봉 편
발행일 2024-04-30
ISBN 979-11-5905-891-2 (03840)
쪽수 243
판형 130*200 무선
가격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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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문학계의 주요 시인들을 선별하고, 시를 선별하여 모아 낸 ‘소명영미시인선’ 시리즈이다. 『나는 무명인! 당신은 누구세요?』는 그 첫 번째 책으로, 19세기와 20세기를 문학적으로 연결하는 에밀리 디킨슨의 시선집이다.

 

에밀리 디킨슨의 생애

에밀리 디킨슨은 1830년 12월 10일 매사추세츠주의 애머스트에서 태어났다. 디킨슨은 200년 전에 신대륙으로 이주하여 자수성가한 가문의 후손으로, 3남매 중 둘째였다. 디킨슨에게 시인들을 소개해주고 직접 시를 쓰는 계기를 마련해준 사람으로 흔히 벤저민 뉴턴이 거론된다. 2년간 디킨슨의 아버지에게 법률을 공부한 법학도로서, 그녀에게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를 접하게 해주고 미국 초월주의운동의 대부 랠프 월도 에머슨의 첫 시집을 선물해 준 사람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벤저민이 결핵으로 일찍 죽는 바람에 두 사람의 인연은 금시에 끝나버리고 만다. 

1850년대 중반, 갖가지 만성질환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결국 몸져눕게 되었고, 디킨슨이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칩거 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머니가 1882년에 돌아가신 것을 감안하면 거의 30년에 가까운 세월이다. 바깥세상으로부터 점점 멀어진 디킨슨은 1858년 여름부터 그동안 써온 시들을 재검토하여 깨끗하게 필사하고 그것들을 원고 형태의 책으로 묶기 시작한다. 그렇게 1858년부터 1865년까지 엮은 원고 시집이 40권이나 되었고 시의 편수로는 거의 800편에 달했다. 그러나 그녀가 살아생전에 이 시집들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줌의 재로 사라질 뻔한 1,800여 편의 시

에밀리 디킨슨의 여동생 라비니아는 언니가 죽은 뒤, 편지들과 함게 깔끔하게 필사해서 엮어 놓은 40여 권의 원고 시집과 철하지 않은 상태의 시 원고들을 발견하였다. 그중에서 언니가 주고받은 편지들을 고인의 유언대로 대부분 불태웠다. 그때 그녀가 시의 원고들까지 몽땅 불태워 버렸다면 에밀리 디킨슨은 후세에 무명 작가로 남았을 것이다. 다행히도, 라비니아는 언니의 시를 보자마자 그 진가를 알아보고 곧장 출간을 서둘렀다. 그렇게 해서 1890년 11월에 디킨슨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고, 1891년에 두 번째 『시집』, 1896년에 세 번째 『시집』이 연달아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은 2년 동안 11쇄가 나왔고 두 번째 시리즈도 2년 만에 5쇄를 내며 대단히 성공했다. 이 시집들의 편집자는 에밀리 디킨슨의 문학적 스승이었던 히긴슨과 그녀의 오빠 윌리엄의 연인 메이벌 토드였다. 1955년에는 토머스 존슨이 디킨슨의 원고를 그대로 살려 세 권으로 엮은 전집을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았고, 3년 후에 씨어도라 워드와 함께 디킨슨의 편지들도 출간하기에 이른다.

 

하얀 무명천을 걷고, 그 뒤의 예술가를 찾아서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 대한 초기 비평은 마치 소복 같이 하얀 드레스를 입고 집에서 은둔생활을 했던 그녀의 기괴한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야말로 그녀의 숨겨진 삶을 들춰내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혁신적인 여성 시인으로서, 19세기 낭만주의시대를 넘어 미국 현대시의 원조로까지 통하고 있다. 유명한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월트 휘트먼, 월리스 스티븐스, 로버트 프로스트, T. S. 엘리엇 등과 함께, 에밀리 디킨슨을 주요 미국 시인으로 꼽았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는 삶, 사랑, 자연과 죽음과 같은 주제로 분류된다. 그녀의 시는 간결하면서도 아주 강렬하다. 주제마다 번득이는 재치와 진솔한 열정, 예리한 통찰이 돋보인다. 그것이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철저한 예술가 에밀리 디킨슨의 변별적 특질들이라 할 수 있다.

제1부/ 인생

성공

명성은 벌 같다

명성은 쉽게 상하는 음식

나는 무명인! 당신은 누구세요?

도서관에서

외딴집

외과 의사

하나님은 의사인가?

