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뇌허불교학술상 수상자로 전 국립해양박물관장인 주강현 박사가 선정됐다. 수상 저술은 <바다를 건넌 붓다>(소명출판,2024)로, 상금 500만 원이다.(2024.12.20)
시상식은 12월 20일 오후 6시 서울 신사동 <불교평론> 세미나실에서 열린다.
뇌허불교학술상 심사위원회 심사평은 다음과 같다.
2024 불교평론 뇌허불교학술상은 오랫동안 해양문명의 교류와 역사를 연구해온 주강현 박사의 <바다를 건넌 붓다>(소명출판, 2024)로 선정했다. ‘세계불교 바다 연대기’라는 부제가 붙인 이 책은 불교가 바다를 통해 어떻게 전파되고 확장되었는가를 현장답사와 문헌조사를 통해 그 실상을 복원한 역저다.
금년도 학술상 심사에는 예전과 다른 점이 있었다. 과거 수상자들은 불교학계에 그 이력이 어느 정도 알려진 분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에 대해서는 불교학계에 알려진 이름보다는 오직 그 연구의 방대한 영역과 성실한 역사해석에 이끌렸다. 심사위원회가 최종 결심을 한 뒤에 저자를 검색해보고 더욱 놀랐다. 저자는 이미 35년 전 청년시절에 전국의 이름 없는 미륵불을 찾아다니면서 『마을로 간 미륵』을 펴낸 바도 있었다.
이 책의 저자 주강현 박사는, 분과(分科)학문의 장벽에 구애받지 않고 역사학 · 지리학 · 민속학 · 인류학 등을 바탕으로 문명의 바닷길을 연구해온 해양문명사가(海洋文明史家)로 알려지는데, 특히 위 저술은 수십 년간 세계의 불적지를 두루 답사한 현장연구의 노작인 점이 돋보였다. 저자가 말하듯이, 역사 속의 구법승/전법승들은 노마드(nomad)였다. 저자 또한 바다의 노마드가 되어 불교가 전파되어 간 바닷길 중심의 불교사를 연구한 끝에 그 성과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은 총 14장(갠지스강 연대기 · 스리랑카 연대기 · 벵골만 연대기 1&2 · 아라비아해 연대기 1&2 · 구법순례 연대기 · 말레이반도와 시암만 연대기 · 자와해 연대기 · 메콩강 연대기 · 남중국해 연대기 1&2 · 한반도 연대기 · 일본열도 연대기)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촬영한 사진자료들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서, 불교역사를 폭넓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심사위원회는 학술상 심사를 계기로, 성실한 이웃 연구자들의 다채로운 성과물을 선망(羨望)과 함께 읽어보는 영광을 누렸다. 본 학술상은, ‘불교사상의 현대적 해석을 시도한 저술, 불교사상의 사회적 실천을 고취한 저술, 해당분야의 연구를 선도한 저술, 새로운 연구영역을 개척한 저술, 주요 불교문헌의 치밀한 번역과 주석을 시도한 저술’를 평가기준으로 삼는다,
올해도 여기에 부응하는 여러 권의 좋은 저술이 심사대상이 되었다. 다만 그 중에 한권을 선택해야 하는 하므로 상대적으로 조명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 우리는 최종 심사대상에 올랐던 모든 저술이 연구자들의 역작이었다는 점을 기록에 남기며, 어려운 환경에서 훌륭한 연구를 해온 분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
■주강현 박사 수상소감.
바닷길 연구의 디딤돌을 계속 놓겠습니다
한국 불교학의 태두 뇌허 김동화 선생을 기리는 불교학술상을 수여한다는 연락을 받고 제가 적합한 사람인지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불교 연구의 ‘방외자’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어릴 적부터 불교와의 오랜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고향인 성수동 뚝섬에서 나룻배를 타고 봉은사를 다니던 추억을 소환합니다. 1981년 모질던 시절, 만행하듯 전국을 떠돌면서 수련단에 참가하여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수계했고, 그해 보은에서 열린 화랑대회에 참여한 추억도 소환합니다. 버려진 미륵을 찾아서 전국을 떠돌며 쓴 책 《마을로 간 미륵》을 펴낸 지도 올해로 꼭 30년이 되었습니다.
법현, 의정, 현장, 혜초 등 천축 구법승의 기록과 행장이 이 책 곳곳에서 보일 것입니다. 법현의 표현대로 구법의 길은‘하늘에는 새가 없고 땅에는 짐승이 없으며 오직 앞서간 이들의 뼈와 해골이 이정표가 된 길’이었습니다. 혜초는“진실로 아득하기만 한 거대한 사막, 그리고 긴 강에서 이글거리는 해가 토해내는 빛과 거대한 바다의 큰 파도가 하늘까지 닿을 듯 세찬 격랑을 일으켰다”고 육로와 해로를 모두 언급했습니다. 이들 앞선 분의 기록이 없다면 이런 책은 불가할 것입니다.
문명의 바닷길을 연구하면서 인도, 스리랑카, 파키스탄, 미얀마,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그리고 중국과 대만, 일본 등을 두루 돌아다닐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불적지가 나오면 일정을 돌아가면서까지 순례한 경험들이 이 책 저술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구법승이 노마드였듯이 저 역시 바다의 노마드로 오랫동안 떠돌았던 결과물입니다.
이 책은 역사서입니다. 불교가 전파되어 나가는 바닷길 중심의 불교사로서 역사학, 인류학, 지리학, 해양학 등이 매개된 책입니다. 모든 사회적 직책을 내려놓고 오로지 저작에만 몰두하는 중입니다. 이번 수상을 앞으로도 더 해양불교를 개척하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입니다. 불교의 바다 연대기는 아직 미궁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불교 전파의 파장은 바다를 통하여 가장 먼 데까지 작동되었습니다. 스리랑카와 동남아 등 바닷길로 전파되었으며, 심지어 아프리카 홍해의 항구 베레니카에서 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책은 수미일관 바다를 통한 불교의 연대기에 주목합니다.
불교의 동전(東傳)은 그야말로 도식일 뿐입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일직선으로 전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불교의 바닷길에서 남전과 북전이 모두 존재합니다. 아티샤(Atisha)는 팔라 왕국 시절에 북방에서 내려와 스리위자야에서 12년간 체류하였으며, 티베트로 돌아갑니다. 아티샤는 11세기에 티베트와 수마트라에서 설교하며 대승불교를 전파한 주요 인물 중 한 명입니다. 티베트와 방글라데시, 수마트라에 이르는 긴 노선으로 불교가 움직인 것입니다.
페르낭 브로델이 ‘액체의 역사’를 주창하였듯이, 이 책 역시 문명이 오고간 액체의 역사를 불교를 매개로 보여줍니다. 불교의 바닷길은 이제부터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며, 이 책이 그 시발점이 되길 기대합니다. 미력한 힘이나마 불교학에서 바닷길 연구의 디딤돌을 앞으로도 계속 놓는 것으로 수상의 빚을 갚아나갈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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