한 가슴이라도 아리지 않게 한다면

기쁨은 마치 비행 같다

가슴은 기쁨을 우선하기에

고통의 신비

큰 고통 후에는

실감

슬픔

‘시간이 약’이라고들 한다

인생은 거래

알프스의 하얀 빛

초상화

거리가 유리였다

희망은 깃털 달린 새

희망은 교묘한 대식가

시력

기차

토요일 오후

나는 가능성 속에서 산다

잃어버린 생각

내 삶은 장전된 총처럼 서 있었다

큰 소리로 싸우는 것도 매우 용감하지만

결투

배제

굶주림

대조

집으로

귀가

금단의 열매 1

금단의 열매 2

그녀는 예쁜 말들을 칼날처럼 다뤘다

잊히고 만다

너를 택할까?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시인들은 등불을 밝힐 뿐

그들은 나를 산문 속에 가뒀다

기니 금전 한 닢 가지고 있었는데

기억에서 달아나는

경험

누구세요?

 

제2부/ 사랑

사랑

세상에 있는 것은 사랑뿐

왜 내가 당신을 사랑하느냐고요?

사랑받는 이들은 죽지 않는다

한 꽃송이에

한 꽃송이

이식

작은 가슴속의 냇물

가을에 당신이 오신다면

출구

증거

연인들

달은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사랑은 겸손

그분이 나를 어루만져

족했다

결혼

편지

소유

갈망

사나운 밤! 사나운 밤!

가슴아, 같이 그이를 잊자!

미워할 시간이 없었다

너무 행복한 시간은 절로 녹아 버린다

우리는 사랑을 잃으면

벨트

잃어버린 보석

유산

부활

신기한 변화

 

제3부/ 자연 

이것은 내가 세상에 보내는 편지

어머니 자연

자연의 변화

산들은 몰래몰래 자라난다 

나의 민감한 귀에 잎들이 속삭였다

초원을 이루는 데는

바닷가

일몰 1

일몰 2

금빛으로 타올랐다 보랏빛으로 꺼져가며

밤의 도래

정원에서

삼월에게

울새

딱따구리

사월

튤립

산사나무꽃

장미

아무도 이 작은 장미를 모르리

왜?

혹시 꽃을 사고 싶으세요?

아이들이 손님에게 작별을 고하듯

한 이슬이 충만해서

고치

나비의 계절

여름 소나기

슬픔처럼 아련하게

인디언서머

나의 귀뚜라미

저녁

바람의 방문

가을

수다

버섯

수수한 삶

누가 숲을 훔쳤나?

다친 사슴이 가장 높이 뛴다

인간

구식

나는 화산을 보지 못했다

한 줄기 빛살이 비스듬히

 

제4부/ 죽음과 그 후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걸 알았다

끝나는 날까지

혹시 내가 죽더라도

천국에 가겠죠!

내 삶은 닫히기 전에 두 번 닫혔다

전장

내가 보았던 유일한 유령이

유령들

주님

어떤 이에게는 치명-타가 부활-타다

죽었다

집 안에서 부산떠는 것은

내 머릿속에서 장례식을 치르는 것 같았다

내 판결문을 차분하게 읽었다

회상

내가 죽었을 때 윙윙 파리 소리 들었다 

나는 미를 위해 죽었다

전차

죽음

나는 황무지를 본 적이 없다

불멸

출항

떠나간다! 작은 배가 떠나간다!

들리지 않는 선율

승리

비밀

나는 천국에 갔다

 

에밀리 디킨슨의 삶과 문학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 1830.12.10~1886.5.15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애머스트에서 태어나 애머스트아카데미를 거쳐 마운트홀리요크여자신학교에서 잠시 공부하였다. 현재 1,800여 편의 시가 알려져 있으나, 그녀가 살아 있을 때 발표한 시는 10여 편에 불과하다. 흔히 삶, 사랑, 자연과 죽음의 주제로 분류되는 디킨슨의 시들은 간결하면서도 아주 강렬하다. 주제마다 번득이는 재치와 진솔한 열정과 예리한 통찰이 돋보인다.


김천봉 金天峯, Kim chunbong
1969년에 완도에서 태어나 항일의 섬 소안도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숭실대 영어영문과에서 학사와 석사, 고려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숭실대와 고려대에서 영시를 가르쳤으며, 19~20세기의 주요 영미 시인들의 시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소개하고 있다. 최근에 『윌리엄 블레이크, 마음을 말하면 세상이 나에게 온다』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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